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2014.09.15

‘富의 파티’에 초대받는 비법이란

성장에 따르는 비용 지불 후 과점화 진입 기업 고르는 눈 키워야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9-15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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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富의 파티’에 초대받는 비법이란

    중국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 푸동지구. 아시아 시장의 성장은 중산층 증가와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지는 만큼 투자 기업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흔히 투자를 할 때 전망을 묻는 경우가 많다. 전망은 미래에 대한 것이다. 전망의 대표적인 예가 ‘시장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률 전망’이다. 주식시장에서 앞의 것은 주로 지수의 오르내림으로 표현된다. 뒤의 것은 GDP(국내총생산)가 많이 이용된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 처지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결정하는 것은 지수와 GDP보다 ‘경쟁’과 ‘주주(투자자)의 몫’인 경우가 많다.

    성장은 공짜가 아니다

    유망한 성장 분야가 있다고 치자. A라는 기업이 이 분야에서 돈을 많이 벌기 시작하면, 다른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새로운 경쟁자가 쓰는 가장 일반적인 수법은 기존 제품에 서비스나 기능을 추가하고, 가격은 조금 낮추는 것이다. 통상 이런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이나 국가의 경영 방식을 두고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라고 한다.

    이제 기존 기업은 반격에 나서야 한다. 반격에서 승리를 거머쥐려면 높은 브랜드 충성도나 원가 경쟁력 혹은 뛰어난 제품력을 보유해야 한다. 모두 투자가 많이 필요한 것들이다. 유망한 성장 분야는 결국 치열한 혈투 현장으로 변하고, 비극으로 끝난다. 그 비극은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구성돼 있다. 희망이 비극으로 끝나면 1막 커튼이 내려온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는 혐오감에 빠지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그러나 살아남은 기업들은 이때부터 제2의 성장을 시작한다. 몇몇 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을 과점하기 시작한다. 기업의 ‘이익의 질(質)’이 몰라보게 좋아진다. 주가도 오른다. 단, 소수의 투자자만 계속 이 주식을 붙들고 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산업이 태동할 때마다 한 분야에서 많게는 수천 개, 적게는 수십 개 기업이 난립했다. 자동차, 항공, 라디오, 인터넷은 물론 최근 태양광업체에 이르기까지 거의 예외는 없었다. 한 예로 자동차 산업 초기 미국에만 2000개 넘는 자동차 회사가 있었다고 한다.



    성장은 경쟁을 낳고 비용을 끌어올린다. 그 비용은 당연한 얘기지만, 공짜가 아니다. 빌리든 해서 추가로 자본을 늘려야 한다. 다시 말해 대출이나 채권 발행을 통해 돈을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해야 한다. 대출은 권리 측면에서 주주보다 앞선다. 기업이 돈을 벌면 먼저 이자부터 갚아야 한다. 그리고 성장 기회가 많기 때문에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 만약 돈을 빌려 성장하는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 그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가야 한다. 크기를 키웠던 기업은 그나마 신화로라도 남지만 나머지 기업은 망각 속으로 사라진다.

    주식 발행도 기존 주주 처지에선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업은 성장하겠지만 주식당 돌아오는 이익의 크기는 줄어든다. 이론적으로는 성장이 주식당 이익보다 같거나 큰 가치를 창출해야 주주 처지에서 그 성장을 수용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선 이렇게 딱 잘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주식 발행 물량은 늘어났는데 수익이 늘지 않으면 당연히 주식당 돌아오는 순이익은 줄어든다. 장기투자 이론의 권위자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성장과 자본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시설을 좀 더 집약적으로 사용해 자본을 늘리지 않고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높은 성장이 지지되려면 자본이 증가해야 한다. (중략)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 자본(공장, 설비 등 물적 자본과 인적 자본의 총가치)의 수준이 총생산의 수준에 거의 비례하여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GDP가 10% 증가하면 궁극적으로 주식 자본이 10% 늘어나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을 줄이면, 성장은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성장이 경쟁과 비용 증가로 주가 상승과 괴리를 낳는 경우가 많은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 전망도 좋고 기업도 성장하는데 주가는 잘 오르지 않거나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결국 성장의 꿈에 베팅한 투자자 가운데 소수만 부(富)의 파티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관객으로 전락하고 만다. 관객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성장의 파티 후에도 살아남을 기업을 찾거나 과점화 단계에 진입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성장과 과점화가 같이 진행되는 경우라면, 투자자 처지에선 베스트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소비시장과 투자 기회

    현재 성장과 과점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시장이 아시아 시장(일본 제외)이다. 대표적으로 소비(consumption) 관련 기업을 꼽을 수 있다. 소득 증가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씀씀이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소득 증가로 전 세계 최고 관광객이 요우커(旅客)가 된 점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선 시장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만 해도 라면, 맥주, 인터넷 산업 등에서 이미 2~4개 기업이 시장을 틀어쥐고 있다. 신규 기업 진출이 어려울뿐더러 외국계 기업이 이들 기업을 상대하기도 만만치 않다. 마치 우리나라 분말커피 시장에서 네슬레 같은 글로벌 기업이 동서식품에 맥을 못 추듯이 말이다.

    아시아 소비시장을 잡는 기업이 향후 크게 도약하리라는 데는 산업계나 투자업계나 이견이 없는 듯하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이 중산층 증가와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급격히 성장하는 소비시장에서 과점적 위치를 구축하고, 경쟁자보다 앞선 브랜드를 갖추고 있으며, 더 나아가 자국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에까지 진출할 수 있다면 그 기업은 투자자에게 많은 보상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전형적인 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 소비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구축한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만일 지금이 그런 시기라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아시아의 1등 기업,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기업을 편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단, 아시아 소비시장은 지수(index)가 아닌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이 아닌 기업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성장과 지수는 따로 놀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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