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2014.09.15

“게임 폐인 키울라” vs “막아도 효과 없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부모선택제’로…문제는 입씨름보다 실효성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4-09-15 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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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시간대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도입 3년 만에 대폭 변화한다. 앞으로는 부모가 원하는 경우 셧다운제에서 제외하는 형태로 전환된다. 정부는 부모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제도에 대한 평가는 이해 관계자에 따라 엇갈린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 자체가 실효성이 약하고, 부모 동의를 전제로 하는 이번 조치 역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측은 정부가 청소년보호법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반발했다. 셧다운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재발한 가운데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여성가족부(여성부), 게임업계와 청소년 단체 등 민관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게임 규제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셧다운 연령 16세 미만으로 통일

    문체부와 여성부는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모든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부모가 요청할 시 적용하지 않는다는 게임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부처별로 달랐던 셧다운제 적용 연령도 16세 미만으로 통일했다.

    규제 개선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 제한을 부모가 요청할 경우 해제한다. 해제 후 부모가 다시 게임 제공 제한을 요청하면 재적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심야시간대 외에도 부모나 청소년 본인의 요청에 따라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일명 선택적 셧다운제)는 현행대로 유지해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연령과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 연령이 각각 18세 미만과 16세 미만으로 달랐던 것도 이번에 16세 미만으로 조정했다. 여성부와 문체부로 나뉘었던 정부의 게임 규제 논의 창구도 일원화했다. 정부에선 여성부와 문체부, 민간에선 게임업계와 청소년단체 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게임 규제 개선안을 논의한다.

    셧다운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임업체에 대한 처벌도 완화된다. 형사처벌에 앞서 시정명령 단계를 거치도록 해 처벌 부담을 줄이고, 제도 이행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재원 문체부 콘텐츠정책관은 “게임을 건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업계와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모선택제 도입은 이러한 방향에서 규제 개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업계도 게임의 건전한 이용이 정착될 수 있게 자율적인 노력이 더 강화되기를 촉구한다”며 “정부도 상설협의체를 통해 추가적인 규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임 폐인 키울라” vs “막아도 효과 없다”

    4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청소년보호법 제23조 3항)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

    게임 규제 전반적 점검 필요

    손애리 여성부 청소년정책관도 “지금까지는 인터넷게임의 건전한 이용을 위해 국가가 일률적인 제도 적용으로 규제하는 형태였다”면서 “부모선택제는 자녀의 게임 이용 지도가 효과적으로 이뤄져 궁극적으로 부모가 개입하지 않고도 청소년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게임시간을 조절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표한 제도들은 청소년보호법 시행령 등을 개정한 뒤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에 대한 이번 규제 완화는 올해 초 규제 개혁 장관회의에서 게임업계 대표들이 ‘게임 규제 완화’와 ‘게임 규제 논의 창구 일원화’를 요청한 데 따른 조치다.

    2011년 11월 도입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제도 도입 전부터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4월 합헌 판결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이건강국민연대 등 강제적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규제 완화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아이건강국민연대는 정부의 부모선택제가 청소년보호법에 위배되며,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난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앞으로 부모선택제 반대 서명운동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반면 게임업계와 청소년단체 등은 강제적 셧다운제에 선택권을 확대한 이번 조치를 조심스럽게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찬반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실효성 점검이다. 정부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일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지만, 게임업계는 실효성이 약하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실제로 청소년이 부모 등 성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국정감사에서 강제적 셧다운제가 청소년 게임 이용에 미친 영향이 0.3%에 불과하다는 조사 자료가 나오기도 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를 피하려고 부모나 어른의 아이디(ID)를 도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면서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부모선택제를 도입한다지만 게임하겠다고 부모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상설협의체를 통해 게임 규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 측은 “규제 완화를 시작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상설협의체를 통해 많은 규제가 개선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체부의 선택적 셧다운제를 비봉해 이중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규제 개선의 실효성은 없고 셧다운제가 이중적 규제로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게임 산업에 대한 주무 부처부터 명확히 일원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혁신적인 규제 개혁을 원한다면 실효성 없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는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며 “과감한 게임 규제 혁신을 이뤄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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