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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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의 놀이터 블라인드 아십니까?

폐쇄형 SNS, 회사 불만부터 맛집까지 솔직 토크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11-24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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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의 놀이터 블라인드 아십니까?

    한 대기업의 ‘블라인드’ 커뮤니티. 익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구성원이 다채로운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연봉 협상부터 관리자 뒷담화까지 다양한 내용이 오간다.

    “회사가 이번에 흑자면 성과금은 나올까요?” “일 안 하는 관리자” “직원 좀 챙겨줬으면 좋겠네요” “워킹맘의 슬픔”….

    직장인들이 솔직해졌다. 한 대기업 직원들이 즐겨 찾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를 슬쩍 들여다봤다. 익명성의 힘일까. 이들은 평소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든 회사에 대한 불만부터 직장 생활을 하며 겪는 고충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연봉과 인센티브, 복지, 조직 개편 같은 주제부터 회사 주변 맛집 공유까지 주제도 다양했다.

    블라인드는 모바일 서비스 스타트업 팀블라인드가 만든 직장인을 위한 폐쇄형 SNS다. 시크릿, 위스퍼 등 해외 익명 SNS와 기본적인 성격은 같지만, 사용자 간 커뮤니티가 구축된 것이 강점이다. 익명성과 보안성을 내세운 덕에 오픈한 지 1년도 채 안 됐지만 네이버, KT, LG전자,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신한은행 등 59개 국내 대표 기업의 직장인들이 사용한다. 가입과 인증 모두 해당 회사 e메일로만 가능해 사칭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동종업계 참여하는 ‘라운지’도 마련

    자기 회사 블라인드가 없다면 팀블라인드 측에 요청해야 한다. 여러 기업 소속의 직원들이 동시에 신청할 경우엔 신청자가 많은 기업부터 차례로 열어준다. 스마트폰에서 블라인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하고 ‘우리 회사가 없다면?’ 버튼을 누르거나 블라인드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11월 17일 조선·중공업 업계에서 처음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블라인드가 열렸다. 팀블라인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블라인드는 어쩔 수 없이 경직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내 소통을 촉진하고자 만들어진 서비스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하는 동료끼리도 자기 검열로 진짜 속내를 표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동료들과 편하게 소통해보고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가 있는지,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길 바란다. 사람들과 진짜 솔직하게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할 거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블라인드의 모태는 2012년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대나무숲’이다. 특정 분야 종사자들이 업계 한풀이를 하고자 공용으로 쓰던 트위터 계정을 지칭하는 말로, 옛날이야기 속 이발사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대나무숲’에서 이름을 따왔다. 사용자가 ‘을’인 경우가 많아 뒷담화 대상은 주로 ‘갑’이었다. ‘출판사 옆 대나무숲’ ‘광고회사 옆 대나무숲’ 같은 식으로 쓰이며, 계정 비밀번호를 공유해 익명으로 수다를 떨었다. 그러나 계정끼리 인신공격을 하거나, 계정이 해킹당하고 글이 지워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자체적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블라인드는 최근 인기에 힘입어 동종 업계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도 마련했다. IT(정보기술), 금융, 항공에 이어 열린 ‘방송 라운지’에서는 KBS, MBC, SBS, CJ E·M 등 방송사 직원들이 익명으로 서로의 고충을 나눈다. 직장인 사이에서는 온라인 대나무숲에서 킥킥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한다. 기자도 접속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신문사나 잡지사 중에는 블라인드가 개설된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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