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6

2017.07.12

스페셜 리포트

우리가 사장님이라고? 가맹 노동자!

한숨 나오는 오너리스크 · 본사 갑질 … 가맹점 보호체제 절실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7-07-10 13: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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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영업자는 하루하루가 고비다. 경기, 날씨, 전염병, 사건·사고 등 불확실한 요소에 따라 매출이 수시로 요동친다. 인건비와 임대료는 매년 오르고, 내 맘같이 일해줄 사람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 부럽지 않은 자영업자도 있지만 18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겐 먼 나라 얘기다. 최근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기업의 오너리스크와 갑질로 인한 브랜드 가치 하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6월 초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최호식(63) 전 회장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일식집에서 회사 여직원 A씨와 식사하면서 강제로 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는 기사가 난 것. 최 전 회장은 “신체 접촉은 있었으나 강제성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떠안아야 했다. 소비자는 즉각 불매운동을 벌였고, 가맹점 매출은 최대 40% 하락하는 등 예기치 못한 피해를 봤다.

    일부 누리꾼이 “잘못 없는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매운동 반대 목소리를 내고, 본사도 할인정책을 펼친 덕에 피해가 줄긴 했지만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힘들어졌다. 한 가맹점주는 “성추행은 회장이 했는데 왜 가맹점주들이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53쪽 상자기사 참조).



    오너리스크 때문에 매출 반 토막

    6월 말 국내 토종 피자브랜드 미스터피자(MP그룹)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미스터피자는 그동안 정우현(69) 전 미스터피자 회장의 친인척 관련 공급업체를 끼워 넣어 정상보다 높은 가격에 치즈를 공급해 가맹점주들로부터 질타를 받아왔다. 지난해 4월 미스터피자가맹점협의회는 집회를 열어 “본부가 치즈 가격을 정상 수준보다 높게 받는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업의 ‘갑질’을 뿌리 뽑겠다는 방침을 내세우자 검찰이 칼을 꺼내 들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일명 ‘치즈 통행세’로 50억 원대 이익을 빼돌렸으며, 횡령·배임까지 포함해 총 100억 원대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미스터피자는 또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보복 영업’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 해당 점주는 탈퇴 후 개인사업자끼리 연합한 피자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하다 채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3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직영점이 손실을 감수하는 출혈 영업으로 탈퇴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줬는지 수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 전 회장은 본사가 집행해야 할 광고비를 가맹점주에게 떠넘긴 의혹, 가맹점주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대량으로 판매한 의혹, 간판과 상호 크기 등을 미세하게 바꾼 후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업체를 통해 교체하도록 강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동재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점주들이 예전부터 거론해오던 문제들인데 이제야 검찰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해 4월에는 정 전 회장이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이 알려져 매출이 반 토막 났는데, 이번에는 언론에 갑질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또 피해를 입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다를 것이란 믿음으로 선택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를 둘러싼 잡음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지만 가맹점 수와 종사자 수는 증가세다. 6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 확정결과’에 따르면 2015년 가맹점은 교육서비스업을 제외하고 약 18만1000개로 3년 전에 비해 22.9% 증가했고, 전체 종사자 수 또한 약 66만 명으로 3년 전보다 35.9% 늘었다(그래프1 참조). 이 가운데 창업자의 선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편의점·문구점·안경점 등 도 · 소매업과 한식·제빵·피자·치킨·커피 등 숙박·음식점업은 전체 가맹점의 90%를 차지해 압도적인 비율을 보였다. 가맹점 창업을 고려하는 이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도 · 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을 선택하는 셈이다.



    가맹점당 영업이익 늘었지만 영업시간도 늘어

    매출은 어떨까. 교육서비스업을 제외한 2015년 가맹점 전체 매출액은 약 50조3000억 원, 영업이익은 5조 원가량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9%인데, 이는 3년 전과 비교할 때 0.3%p 증가한 수치로 지표상으로는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종별로는 표정이 나뉜다.  도 · 소매업이 약 1조5300억 원으로 3년 전에 비해 1.4%p 하락했고, 숙박·음식점업은 2조8600억 원가량으로 3년 전보다 2.1%p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각 가맹점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벌었는가 하는 점이다. 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매출은 3년 전보다 전반적으로 늘었다. 가맹점당 매출액은 도 · 소매업은 약 4억5000만 원, 기타 서비스업 약 2억2000만 원, 숙박·음식점업 약 2억1000만 원이다.

    여기에 영업비용을 뺀 나머지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기타 서비스업이 약 3110만 원, 도 · 소매업 약 2890만 원, 숙박·음식점업 약 2610만 원 순이다. 이 가운데 숙박·음식점업의 영업이익은 3년 전보다 600만 원가량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그래프2 참조).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근무 환경은 열악해졌다. 전체 가맹점 가운데 8~10시간 일하는 사업장이 3만800개 정도로 가장 많았고, 14시간 이상 일하는 사업장도 1만4300개가량이나 됐다. 종사자 수가 약 40만 명으로 가장 많은 숙박·음식점업은 12~14시간 일하는 사업장이 2만8500개 정도로 가장 많았고 10~12시간 약 2만4800개, 14시간 이상 약 2만100개 순이었다. 가맹점 대부분이 10시간 이상씩 일하는 셈이다. 휴무일 없이 일하는 숙박·음식점업 가맹점도 약 4만9800개로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사업장이 강행군을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믿었던 본사가 갑질해 상실감 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맹점은 많이 일하고 그만큼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사무국장은 “불황, 물가상승, 인건비 인상, 임대료 상승은 늘 자영업자의 발목을 잡아왔던 문제다. 요즘은 가맹 브랜드의 출혈 경쟁과 본사 갑질 문제, 오너리스크 등 브랜드 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까지 가맹점주의 몫이됐다. 소비자의 피드백이 과거에 비해 빨라져 매출 타격도 즉각적이다. 경기가 좋으면 일부 사소한 문제는 이겨낼 수 있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속수무책”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가맹점주들이 가장 고통받는 부분은 본사가 사업을 도와주기는커녕 물품을 강매하고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는 등 갑질을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 가맹점주 피해사례 발표 및 법개정 촉구 대회’에서 나온 본사 갑질 사례는 매우 다양했다.

    각종 국산 식재료 사용을 강조하며 2015년 문을 연 프리미엄 김밥전문점 ‘바르다김선생’은 가맹점에 식용유, 일회용 숟가락 등 일반 공산품을 포함해 전체 품목의 3분의 2를 본사를 통해 구매하게 했다. 결국 전체 매출액에서 원부자재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 48%를 넘었는데, 이는 월 4000만 원 매출을 올려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주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불만을 가진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결성하고 항의하자 본부는 단체 대표와 핵심 활동 점주 3명에게 가맹 계약 해지 통보를 했다. 본사는 점주들을 상대로 간판을 내리라며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계약기간이 상당기간 남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바르다김선생 본사 측은 “점주협의회 활동과 무관하게 해당 가맹점은 품질, 서비스, 위생 등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아 계약 해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원부자재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최상품을 공급하고자 특정 지역의 식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식자재보다 가격이 높을 수 있다”고 답했다.

    2000년 창립 이후 원플러스원(1+1) 정책으로 인기를 끈 국내 피자브랜드 ‘피자에땅’도 본사의 갑질에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높다. 피자에땅은 치즈·새우·햄 등 식재료를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가맹점에 판매했고, 한 판 가격에 2개라는 저가정책을 고수해 점주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지역 주민이 붙이지 못하게 하는데도 전단 인쇄물을 강제로 구매하게 했다.

    2015년 3월 피자에땅 가맹점주단체가 만들어지고 인천의 한 가맹점주가 핵심간부로 활동하자 본사는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가맹점주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본사는 점주를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났다.

    피자에땅 본사 측은 “해당 점주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300여 가맹점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는데 각각 의견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전단 강제 구매와 관련해서는 “전단은 가맹점마다 원하는 수량이 다르고 점주들의 필요에 의해 만드는 것으로, 본사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본사의 갑질보다 더 큰 문제는 점주들이 본사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쉽게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막고자 2013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의 단체구성 법안이 통과됐다. 친목단체 성격으로 모이던 점주들은 공식 협의회를 만들었고, 2015년 3월에는 6개 외식협회를 주축으로 가맹점주협의회가 발족했다. 지난해에는 외식 외에도 서비스, 편의점 등 10여 개 단체가 합세했다.



    갑질보다 심각한 보복 행위

    그러나 프랜차이즈 브랜드 및 가맹점 수에 비하면 가맹점주협의회 규모는 매우 작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에 100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한 프랜차이즈 본사가 280개가량 된다. 그 가운데 전체의 10%에 못 미치는 21개 협의회가 모여 있다. 우리나라에는 가맹점주협의회를 만들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는 대부분 본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말썽을 일으키는 점주에게는 본사에서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이동재 회장은 “미스터피자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제는 이를 부각하기보다 언론 접촉을 자제하고 싶다”며 그 이유에 대해 “협의회 활동을 하면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다. 예를 들어 본사의 말을 잘 듣는 가맹점에는 여러 혜택을 주면서 협의회에 가입한 사람에겐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일방적인 가맹점 해지도 문제다. 치킨 프랜차이즈 ‘비비큐(BBQ)’는 2005년 식용유를 올리브유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판촉비를 가맹점에 떠넘겼고, 3년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행위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가맹점주 수십 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며, 2014년 1심에 이어 이듬해 2심에서도 승소했다.

    그런데 본사는 2008년 소송에 참여했던 10여 개 가맹점주에게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시설물과 비품, 집기 등을 원상복구하라고 했다. 점주들은 가맹 계약 종료 90일 전 통지하지 않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고발했지만, 결론적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소송하는 데만 10년 걸렸는데 결과적으로 집행부로 활동한 사람들은 가맹 해지돼 가게를 접고 협의회를 떠났다. 가맹점주들은 협의회 소속 점주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에 더욱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가 어떤 목소리를 내든 이를 보호해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본사 갑질과 부당한 보복 행위를 막으려면 법적 보호 틀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과제 가운데 하나로 본사와 가맹점주의 상생협약을 추진했다. 협약을 맺는 가맹점은 늘었지만 법적 효력이 없다. 김태훈 사무국장은 “본사가 상생협약을 지켜야만 점주의 권익이 담보되는 것”이라며 한 사례를 들었다.

    “피자헛 본사가 부산 한 가맹점에 대해 2007년 통과된 가맹사업법 내 ‘10년 계약 유지’ 항목을 거론하며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가맹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본사에서 맺은 상생협약 안에 ‘10년이 지나도 일방적으로 해지 않겠다’는 내용이 있었죠. 법원은 본사의 가처분소송에 대해 가맹점주 손을 들어줬어요. 본사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법원은 이행 의무가 따르는 협약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것이 상생협약의 법적 효력을 인정한 첫 사례인데 이것만 제도화해도 가맹점주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가맹점주 보호해줄 법안 절실

    이 밖에도 본사의 탈퇴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보복 영업 금지 법안, 본사 물류 강매 금지 법안, 가맹점주 단체교섭 자유권 보장 법안 등 세부적인 내용을 포함한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필요하다는 점주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5월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가맹본부의 보복 조치 금지 규정 신설 등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며 “가맹점의 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실태를 파악해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40, 50대 퇴직자가 은퇴자금으로 가맹점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고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퇴직자는 노동시장의 제도적 틀에서 벗어나 소외된 부류다. 사실 가맹점 사장은 가맹 노동자, 자영 노동자라고 봐야 한다. 또 현재 프랜차이즈 출혈 경쟁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것이 원인이다. 노동시장이 안정되고 고용이 창출되면 가맹점과 프랜차이즈 수도 줄어들 것이다. 균형을 맞추려면 정부가 하루빨리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프랜차이즈? 노하우를 사는 것 … 본사 리더십과 가맹점 팔로십 맞물려야잡음이 많지만 창업 초보자는 프랜차이즈의 문을 두드린다. 수중에 돈은 있는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창업컨설팅 회사에 창업 문의를 하자 각종 가맹점을 추천하며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강조했다.

    담당 창업 전문가에게 창업 의사를 밝히자 질문이 쏟아졌다. 자금 융자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은 어디인지, 어떤 업종을 생각하는지, 원하는 브랜드가 있는지, 생각하는 위치가 있는지 등 개인 상황에 맞는 가맹점을 추천해주고자 했다.

    투자금 1억 원에 맞는 프랜차이즈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한 번쯤 들어봤던 브랜드는 거의 2억 원부터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디야 커피숍도 기본 2억5000만 원 이상 투자금이 들어간다. 1억 원이면 공차, 빽다방 등 매장 규모가 협소한 브랜드 위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초기 투자비는 보통 1000만~ 3000만 원이며, 가맹비와 교육비가 들어가고 창업 이후 브랜드에 따라 매달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곳이 있다”며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투자금 대비 수익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묻자 “순수익은 프랜차이즈 업체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을 잡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투자비가 높을수록 수익도 높을 수밖에 없다. 가맹점은 일단 안정적이고 초기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적기 때문에 창업 희망자 대부분이 믿고 투자한다. 사장이 어떤 식으로 사업체를 운영할지에 따라 수익은 달라지는 것”이라며 자신의 능력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창업은 직장생활과는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프랜차이즈는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또 소비자도 브랜드 인지도를 보기 때문에 창업자가 ‘동네 빵집보다 파리바게뜨가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프랜차이즈 창업은 본사가 구축한 시스템을 돈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본부는 그야말로 헤드쿼터, 사령부와 같다. 마케팅 특성상 가맹점을 통제하면서 경쟁한다. 이 때문에 교육, 지원 등의 방식으로 점주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본사의 갑질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가맹점주가 희망을 갖고 일하려면 본사의 투명 경영에 기반을 둔 리더십과 가맹점의 팔로십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경기도 한 호식이두마리치킨 가맹점주 "5년간 가맹점 운영, 힘든 시간이었어요."그는 동네에서 ‘호식이 사장님’으로 불렸다. 첫 2년은 실패했지만 자리를 옮긴 곳에서 3년간 장사하면서 단골도 많이 생겼다. 배달 아르바이트생도 4명까지 고용했고, 주방아줌마 월급도 잘 쳐줬다. 맞벌이하는 아내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휴일도 없이 일했다. 치킨 장사하면서 매출 1위를 한 번 찍어보자는 다짐도 있었다. 노력의 결과는 매출로 나타났다. 월 매출 4000만 원에 순수익이 800만~900만 원까지 나왔다. 경기권에서 10위 안에 올랐고, 전국 가맹점 가운데 상위 5%에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인건비는 매년 오르고, 닭값도 치솟는 데다 본사 회장의 성추행 사건까지 터졌다. 결국 그는 6월 가게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내놨다.

    “이젠 정이 떨어졌어요. 5년이나 했는데 한 번도 마음 편히 장사한 적이 없어요. 2015년에는 메르스(MERS · 중동호흡기증후군), 지난해 여름엔 닭 폐사, 겨울엔 AI(조류독감)까지 터졌습니다. 닭이 폐사하면 2~3개월 뒤엔 여지없이 닭값이 올라요. 6월 3일 AI가 발생했다는 기사가 뜨는데 머리가 너무 아팠어요. 이튿날 회장 성추행 사건까지 터져 이제 장사를 접어야겠다는 확신이 섰죠.”

    회사생활 접고 창업, 애착 컸지만 각종 악재에 지쳐

    원래 그는 건설회사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2010년 들어서부터 건설 경기가 나빠져 이직을 고민하던 차에 친구가 호식이두마리치킨을 창업하자 수입이 궁금했다.

    “한 달 수입이 제 월급보다 많더라고요. 바로 아내와 상의해 창업했죠. 초반에는 사업 수완이 없으니 장사가 잘 안 됐고, 손해를 보면서 접었어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권리금 700만 원짜리 고깃집 자리에 다시 오픈했어요. 본사 지원이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미워도 내 자식이라고, 그는 호식이두마리치킨에 애착이 컸다. 오전 10시 출근해 새벽 1시 문을 닫는 일상을 성실히 이어갔다. 배달을 직접 나가면 마주치는 사람에게 먼저 ‘호식이치킨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주문받으면 ‘이 집은 일주일 2번, 이 집은 매주 화요일’ 식으로 외우며 단골도 살뜰히 챙겼다. 그런데 늘 닭값이 골치를 썩였다.

    “닭이 매주 화 · 목 · 토요일에 들어오는데 심할 때는 매번 값이 달라져요. 본사에서 닭값을 절대 공개하지 않아요. 확실한 건 치킨 장사가 잘되는 성수기엔 닭값도 오르고, 비수기엔 내린다는 거죠. 지난겨울 AI 파동 때문에 올해 들어서는 성수기, 비수기 없이 계속 올랐습니다. 제발 좀 떨어져라 기다리는데 언제 떨어진 줄 아세요? 최호식 전 회장 성추행 사건 터지고 바로 닭값이 4500원에서 3000원까지 내려가더라고요. 그동안 본사에서 그냥 올리고 있었다는 거밖에 말이 안 되잖아요. 배신감이 너무 컸습니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본사에서 2000원 할인행사를 한 덕에 겨우 판매율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20% 떨어진 수치였다.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건 주변의 시선이었다.

    “배달 갔더니 ‘사장님 힘들까 봐 시켰어요’라고 하는데 동정하는 것 같아서 너무 듣기 싫더라고요. 내가 성추행한 것도 아닌데 주변에 인사하고 지내던 밥집 사장님, 미용실 사장님 얼굴 보기도 창피한 거예요. 제가 이런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초반 애들은 어떻겠어요. 평소에도 배달 가면 누가 뭐라고 할까 봐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다니는 애들인데 성추행 치킨이라며 욕먹었다고 하니까 짠하더라고요.”

    본사는 몸을 낮췄다. 7월 한 달간 판매하는 치킨 마리당 500원, 순살 kg당 1000원씩 집계해 8월에 가상계좌로 입금해준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하지만 그는 “믿음이 안 간다. 그냥 쇼라는 생각만 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가게를 매각하고 직장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5년간 치킨 가맹점을 운영한 시간은 힘든 기억 뿐이다.

    “가맹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절대 하지 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막연하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뛰어들면 99% 망해요. 진짜 하고 싶으면 그쪽 분야에서 아르바이트부터 하면서 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든가, 레시피 배워서 개인적으로 차리는 게 백번 낫죠. 저는 5년간 ‘가맹점으로는 절대 돈 못 번다’는 거 딱 하나 배웠어요. 주변에서 한다고 그러면 진심으로 말릴 겁니다.”

    호식이두마리치킨 본사 관계자는 닭값이 유동적인 것에 대해 “육계는 생물이다 보니 외부환경에 따라 값이 바뀐다. 가맹점이든 도매상이든 마찬가지다. 원가가 정해져 있는데 닭값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6월 초 본사 회장 성추행 사건 이후 닭값이 내려간 것에 대해서는 “2000원 할인 행사를 하면서 점주 피해를 덜어주기 위해 손해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본사가 내릴 수 있었던 부분이 아니냐고 묻자 “두 마리를 2만 원에 팔려면 닭값이 싸야 한다. 이미 타 브랜드에 비해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장 성추행 사건 이후 가맹점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곧바로 점주 대표, 본사 측,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상생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위원회의 자문을 받으면서 가맹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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