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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

이탈리아 안드레아 프란케티의 와인들

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

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

테누타 디 트리노로의 포도밭. 와인 레이블에 보이는 성배 모양의 조각상이 포도밭 한가운데에 서 있다.[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와 함께 프랑스 보르도(Bordeaux) 와인을 만드는 3대 포도 품종 가운데 하나다. 과일향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카베르네 프랑에는 꽃, 향신료, 허브, 채소 등 여러 향이 만들어내는 우아함이 있다. 사람과 비교하자면 뛰어난 미모는 아니어도 묘한 매력이 있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안드레아 프란케티(Andrea Franchetti)는 이탈리아 와인메이커로서는 드물게 카베르네 프랑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는 한때 미국 뉴욕에서 와인 수입사를 운영했는데, 이때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을 섞어 만든 보르도 생테밀리옹(Saint-E´milion) 와인에 푹 빠졌다고 한다. 1980년대 말 미국 생활을 정리한 프란케티는 와인메이커가 되고자 보르도로 향했다. 여러 와이너리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경험을 쌓은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토스카나(Toscana) 주 동남쪽 끝자락에 와이너리 테누타 디 트리노로(Tenuta di Trinoro)를 설립했다.

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

안드레아 프란케티.[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프란케티가 구매한 땅은 구릉지대여서 해발고도가 400~600m에 이르고, 남서쪽을 향한 경사면은 물 빠짐과 채광이 좋다. 포도를 기른 적은 없지만 토양이 보르도 지역처럼 점토, 모래, 석회, 자갈 등으로 구성돼 보르도 품종을 심기에 적합했다. 그는 이곳에 보르도에서 가져온 포도나무 묘목을 심었고, 1997년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섞은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을 출시했다. 이후 그의 와인은 이탈리아 최고 컬트 와인(소량 생산되는 고품질 와인)으로 인정받으며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사랑받았다.

보르도 품종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

캄포 디 마그나코스타, 테날리아, 카마지 와인(왼쪽부터).[사진 제공 · 금양인터내셔날]

2011년 카베르네 프랑의 수령이 20년을 넘자 프란케티는 100% 카베르네 프랑 와인을 기획했다. 땅속 깊숙한 곳까지 뿌리를 내린 카베르네 프랑이 참맛을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테루아르(terroir · 토양 및 환경)별로 세 가지 와인을 출시했다. 언덕 아래 해발 400m에서 자란 카베르네 프랑으로는 캄포 디 마그나코스타(Campo di Magnacosta)를 만들었다. 모래가 많은 충적토에서 생산된 이 와인은 섬세한 스타일이다. 과일향이 상큼하고 허브향이 은은하며 마신 뒤에는 산딸기향이 오래 입안에 맴돈다.

해발 550m 경사면에서 자란 카베르네 프랑으로는 캄포 디 테날리아(Tenaglia)를 만들었다. 잘 익은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이 와인은 미네랄, 송진, 감초향이 복합미를 더하고, 부드러운 타닌과 보디감의 조화가 탁월하다. 해발 600m 언덕 위 척박한 토양에서 생산된 캄포 디 카마지(Camagi)는 힘차고 묵직하다. 체리, 블랙베리, 바이올렛, 후추, 계피, 담배, 가죽 등 향의 집중도가 좋고 타닌 밀도가 매우 높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이 있어 오랜 병 숙성 후 마시면 복합미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모래땅의 섬세함을 담은 마그나코스타, 비탈에 내리쬐는 따스한 햇빛 같은 테날리아, 척박함을 이겨낸 힘찬 카마지. 한 와이너리가 카베르네 프랑으로 이렇게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평론가들로부터 이미 호평받고 있는 프란케티의 와인들. 카베르네 프랑의 우아함을 토스카나 식으로 재해석한 명작이다.


입력 2017-07-04 10:56:25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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