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2014.12.29

영하 10도 포도 동장군의 물방울

감미로운 단맛, 아이스와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12-29 1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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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하 10도 포도 동장군의 물방울

    이니스킬린은 리슬링, 비달,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아이스 와인과 스파클링 아이스와인을 생산하고 있다(위). 이니스 킬린의 아이스와인용 포도들.

    명품 와인은 대부분 온화한 기후에서 생산되지만 추운 지방에서 더 잘 만들어지는 와인이 있다. 바로 아이스와인이다. 아이스와인은 포도가 얼어야 만들 수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포도 안의 수분이 제일 먼저 얼고 어는 점이 낮은 진한 당분일수록 액체 상태로 남는다. 포도를 언 상태로 바로 으깨면 단맛과 향이 농축된 즙이 얻어지고 그것을 발효하면 아이스와인이 된다.

    아이스와인은 1829년 독일에서 처음 생산됐다. 당시 독일에선 나무에 달린 채 수분이 날아간 포도로 와인을 생산했다. 당도가 높고 늦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빨리 닥쳐온 추위로 포도가 얼고 말았다. 당시 와인 제조 농부들은 늦게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 수 없게 되자 얼어버린 포도를 가축사료로나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언 포도에서도 달고 향긋한 즙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아이스와인 제조법을 터득하게 됐다.

    독특한 맛의 아이스와인 제조법을 발견한 건 독일이지만 지금까지 많은 양을 생산하진 못했다. 독일 겨울이 혹독하게 춥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금도 아이스와인보다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반면, 겨울이 더 춥고 긴 캐나다는 아이스와인 생산에 적격이다. 캐나다는 1983년 처음 아이스와인 생산을 시도했는데, 온타리오 나이아가라 지역에 위치한 이니스킬린(Inniskillin) 와이너리가 첫 도전자였다.

    이니스킬린은 아이스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수확하지 않은 채 겨울이 오기를 기다렸다. 첫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새들이 포도를 다 쪼아 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니스킬린은 이듬해인 1984년 포도나무에 그물을 쳐 겨우 첫 번째 아이스와인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91년 이니스킬린의 아이스와인이 프랑스에서 열린 빈 ‘엑스포(Vin Expo)’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캐나다 아이스와인은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다른 와이너리에서도 아이스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이스와인을 생산하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최고 품질을 위한 캐나다 아이스와인의 제조법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포도는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떨어진 다음에야 수확하고, 포도 당분도 리터당 최소 340g이 돼야 한다. 튼실한 포도를 얻기 위해 한 그루에서 몇 송이만 길러내기 때문에 생산량도 같은 넓이에서 생산되는 일반 와인용 포도에 비해 10%밖에 되지 않는다.

    캐나다에선 와인에 즐겨 쓰는 리슬링 포도 품종 외에 독특하게도 백포도인 비달(Vidal)과 적포도인 카베르네 프랑으로도 아이스와인을 만든다. 리슬링으로 만든 와인이 레몬, 라임, 열대과일향을 우아하게 선보인다면, 비달 와인은 복숭아와 살구, 마멀레이드의 달콤한 향을 진하게 내뿜는다. 카베르네 프랑 와인은 선홍색과 농익은 딸기향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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