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2014.09.29

“월요병에 걸리고 싶다고요? 남다른 강점 강조할 것”

인터뷰 | 신길자 취업컨설턴트의 취업 전략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9-29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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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병에 걸리고 싶다고요? 남다른 강점 강조할 것”
    “추석 연휴 앞뒀는데 업무가 산더미라 고향 내려가는 건 꿈도 못 꾸죠. 야근은 늘 기본이고 회식은 새벽까지. 이런 전쟁터 같은 직장, 갖고 싶어요~.”

    명절 때 집에 가지 않은 당신. KBS 2TV 개그콘서트 ‘렛잇비’ 코너에 깜짝 출연한 취업준비생(취준생)의 노랫말은 그 누구도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대기업에 취업한 초년병은 쏟아지는 업무와 야근 스트레스로 월요병이 도질 지경이라지만, 취준생 처지에서는 그런 푸념이야말로 사치다.

    나가 놀자니 불안하고, 집구석에 있자니 눈치가 보여 슬그머니 노트북컴퓨터 전원을 켠다. 인터넷 취업 포털사이트를 들락거리고 가십기사와 웹툰으로 머리를 식히다 신춘문예에 등단할 기세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라는 생각에 멍해진다. 그나마 면접 볼 기회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문자메시지로 ‘탈락’을 안내하는 기업의 친절 마인드에는 눈물이 난다. 목구멍으로 털어 넣는 소주 한 잔이 쓰다.

    취업할 기업 철저 분석은 기본

    도대체 왜 나는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질까. 인성면접에서 떨어지는 나는 진정 인성이 글러먹었을까. 면접에서 무슨 실수를 했기에 최종 합격을 못 했을까. 너무 자책하기 전 ‘취업 전문가’ 신길자(37·사진) 취업컨설턴트의 이야기부터 듣고 가자. 코리아써치경력개발연구소 소장인 신 컨설턴트는 ‘뽑히는 자기소개서’ ‘뽑히는 면접’ ‘여자취업백서’ 등 다수의 취업 관련 서적을 내고 주요 대학에서 취업컨설팅을 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언니의 취업가게’에서도 무료로 취업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취준생들에게 받은 질문 꾸러미를 그를 만나자마자 급하게 쏟아냈다.



    ▼ 올 하반기 공개 채용(공채) 시험의 변화 양상과 그 대처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계열사별로 채용하던 회사가 그룹 공채를 내기도 하고, 자기소개서 질문도 구체적으로 바꾸고 있어요. 대다수 자기소개서가 직무 중심 문항으로 재편된 상태라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막막할 수 있어요. 기업에서 지원자 역량에 대해 궁금한 부분은 괄호까지 넣어 ‘구체적으로 서술하라’고 명시해요. CJ가 하반기 그룹 공채를 했는데 자기소개서 문항 중 마지막이 계열사별로 다 다른 내용이었어요. 이런 세세한 부분을 분석하지 않고 지난해랑 똑같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어요.”

    ▼ 취업할 기업에 대한 분석은 어떻게 하면 됩니까.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필히 챙기고, 사보까지 챙기세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사업보고서에서 최근 1년치뿐 아니라 3~5년치 데이터를 비교하면 기업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흐름을 잡을 수 있어요. 애널리스트들이 쓴 기업분석 보고서는 포털사이트 금융이나 증권 코너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추가로 관련 산업협회 사이트에서 큰 틀의 보고서를 봐도 좋고요. 기업이 주력하는 사업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피력하라는 과제가 많은데, 힌트를 얻을 수 있죠.”

    ▼ 스펙 초월 채용이 유행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하죠.

    “자기소개서의 70%는 직무와 연관해서 쓰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조직 적응력과 인성을 강조하는 게 좋아요. 직무 관련 경험이 아니어도 ‘이 부분이 회사에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자신만의 해석을 달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죠. 이 경험이 직무에 어떤 도움을 줄지 의미를 부여하고 직무와 삶을 엮어내는 것 자체가 주요 평가 포인트예요. 또한 경험과 직무를 엮는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성의와 열망을 엿볼 수 있어요.”

    떨어지는 것 두려워 말라

    ▼ 스펙이 중구난방인 취준생의 경우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요.

    “수영복을 사와서 ‘이거 입고 어딜 가야 돼요?’라고 물으면 ‘수영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건 어디를 가겠다는 목표예요. 목표를 정했다면 채용공고, 채용설명회를 살피면서 어떤 스펙을 요구하는지 알아보고 맞춰서 준비해야겠죠. 어쩌다 보니 이런저런 경력을 쌓았다면, 최대한 가진 걸 활용할 수 있는 전형을 찾으세요. 한국사 자격증이 있다면 ‘한국사 자격증 우대 기업’을 찾는 식이죠. 선발인원(TO)이 많지는 않지만 신입 채용 통로가 다채로워지면서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남에게 없는 스토리로 승부할 수 있는 전형도 생겼으니 잘 알아보세요.”

    ▼ 문과생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문과 학생들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좋고 대인관계에서 대처를 잘하지만, 기업에서는 그것보다 기업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해요. 전공까지는 아니어도 경영학 서적을 보거나, 기업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 등 직접적인 실무 경험이 있는 인재를 선호하죠. 인문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은행조차 서비스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객을 설득해 상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업력도 필요하니 그런 부분을 갖추면 좋을 거예요.”

    ▼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답니다.

    “신문은 기본이고, 주간지 읽기를 추천해요. 주간지는 단신 뉴스가 아닌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분석을 담고 있고, 다각도로 취재한 내용도 들어 있어 여러 관점을 살피는 데 도움이 돼요. 책 중에서는 고전문학을 추천해요. 읽다 보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대한 발상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 역경도 시련도 없는 무난한 삶을 살아온 취준생은 무엇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까요.

    “기업이 ‘역경을 이겨낸 사례’에 대해 묻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을 겪어본 사람이 조직에 적응하기 수월하기 때문이에요. 무난한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자신만의 색다른 해석을 덧붙인다면 개성을 드러낼 수 있어 유리하겠죠. 그 문항보다 자기에게 유리한 문항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자기소개서는 모든 항목이 100점일 필요가 없고, 전반적으로 일관성 있고 느낌이 좋으면 되거든요. 회사에서 제일 궁금해하는 건 ‘이 사람이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뭘 할 건지’ 하는 부분이므로, 경험이 미흡하다면 억지로 사례를 지어내기보다 나머지 항목에 집중하는 게 좋아요.”

    “월요병에 걸리고 싶다고요? 남다른 강점 강조할 것”

    9월 1일 오후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서 학생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 인성검사에서 ‘완벽한 사람’ 코스프레를 하면 탈락할 확률이 높다던데 사실인가요.

    “기업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하는 사람이에요. 인성검사에서는 답변에 일관성이 없으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죠. 그렇다고 영업직에 지원했는데 ‘나는 원래 소심하니까’라며 소심하다고 체크하면 떨어질 수 있어요. 자기 성향과 맞지 않는 업계에서 일하면 다니면서도 고통스러울 수 있죠. 기업 문화가 맞지 않아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친구도 많거든요. 솔직하게 체크했는데 떨어졌다면 냉정하게 ‘나랑 안 맞는 회사’라고 생각하고 맞는 회사를 찾을 때까지 시험 보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 나이가 많아서 신입으로 채용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우리 사회가 연공서열을 강조하다 보니 기업에서도 나이가 너무 많거나 적은 신입보다 딱 ‘보통’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사실이죠. 다만 회사 안에서 조직원끼리 부딪치는 일보다 외부 사람을 응대할 일이 많은 업종이라면 나이가 상관없을 수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어요. 회사마다 처지와 상황이 다르니 지레 겁먹지 말고, 원한다면 일단 지원 서류를 넣어보세요.”

    ▼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에 가려는데 옳은 선택일까요.

    “아마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에 지원하면 ‘대학원에 왜 갔느냐’고 물을 거예요. 단순 도피성이었다면 논리적 설명이 어려우니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해요. 대학원도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게 다른데, 그 안에서 방황하다 중도에 그만두면 커리어가 꼬여요.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면 철저히 알아보고 제대로 가세요. 안 그러면 그냥 2년의 유예기간만 주어지는 데 그치고 마니까요. 설령 도피성으로 진학했다 해도 가서 실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직무와의 연계성을 찾아야 해요.”

    주눅 들지 않는 태도 중요

    ▼ 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해 경력에 공백이 생겼습니다.

    “일단 고시 실패를 핸디캡이라고 생각지 마세요. 그 기간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숨기면 오히려 무기력한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2년간 공부했다면 법이든 행정이든 당연히 지식이 쌓였겠죠. 2년간 뭔가 했다는 건 끈기도 있다는 의미거든요. 실패했으니 겸손함도 생겼겠죠. 지식과 태도 측면에서 성장한 걸 직무와 연결해 주장하세요. 오히려 주눅 들지 말고 정면승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 최종 면접까지 갔다 떨어지면 다시 뽑지 않는다는 설이 있는데 정말인가요.

    “회사마다 다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관계자가 꽤 있긴 해요. 최종 면접까지 갔는데 평가자가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면, 이미 ‘그 지원자는 아니다’라고 평가한 상태일 테니 합격 확률이 높진 않겠죠. 그러나 최종 평가자가 바뀔 수도 있고, 과거보다 많이 발전했다면 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는 등 변수는 많으니 한번 떨어졌더라도 원서를 다시 넣는 게 맞죠.”

    ▼ 사회생활 첫 시작을 작은 회사에서 해도 될까요.

    “중소기업은 조직이 작아서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고, 오너와 가까우니 경영 마인드를 지척에서 보고 배울 수 있죠. 단점은 보수와 체계가 부족하다는 거예요.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면 1~2년 일하다 대기업으로 옮기겠다는 생각보다 ‘여기 있는 동안 헤드헌팅 스카우트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젊음을 불태우세요. 그래야 시너지 효과가 생겨요. 다만 체면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차라리 대기업 무보수 인턴을 하거나 산학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생산적인 실무 경험을 쌓으려 애쓰는 게 나을 거예요.”

    ▼ 구직 기간이 길어지니 우울증이 올 것 같습니다.

    “㈜마이다스아이티 이형우 대표가 ‘과거에는 괜찮은 친구가 많이 뽑혔는데 요즘에는 경쟁률이 높아 괜찮으면서 운도 따르는 친구들이 취업이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경우 자신이 못나서라고 자기비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옆 사람이 더 열심히 한 거겠죠. 그리고 ‘나만 떨어진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세요. 그만큼 취업하기가 어려운 시대거든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강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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