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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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골목 맛집에 인심도 좋아라

영동시장과 그 인근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4-09-15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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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한복판 골목 맛집에 인심도 좋아라

    태국 요리 카까이(왼쪽)와 똠양꿍.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은 영동으로 불렸다. 69년 서울시 확장 계획에 따라 한강 남쪽이자 ‘영등포 동쪽’(영동)이 개발되기 시작한다. 지금의 신사동, 논현동, 압구정동 일대는 영동 개발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압구정동과 성수동을 잇는 영동대교가 건설되고 신사동 일대에는 영동시장 같은 재래시장이 터를 잡았다.

    1973년 세워진 영동시장은 강남에 남은 유일한 골목시장이다. 강남 한복판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오래된 가게 120여 개가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장을 벗어나면 큰길가에 현대식 식당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초창기부터 유흥가가 밀집했던 모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포장마차 개념을 바꾼 ‘한신포차’ 같은 대형 포장마차도 건재하다. 돼지고기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먹는 양념 돼지고기 문화도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강남에서 유명한 생고깃집은 대개 청담동을 중심으로 몰려 있지만 논현동 ‘원강’의 명성도 이에 못지않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전남 함평산 한우암소 1등급의 고기 질은 안정적이다.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당한 수준의 쇠고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기 질이 곧 맛으로 직결되는 등심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달달하고 새콤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태국 요리는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에스닉 푸드의 대표주자다. 용산구 이태원 경리단길의 ‘카올리 포차나’, 마포구 연남동의 ‘툭툭 누들타이’와 더불어 최근 영동시장 끝자락에 들어선 ‘반피차이’는 소믈리에 허혁구 셰프가 태국 요리에 반해 만든 전통 태국 식당이다.

    강남 한복판 골목 맛집에 인심도 좋아라

    태국 요리 푸팟퐁커리.

    ‘오빠네’란 뜻의 반피차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다양한 태국 현지 요리를 구현해 마니아가 많이 찾고 있다. 세계 3대 국물요리인 태국식 새우탕 ·#46624;양꿍이나 노란색 커리로 해산물을 볶아낸 푸팟퐁커리, 부드러운 닭고기 코코넛 수프 ·#46624;카까이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태국 음식의 특징을 잘 나타내 인기가 높다.



    소믈리에가 운영하는 식당답게 술 종류도 다양하다. 와인 판매는 당연하고 와인 코키지가 무료인 것도 인기 비결이다. ‘매실 원주’ 같은 한국 전통주와 에일 맥주도 마실 수 있다.

    영동시장 입구 ‘함지곱창’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곱창을 소주와 양념에 세 시간 정도 재워 부드럽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다. 곱창소금구이를 먹다가 곱창과 함께 올린 김치를 먹고 마지막으로 곱창 불판에 밥을 볶아 먹는다. 든든하게 속을 채워야 하는 이 일대 유흥업소 종업원과 젊은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영동시장 대각선 건너편에는 ‘영동설렁탕’이 있다. 1970년대 시작해 택시기사와 주변 유흥업소를 출입하던 손님이 주로 찾던 이곳은 구수한 서울식 양지설렁탕으로 명성이 높다.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정겨운 고깃국물 냄새가 사람을 먼저 반긴다. 가게 벽면에 걸린 메뉴판에는 설렁탕과 수육 두 가지만 적혀 있을 정도로 자부심이 강하다. 성동구 마장동에서 고기를 팔았던 주인답게 고기 수준이 상당하다. 이 집 설렁탕이 전국구 맛집이 된 이유다. 양지를 기본으로 한 구수하면서도 경쾌한 고깃국물과 김치의 조화는 점차 사라져가는 오래된 서울식 설렁탕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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