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0

2015.01.05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 백승선 여행칼럼니스트 100white@gmail.com

    입력2015-01-05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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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콜로라도 주는 미국 스키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베일은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찾는 인기 많은 스키장이다.

    겨울 하면 눈에 대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눈이 쌓인 산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는 스키와 스노보드는 이젠 누구나 즐기는 대표적인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스키로 유명한 양대 산맥은 유럽 알프스산맥과 미국 로키산맥이다. 특히 로키산맥은 전 세계적으로 눈의 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중 콜로라도 주는 로키산맥을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스키장과 리조트가 많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전문 스키어는 ‘콜로라도’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렌다.

    콜로라도 주 안에서도 덴버(Denver)는 단연 스키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다. 덴버국제공항엔 스키어를 위한 전용 컨베이어 시스템 등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다. 스키장으로 연계되는 버스와 렌터카도 이용객이 이용하기 편하게 잘 구비돼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직 한국에서 가는 직항이 없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이동해야 한다.

    #스키리조트의 대명사, 베일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베일 스키장은 나무 사이를 달리는 블루스카이 베이슨을 비롯해 특별한 코스가 많다.



    덴버에서 70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비버 크리크, 키스톤 등 미국에서 유명한 스키장이 이어진다. 로키산맥을 뚫고 뻗어 있는 70번 도로 주변에 펼쳐진 변화무쌍한 풍경 또한 일품이다. 베일(Vail)은 1962년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큰 스키장으로 ‘베일 마운틴’으로 불리기도 한다. 리조트는 해발 2475m에 위치해 있다. 스키를 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527m에 이르며, 193개 코스 중 가장 긴 것은 4마일(약 6.4km)에 달한다. 코스의 절반 이상이 상급 수준으로 험난하며 연평균 적설량은 8.8m에 이른다. 11월 1일 일찌감치 개장해 4월 중순까지 운영된다.



    베일 마운틴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프런트 사이드와 블루스카이 베이슨, 그리고 백볼(back bowls) 코스가 그것이다. 지형이 옴폭한 모양의 대접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백볼은 베일을 유명하게 만든 코스로, 스키어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나무 사이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한 블루스카이 베이슨 또한 이곳을 찾는 스키어에게 사랑받는 코스다. 일명 트리 스키 코스로, 시야 옆으로 쌩쌩 지나가는 나무들이 멋지다. 하지만 해마다 나무에 부딪혀 다리와 팔, 얼굴 등을 다치는 사람도 많다. 쉽지 않은 코스라 스키 초보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대부분 스키를 타기 전부터 감탄사를 남발한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갈 때 보이는 로키산맥 주변의 경치 때문이다. 해발 1000m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다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이 많지만 다시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는 이도 적잖다. 그만큼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는 곳이 베일 마운틴이다.

    이곳은 오후 3시 30분이면 리프트의 운행이 중지된다. 한국처럼 야간스키를 즐길 수 없다. 3000m 이상 되는 고산에서 스키를 타기 때문에 근육 피로도도 심하다. 중간중간 쉬고, 카페인이 든 음료보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베일은 미국 최대 스키장답게 다양한 스키용품점과 식당, 명품점이 몰려 있어 쇼핑하기도 좋다. 그 때문인지 이곳은 스키 시즌이 아닌 때에도 여행자들로 붐빈다.

    #최고(最高) 스키장 브레킨리지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로키산맥의 장관을 보며 브레킨리지 숲 속을 달리다 보면 광대한 대지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브레킨리지(Breckenridge)는 아이다호 선 밸리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다. 미국인이 꼭 한 번 가봐야 할 인기 관광지이자,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키장으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고도가 높다 보니 스키를 타면서 로키산맥의 장관을 즐길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눈을 헤치며 숲 속을 달리다 보면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광대한 대지의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멀리서 보면 개미처럼 작은 스키어들이 태초의 자연으로 고꾸라지듯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스키장 정상은 해발 40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스키장 중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산 중간에 자리 잡은 숙박시설은 눈 속에 파묻혀 자연과 일체감을 준다. 브레킨리지에는 슬로프가 146개, 리프트는 27개 있으며, 894ha(약 9km2) 넓이에 가장 긴 코스는 5633m를 자랑한다. 보통 스키 시즌은 11월 초 시작돼 4월 말까지 이어진다.

    브레킨리지는 스키뿐 아니라 예쁜 도시로도 유명하다. 오래된 빅토리아풍의 주택이 고풍스러움을 자랑한다. 그중 많은 집이 상점으로 사용되는데 관광객들이 늘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동화 같은 도시에 모인 관광객들은 뛰어난 경관을 즐기면서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든다.

    #스노보더의 천국 애스펀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고풍스러운 빅토리아풍 주택이 많아 동화 속 마을 분위기를 내는 브레킨리지.

    스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명소가 있다. 애스펀 앤드 스노매스(Aspen · Snowmass)가 그곳이다. 덴버에서 서남쪽으로 약 3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스키장은 로키산맥에 있는 수많은 스키장 가운데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영화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며 미국과 유럽 부호, 유명 연예인의 별장이 많아 파파라치와 관광객의 관심이 집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곳 숙소들도 덩달아 요금을 비싸게 받는다. 교통과 쇼핑, 스키장 편의시설 등의 요금도 다른 지역보다 부담스러운 편이다. 지역민에겐 북미대륙에서 가장 비싼 스키 리조트로 ‘악명(?)’이 자자하다. 하지만 산 4개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이곳은 그럼에도, 또는 그 때문에 오히려 많은 스키어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4개 산에 펼쳐진 애스펀 마운틴(Aspen Mountain), 애스펀 하일랜드(Aspen Highland), 스노매스(Snowmass), 버터밀크(Buttermilk) 각각의 스키 지역은 저마다 특색을 가진다. 애스펀 마운틴은 곤돌라를 타고 한 번에 정상으로 올라가 로키산맥의 멋진 경치를 보면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서 오른쪽 지역 대부분은 상급자 코스로 슬로프의 경사가 심하며 슬로프의 폭도 협소하다. 왼쪽 지역은 슬로프의 폭이 넓고 경사가 다소 완만해 중·상급자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애스펀 하일랜드는 리프트와 체어리프트를 이용해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눈이 자연 상태로 있는 정상 부분은 최상급자에게만 허용될 만큼 코스가 험난하다. 하지만 중간 부분부터는 코스가 다소 넓어지고 경사도 완만하다. 스노매스 지역은 8.2km 길이의 최장 코스를 자랑한다. 산 폭도 넓어 84개 슬로프가 자리 잡고 있으며, 각 슬로프가 3개 봉우리로 연결된다. 적설량이 풍부해 스키어와 스노보더가 항상 붐비는 곳이다.

    버터밀크는 4개 스키 지역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고 높이도 낮다. 넓은 슬로프와 알맞은 경사, 그리고 한적한 슬로프에는 초·중급자가 많다. 익스프레스 체어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도착해 5km 가까운 최장 코스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로키산맥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로키 정상에서 꿈의 설원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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