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6

2017.07.12

마감有感

제발 그렇게 되기를!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7-10 10: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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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을 쓰려고 오랜만에 책을 정독했다. ‘칭기스칸, 신 앞에 평등한 제국을 꿈꾸다’는 전혀 몰랐던 칭기즈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동안 칭기즈칸에 대해 세계 제국을 건설한 대단한 인물이지만 무수한 학살과 파괴를 저질렀다는 양면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몽골인을 싫어했던 ‘페르시아 연대기’ 작가 주즈자니는 칭기즈칸을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학살자였으며, 적들을 거꾸러뜨리는 자였으며, 겁이 없고 다혈질이고 잔인한 인물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렇게 종교와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칭기즈칸이 이 책에 따르면 종교 본질에 대해 심오한 통찰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제국에서는 이슬람교, 기독교, 유교, 불교, 도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 등 무수한 종교가 세속보다 더 높은 권세를 갖고 있었다. 칭기즈칸은 자신이 만난 모든 종교의 도덕적 진실을 귀중하게 여겼다. 그래서 로마제국처럼 기독교를 핍박하지 않고 제국 내 종교의 자유를 허용했다. 내 종교의 진실이 소중하면 다른 종교의 진실도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칭기즈칸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종교적 권위를 주장하고 남용한 사람을 불신했다는 점이다. 종교의 이상은 존중하되 그 행동과 결과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는 현실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파격적인 교육개혁을 일선에 내걸었다. 그의 교육 이상은 오랫동안 쌓고 쌓아온 내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이상이 현실로 드러날 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부에 찌든 아이들에게 영어·수학만이 아닌, 폭넓은 교육을 시키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학업 성취의 다양성도 인정할 필요는 없는 것인지. 칭기즈칸이 모든 종교에 문을 열었듯이 말이다. 획일화된 교육을 막으려고 다른 차원의 획일성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불투구이. 몽골어로 ‘제발 그렇게 되기를!’이란 뜻이다. 우리의 교육개혁도 제발 그렇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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