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2014.09.15

규제 족쇄 푼 부동산…살아난다

9·1대책 이후 거래 늘고 가격 상승세…신규 분양 아파트에 청약 몰릴 듯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9-15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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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족쇄 푼 부동산…살아난다

    우남건설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분양 전환 임대아파트 ‘용인역북 우남퍼스트빌’ 914가구를 공급한다. 이 임대아파트는 10년 동안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 기간이 절반 이상(5년) 지나면 분양받을 수 있다.

    “풀 건 다 풀었다.”

    최경환호 부동산대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대표되는 7·24 부동산 활성화 대책 이후 39일 만에 또다시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꺼내들었다. 이번 9·1 부동산대책은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및 재건축 연한 단축, 주택청약가점제(청약제) 단순화 등으로 요약된다. 대규모 택지개발에서 재건축·도심 재개발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시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번 대책을 환영하면서 향후 부동산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거래 심리와 정부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부동산시장의 특성상, 가격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위 시행령 개정으로 시행 가능한 규제 완화 대책을 주로 담았다는 점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단기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9·1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재건축 규제 완화다. 준공 후 20년 이상 범위에서 조례에 위임돼 있는 재건축 연한이 최장 30년으로 완화된다. 현행 서울의 경우 1986년 준공 아파트는 30년, 이후 해마다 2년씩 재건축 연한이 늘어 91년 준공 아파트부터는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것이 30년으로 같아지는 것이다.



    재건축 완화·청약제 단순화

    재건축 자체도 쉬워진다. 재건축을 하려면 안전진단을 꼭 해야 하는데, 여기서 주거환경 비중을 현재 15%에서 40%로 높이기로 한 것이다. 재건축 연한 도래 후 생활에 불편이 큰 경우에는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생활에 불편이 큰 경우’ 항목에는 주차장, 배관 외에도 층간 소음, 에너지 효율, 노약자 생활개선 등이 포함된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의 재건축 소형 의무비율 확보 기준도 완화된다. 현재는 전용 85㎡ 이하 주택을 가구 수 기준으로 60%, 연면적 기준으로 50% 이상 확보해야 하지만 연면적 기준은 폐지키로 했다. 앞으로는 85㎡ 이하를 가구 수 기준으로 60% 이상만 지으면 된다.

    둘째, 무주택자 청약제의 사실상 폐지다. 그간 청약제는 무주택자에게 집중돼왔으나, 이번 대책을 통해 실수요자인 경우 유주택자에게도 청약 기회가 늘어난다. 또한 복잡한 청약 절차도 단순화된다.

    정부는 85㎡ 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가점제를 2017년 1월부터 지방자치단체장(시·군·구청장)이 지역별 수급 여건에 맞춰 현행 가점제 비율 40%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해 사실상 폐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민영주택 중 85㎡ 초과는 100% 추첨제이나 85㎡ 이하는 40%에 대해 가점제를 적용(나머지 60%는 추첨제)하고 있다.

    또한 1, 2순위로 나뉜 청약 자격을 1순위로 통합하고, 국민주택에 적용하는 6개 순차를 2개 순차로 통합해 입주자 선정 절차를 단순화했다. 현재 청약저축, 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종합저축 등 4개 청약통장을 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고, 공급주택 유형 중 민간건설 중형국민주택을 폐지해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으로 이원화했다.

    셋째, 대규모 택지개발의 원천 봉쇄다. 정부는 신도시, 보금자리주택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택지 공급 시스템인 ‘택지개발촉진법’은 폐지되며, 2017년까지 3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이 중단된다.

    세 가지 핵심 가운데 부동산시장이 가장 크게 반응한 것은 ‘재건축 완화’다. 9·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과 안전진단 규제 완화로 그 수혜 대상인 1990년 이전 준공 일반아파트의 매매가 상승폭이 컸다. 재건축 가능 시기가 빨라진 노후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자의 기대 심리가 반영되며 처분 시기가 뒤로 미뤄지고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다.

    최대 수혜지는 강남, 양천, 노원

    규제 족쇄 푼 부동산…살아난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A66블록 아파트 1552가구 청약 접수가 시작된 8월 27일 시민들이 전시관에서 청약 접수와 상담을 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의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등의 아파트 단지다. 이들 지역은 1980년대 후반 택지개발 등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1987~91년 지어져 2017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진 아파트는 24만8000가구다. 이 중 강남권이 3만7000가구, 목동 1만7000여 가구, 노원구 상계·중계동 5만7000여 가구다.

    뭉칫돈도 이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9월 5일 인터넷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9·1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1990년 이전 준공한 서울 일반아파트(재건축 제외) 매매 변동률이 0.22%를 기록했다. 구별로는 노후 아파트 물량이 집중된 서초(0.69%), 강남(0.40%), 노원(0.24%), 양천(0.19%) 지역 일대 아파트가 주로 상승했다. 특히 목동, 상계동, 잠실, 반포 등 4개 지역은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계속 상승 중이다.

    반면, 1991년부터 건설된 서울 일반아파트는 0.03% 오르는 데 그쳤다. 이미윤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들 아파트도 종전보다 재건축 가능 기간이 10년 단축되지만 재건축 사업이 2021년부터 가능하고, 수직 증축이 허용된 리모델링 사업도 병행할 수 있어 1990년 이전 준공된 노후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재건축 현실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도시에서는 김포한강(0.14%), 분당(0.08%), 산본(0.08%), 평촌(0.07%), 일산(0.06%), 광교(0.03%) 지역이 올랐다.

    신규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예상된다. 시장 회복 기대 심리에, 내년부터 개편되는 청약제를 앞두고 기존 청약통장 가입자의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월 기준 수도권 청약통장 가입 계좌는 총 1033만 개로 기존 1순위 502만 계좌에 청약 자격 통합이 본격화되는 내년 2월이면 2순위 220만 계좌가 1순위로 통합돼 청약통장 가입자 10명 중 6.9명이 1순위(총 722만 계좌) 청약 기회를 얻는다. 1순위 청약통장 보유자가 대폭 늘어 경쟁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연내에 분양하는 아파트에 청약이 대거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이후 연말까지 예정된 분양 물량은 전국 15만6000여 가구로 1년 전보다 29%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대규모 신규 공급이 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등 신도시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청약시장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요인과 가을 분양시장 성수기라는 시기적 요인은 실수요자의 관심을 분양시장으로 분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재고주택시장의 회복세가 더뎌질 개연성도 있다. 9월 이후 예정된 강남권 재건축, 위례·미사 등 분양시장으로의 수요 이탈 현상도 예상된다. 전세시장은 재계약으로 매물 출시가 부족한 상황에서 추석 이후 신혼부부와 학군 수요가 늘어나면 국지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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