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9

2014.12.29

다음카카오, 송금 콜택시 신사 시작은 창대하나 곳곳에 암초

국내외 경쟁사 만만찮아…규제 보안심사 등 까다로워

  • 오은지 전자신문 기자 onz@etnews.com

    입력2014-12-29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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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카카오, 송금 콜택시 신사 시작은 창대하나 곳곳에 암초

    2014년 11월 2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인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란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2014년 10월 1일 모바일 메신저 업체 카카오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합병으로 다음카카오가 출범했다. 국내 PC(개인용 컴퓨터)·모바일 인터넷 사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합병하자 주식시장에서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10만 원 이하에 머물던 카카오 주가는 합병 발표 직후부터 치솟아 현재 시가총액은 7조 원을 넘는다. 다음이 제공하던 검색, 지도, 전자상거래, 블로그, 카페 서비스가 모바일을 만나 PC와 모바일 양쪽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후 다음카카오가 하는 신사업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기대에 호응하듯 다음카카오는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했다. 2014년 11월 모바일 지갑 ‘뱅크월렛카카오’를 내놓은 데 이어 12월에는 모바일 콜택시 사업 계획을 밝혔다. 뱅크월렛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이용해 간편하게 현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선불전자지갑 ‘뱅크머니’에 미리 일정 금액을 충전해두고 카카오톡 친구에게 보내거나 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한다. 공인인증 절차가 없고 계좌번호를 적지 않아도 돼 1~2초 안에 송금할 수 있다. 금융사고 위험 때문에 1회 10만 원, 1일 50만 원이 송금 한도다.

    2014년 9월에는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도입해 지금까지 2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각종 쇼핑몰 결제를 카카오톡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톡에 신용카드를 등록해두고 별도 입력 절차 없이 터치 몇 번으로 결제한다. 여기에 새해부터 도입할 예정인 모바일 콜택시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자기 위치를 입력하면 가까운 곳에 있는 택시를 배차하는 시스템이다.

    다른 산업 연계 융합서비스 포석

    다음카카오의 금융서비스는 아마존(아마존페이먼트·아마존월렛), 알리바바(알리페이), 페이팔, 구글(구글월렛), 애플(애플페이) 등 글로벌 업체와 국내 NHN(라인페이) 및 기존 은행들과 경쟁한다. 인터넷 기업들이 선점을 노리는 금융·콜택시 사업은 가입자가 이용하는 빈도에 따라 수익이 나는 구조다. 특히 송금서비스는 가입자 양측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해야 이용할 수 있어 가입자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



    인터넷 업체가 성공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안착한 사례는 대부분 유통업을 끼고 있는 경우다. 알리바바, 아마존, 페이팔 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접 전자상거래업을 하거나 유통업체와 손을 잡은 덕분이다. 구글 ‘구글월렛’이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건 온라인 유통업계를 끌어들이지 못했고 오프라인에서 확산 속도도 느렸기 때문이다.

    두 기준에서 보자면 다음카카오의 신사업은 해외에서는 글로벌 업체에 비해 확실히 불리하다. 해외 가입자 기반이 거의 없는 다음카카오가 외국계 업체들과 경쟁해 이기기는 쉽지 않다. 다만 국내에서는 승산이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는 2014년 3분기 3721만 명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대부분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절반만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도 국내 시장을 석권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유통업과의 제휴 측면에서 보면 일단 캐릭터, 선물쿠폰처럼 직접 판매하거나 카카오스타일처럼 유통을 중개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음 오픈마켓 판매자를 모바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개연성도 있다.

    2014년 12월 22일 다음카카오는 투자 전문회사 ‘케이벤처그룹’에 1000억 원을 추가 출자하는 등 통 큰 투자를 예고했다. 결제 플랫폼을 가진 만큼 단순히 금융서비스 성공을 바라기보다 다른 산업과 연계한 융합서비스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융서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모바일 콜택시 역시 가입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활성화에 탄력이 붙는 플랫폼 사업이다. 콜택시도 택시기사와 승객이 모두 앱을 다운로드해야 한다. 지역성도 강해 각 지역 특성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국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처럼 각국 법률에 따라 불법성을 띨 여지도 많다. 정부기관이나 토착 운수업계와 소통이 활발한 토종업체가 유리하다. 카카오택시는 글로벌업체 우버가 불법 논란에 휩싸인 것을 고려해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연계해 반발을 피하고 개인 및 렌터카는 배제했다. 국내 경쟁 상황을 살펴보면 NHN과 SK플래닛이 각각 모바일 콜택시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다음카카오는 택시업계와 손을 잡아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감청 사태 등 외부 요인 잠복

    하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카카오택시와 동일한 모델은 이미 2012년부터 국내에 있었다. 독일 벤처투자 전문업체 로켓인터넷의 한국지사가 투자 및 설립한 ‘이지택시’가 모바일 콜택시 앱을 선보였다. 이 회사는 택시기사들에게 직접 영업하는 방식을 써왔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콜택시처럼 중앙에서 배차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 개별 택시기사가 승인하는 형태라 콜택시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졌다. 다음카카오도 동일한 문제를 겪을 여지가 있다. 또 이동통신사, NHN 등 경쟁사와의 서비스 경쟁이 수수료 가격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監聽) 사태와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소환된 일 등 사법부의 움직임도 다음카카오가 사업을 하는 데 걸림돌이다.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다는 특성 때문에 외부 요인에 의한 충격이 더 크다.

    2014년 12월 21일 금융결제원과 한국은행은 내년부터 뱅크월렛카카오의 송금 건수와 금액을 한국은행 통계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분기별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서 서비스 등록 고객 수와 이용 건수, 이용 금액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파악한 핀테크 관련 규제는 10여 개에 달한다. 금감원 심의 신청 자격이 은행, 신용카드사,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밖에 없어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려면 이들과 제휴하는 수밖에 없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보안성 심사도 여전히 까다롭다. 뱅크월렛카카오나 카카오페이는 한 번 설치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처음 등록할 때 PC에서 액티브엑스(Active X)를 설치하고 공인인증을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편리한 송금 방법을 제공하지만 초기 이용자에게는 은행을 통한 기존 방식과 차이가 없고 보안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보안성 심사 폐지론까지 제기하지만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거친 터라 당장 보안 관련 규제를 모두 걷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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