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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700Mhz 주파수 싸움 날 만하다

방송과 통신 중간 경계로 다양한 쓰임새…‘전파가 돈’ 치열한 확보 전쟁

700Mhz 주파수 싸움 날 만하다

700Mhz 주파수 싸움 날 만하다

7월 29일 서울 무교동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열린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공개 토론회. 왼쪽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구한말 역사를 되짚어보면 철도부설권이나 금광개발권 같은 각종 이권을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열강에 팔아치운 얘기가 등장한다. 근대화를 추진하려던 대한제국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선 환금성 있는 ‘국부’를 내놓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철도나 금광에 해당하는 국가의 한정 자원 가운데 현대적 관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주파수’다. 주파수는 물리법칙에 따라 국가 영토에 해당하는 만큼 해당 정부가 독점적 권리를 가진 자원이다. 나눌 수도 없고 늘릴 수도 없는 딱 정해진 고정 자원이란 점이 특징이다.

주파수는 방송이나 통신은 물론 국방이나 우주항공 같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이다. 돈이 되는 자원이면서도 영향력은 전 국민에게 미친다. 이 때문에 독립국가 가운데 주파수 사용권을 해외 업체에 넘긴 경우는 없다. 일부 통신 업체가 해외투자자를 받아들이지만 이 또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주파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결국 현명한 주파수 활용 정책은 정부 역량과 사회적 성숙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안목을 입증하는 주요 관전 포인트다.

올해 새롭게 등장한 화두는 바로 700Mhz(메가헤르츠) 대역 활용 방안이다. 현재 방송자본과 통신자본, 공공영역까지 나서 치열하게 이 대역 주파수에 대한 우선권을 주장한다.

수요는 많지만 선택의 폭 좁아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그만큼 높은 ‘가치’ 때문이다. 700Mhz 대역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쯤에 위치한다. 700Mhz 대역 아래로는 디지털 TV와 DMB, 라디오 등 방송 서비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대역 위의 주파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이동통신서비스나 군사 및 위성용으로 활용된다.



방송과 통신의 중간 영역인 700Mhz도 원래는 쓰임새가 있었다. 흔히 ‘공중파 TV’라고 부르던 아날로그 TV용이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주파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700Mhz 대역의 108Mhz 대역 폭이 국가의 새로운 자원으로 잡힌 것이다.

정부 부처 가운데 주파수를 다루는 곳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주파수 수요는 무궁무진하고 선택 폭은 좁기 때문이다. 먼저 방송용으로 쓰자는 주장이 있다. 700Mhz에 대한 방송업계의 생각은 확고부동하다. 애초 아날로그 TV를 위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TV의 미래로 떠오른 초고선명(UHD) TV를 위해서는 최소 700Mhz 대역의 절반 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방송계가 요구하는 최소 한도 주파수는 54Mhz 폭이다.

UHD 콘텐츠를 공중파로 서비스하면 TV 제조업계는 호황을 맞는다. 공중파의 장점은 케이블 없이도 최고급 화질을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스레 UHD TV 수요가 늘어날 테고, 이는 UHD 콘텐츠에 대한 생산과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류 콘텐츠의 품질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고용과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주장은 이와 상반된다.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면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통신업계가 사용하는 1.8Ghz(기가헤르츠) 대역과 2.4Ghz 대역은 포화 상태다. 그러나 스마트폰 등장 이후 데이터 통신량은 해마다 2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무선 비디오 스트리밍이 폭발적으로 늘고 초고화질 콘텐츠가 대중화할 경우에 대비한다면 700Mhz 대역 전부를 통신용으로만 써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이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쓰는 게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2011년과 지난해 벌어진 1.8Ghz 대역 경매에서 20Mhz 폭이 1조 가까운 액수에 거래되기도 했다. 정당한 액수를 치르고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무조건 700Mhz 대역은 통신용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는 700Mhz 대역에서 최소 40Mhz 폭을 통신용으로 주겠다는 속셈인데, 통신업계는 이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여기에 올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 의미로 12년째 표류해온 ‘국가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재난망이란 경찰, 소방, 지하철, 행정 등 국가 안전에 관한 비상통신망을 롱텀에볼루션(LTE) 기술로 통합,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재난망을 구축하면 언제 어디서나 또렷한 음질로 공무원 간 비상연락이 가능해진다. 현재 주파수가 빈 곳은 700Mhz 대역이 유일하다. 여기에는 최소 20Mhz 폭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통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차세대 정보고속도로로 각광받는 슈퍼 와이파이(Wi-Fi)를 깔자는 주장도 나온다. 주파수는 성질상 신호 간섭을 막기 위해 일정 영역을 떼어놓는 ‘보호대역’이 필요하다. 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이는 많지만 대역은 딱 108Mhz뿐이라 한동안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국민의 혜택, 어디가 가장 클까

700Mhz 주파수 싸움 날 만하다

방송통신업계가 700Mhz 주파수 대역 용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700Mhz 논란에 반드시 따라다니는 비판으로 방송업계의 ‘과욕’과 통신업계의 ‘부족한 공공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매년 주파수 사용 비용으로 회사당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정부에 내고 있다. 주파수 활용을 위한 세계적인 흐름은 경매 매각 방식이다. 정부의 수익을 높이고 주파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 방송업계는 통신사와 비교해 거의 무료로 주파수를 쓰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700Mhz 대역을 공중파 3사에 준다 해도 갑자기 사용료를 대폭 인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국내 방송 환경도 크게 바뀌어 전 국민의 93% 가까이가 케이블이나 IP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단 7%의 국민 중 얼마가 될지 모르는 UHD TV 시청자를 위해 귀한 주파수를 쓰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재 보유한 주파수를 알뜰하게 쓰면 되지만 이 경우 채널번호를 바꿔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를 수 있다.

이동통신사 역시 비난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비싼 돈을 내고 주파수를 사용한다 해도 현재 국내 가계 통신비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로 비싸게 책정됐다.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갹출해 정부에 전파 사용료를 후하게 쳐주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 통신업계의 이익 상당 부분은 해외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위관계자는 “어느 나라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주파수 관련 정책은 일부 테크노크라트(기술적 관료)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관련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해외유학을 지원하면서 주파수 정책을 지켜온 이유도 결국 부패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700Mhz 대역 확보를 위한 전 방위적인 로비와 압력이 시작됐다. 최후 승리자는 부패한 관료나 탐욕에 찬 업자가 아닌 국민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주파수 정책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주간동아 2014.09.01 953호 (p96~97)

  • 정호재 채널A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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