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0

2015.01.05

5년 뒤 소비 주역은 젊은 노인층

주거비·의료비 늘고 교육비 감소폭 커…고령친화사업이 신성장동력

  •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k1009@hri.co.kr

    입력2015-01-05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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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뒤 소비 주역은 젊은 노인층

    2012년 12월 2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2012 스마트 시니어 페스티벌’에서 총 30개 가족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인터넷 활용 능력을 겨루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국에서는 어느새 고령가구(65세 이상)가 일반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전체 가구에서 고령가구의 비중은 2000년 이미 7%를 넘었고 2017년 14%, 2026년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는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치지만, 특히 소비에 직접적으로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연령대별로 소비하는 품목이 다르기 때문. 쉽게 말해 인구가 늙어갈수록 고령인구가 많이 소비하는 품목은 수요가 늘고, 반대로 이들의 소비가 적은 부분은 수요가 감소한다. 고령가구 증가 추세가 국내 소비시장의 핵심 변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은 고령가구가 1970년 이미 전체 가구의 7%를 넘어섰고, 95년 14%, 2006년 20%를 넘었다. 한국보다 20~30년 빨리 고령화를 맞이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고령층의 소비 비중이 높은 주거 관련 서비스와 보건, 가사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다. 반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교육 관련 지출은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두 가지 변수, 인구효과와 소득효과

    5년 뒤 소비 주역은 젊은 노인층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연령별 소비구조도 일본과 유사하다. 일차적으로는 비슷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한국의 연령별 소비구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60대 이상 고령가구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의료와 관련한 지출 비중이 높고 주거비, 식료품 관련 지출도 많았다. 이에 반해 30~50대 장년 가구는 교육 관련 지출 비중이 높고, 의식주 관련 소비 비중은 낮다. 20대 이하 가구는 교통이나 외식 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5년 후인 2020년을 염두에 두고 이를 예상해보자. 가구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인구효과와 소득효과로 나눌 수 있다. 인구효과란 가구주 연령이 증가하면서 고령층이 소비하는 품목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뜻하고, 소득효과란 가구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가계의 소비 형태가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고려해보면 품목별 소비지출 비중이 어떻게 변해갈지 개략적으로나마 예상할 수 있다.

    이들 변수를 동시에 고려할 경우 소비지출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는 항목은 주거비다. 고령층은 전·월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임차 비용에 대한 지출이 크고, 노후한 주택을 수리하는 데도 적잖은 비용을 지불한다. 또한 외출 빈도가 높지 않아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양도 상대적으로 많다. 여러모로 인구 고령화는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변수를 감안하면 2013년 가구 전체 지출 가운데 11.6%를 차지하던 주거비는 2020년 12.2%로 0.6%p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그래프1 참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육체적으로 취약한 고령층은 보건 분야에서도 지출이 많다. 보건은 2013년 소비지출에서 6.8% 비중이었지만, 2020년에는 7.2%로 0.4%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인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지출도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가사 서비스나 의류 및 신발 비용, 교통비 등은 고령화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겠지만, 앞으로 각 가정의 소득이 늘어난다면 이들 항목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도 늘어날 공산이 있다.

    거꾸로 미래에 지출 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교육과 식료품, 음식·숙박 등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항목은 교육비다. 2013년 10.5%에서 2020년 9.3%로 1.2%p나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그래프2 참조). 저출산에 따라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교육 관련 산업의 수요도 빠르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식료품, 술, 담배 같은 품목의 경우 인구 고령화가 지출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소득 요인에 따른 감소 효과가 이를 능가하는 경우다. 결과적으로 전체 지출에서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식료품 지출 비중은 2013년 14.2%에서 2020년 13.9%로 0.3%p 감소하고, 주류 및 담배는 1.2%에서 1.1%로 0.1%p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음식·숙박, 오락·문화 등의 지출 비중은 외식과 문화생활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가구의 특성을 감안하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숙박은 2013년 12.9%에서 2020년 12.8%로 0.1%p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오락·문화의 지출 비중도 5.6%에서 5.5%로 0.1%p 감소할 것이다. 통신비는 인구 고령화와 소득 증가가 동시에 지출 비중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2013년에는 전체 소비지출의 6.1%를 차지했지만, 2020년에는 5.7%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부담 경감 시급

    다시 일본의 경우로 돌아가자. 일본 경제는 이러한 품목별 수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내수시장이 침체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우울한 결과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우리 역시 고령화에 따른 소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 커다란 복병으로 등장할 공산이 크다.

    고령화가 소비 수요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증가가 예상되는 분야로 노동이나 자본 등이 원활하게 이동해야 한다. 특히 노동력은 자본에 비해 산업 간 이동이 원활하지 않으므로, 정책당국은 이러한 재구성이 적절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고령가구의 주거비나 보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4대 중증질환 보장 강화, 3대 비급여 제도 개선 등 의료비 부담 경감 정책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복지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를 수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주택을 활성화해 전·월세 가격을 안정화하는 등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산업구조 차원에서는 요양 서비스나 금융자산 관리 서비스 등 고령친화산업을 주요 신(新)성장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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