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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생애 첫 국제영화제 수상, ‘보통사람’ 손현주

그의 눈빛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그의 눈빛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뉴시스]

배우 손현주(사진)가 제39회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서 영화 ‘보통사람’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칸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는 1935년 시작돼 2년마다 열리는 동유럽 최대 규모 영화제다. 6월 30일 모스크바 로시야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는 촬영 스케줄로 참석하지 못한 손현주 대신 김봉한 감독이 대리 수상했다. 

1989년 제16회 영화제에서 강수연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93년 제18회 영화제에서 ‘살어리랏다’의 이덕화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25년 만이다. 2003년 제25회 영화제 때는 장준환 감독이 ‘지구를 지켜라!’로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지만, 이후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가 호명되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손현주의 깜짝 수상 소식은 더욱 반갑다.

“새벽 3시쯤 영화 촬영 중에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해외 영화제 수상은 처음이라 실감이 안 나고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지난해 부산에서 ‘보통사람’을 찍을 때 태풍 때문에 스태프들이 정말 고생했거든요. 시상식에 가지 못해 아쉽지만 대리 수상한 김 감독이 돌아오면 조만간 다들 모여서 막걸리 파티라도 해야겠어요.”

손현주가 소속사를 통해 밝힌 수상 소감이다. 3월 개봉한 ‘보통사람’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가 절정에 달한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다. 손현주는 가족과 함께 살 번듯한 집 한 채 마련하는 것이 꿈인 강력계 형사 ‘성진’으로 분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성진은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공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영화는 지금보다 조금만 더 행복하길 바랐던 한 가장과 뜻하지 않은 선택으로 파국을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담아낸다. 

“혼돈의 시대에서 상식을 지키고자 한 한 남자의 발버둥을 보여드리려 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야만의 시대인데, 그때와 지금이 무엇이 달라졌나 싶기도 해요. 과거 이야기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 현재를 반추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손현주는 ‘보통사람’에서 현실에 완벽하게 발을 딛고 있는 리얼한 연기를 펼쳐보였다. 손현주와 대립하는 장혁의 연기도 또 다른 볼거리다. 손현주는 장혁의 연기를 “촬영장에 장혁이 등장하면 묘한 긴장감이 흐를 정도로 무서운 광기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베테랑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진 ‘보통사람’은 모스크바 국제 영화제에 자체 심사위원단을 파견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의 특별상인 ‘넷팩상’까지 수상했다. 


그의 눈빛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사 역을 맡았다. [사진 제공·쇼박스]

그의 눈빛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겼다

손현주는 영화 ‘보통사람’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형사 역을 맡았다. [사진 제공·쇼박스]

선악의 모호함이 주는 강렬함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 극단에 입단한 손현주는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모래시계’ ‘첫사랑’ ‘장밋빛 인생’ ‘추적자’ ‘솔약국집 아들들’ 등 드라마는 물론, ‘숨바꼭질’ ‘끝까지 간다’ ‘악의 연대기’ ‘더 폰’ 등 영화계에서도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첫 스크린 주연작인 ‘숨바꼭질’은 5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티켓파워를 증명해보였다.

손현주는 캐릭터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힘을 지녔다. 수더분하고 속없이 착한 옆집 아저씨 역할은 물론이고, 잔인무도한 냉혈한 연기 역시 깔끔하게 소화한다. 이 둘을 오가는 과정에서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그의 말투와 표정, 몸짓은 연기하는 캐릭터의 처지와 심리를 내밀하게 담아냈다. 또한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얼굴은 그 자체로 강렬한 힘을 지녔다.

하지만 손현주는 자신의 연기에 “과장된 면이 많다”며 몸을 낮춘다. 그는 “비슷한 장르만 선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릴러 영화를 자주 하다 보니 ‘보통사람’도 스릴러물로 아는 분이 많다. 이번 영화는 휴먼드라마다(웃음). 앞으로는 코미디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바람은 당분간 요원할 것 같다. 손현주는 7월 26일 첫 방송 예정인 케이블TV방송 tvN 드라마 ‘크리미널마인드’에서도 날카로운 눈빛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해가는 범죄 심리 수사극 ‘크리미널마인드’는 미국 드라마의 판권을 NEW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사서 제작한다. 

손현주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분석으로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는 자타공인 최고 프로파일러 강기형 NCI 팀장으로 출연한다. 원작의 팬덤이 워낙 큰 데다 세계 최초로 리메이크된다는 기대감 등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악의 연대기’에서 손현주와 함께 작업했던 백운학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손현주의 눈 속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특히 캐릭터의 중압감, 우울함, 암담함을 제대로 표현해낸다”고 말한 바 있다.

손현주 역시 ‘연기론’을 묻는 질문에 서슴없이 “목숨을 건다”고 답한다. 누군가 붙여주는 현란한 수식이나 칭찬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그가 선보이는 도전과 변주를 즐겁게 감상하면 될 일이다. 




입력 2017-07-11 10:10:09

  • 김은향 자유기고가 woocuma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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