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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로봇이 두 다리로 패스, 슛~

월드컵 ‘로보컵’ 열려, 크기 따라 3개 리그 나눠 경기

로봇이 두 다리로 패스, 슛~

‘지잉, 지잉~’ 축구공을 발견한 최전방 공격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치고 나간다. 2~3초간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골대를 향해 바로 오른발 슛을 날린다. 골키퍼가 한쪽 다리를 뻗어 막아보지만 공은 다리 옆을 살짝 지나 그대로 골대 속으로 들어간다. 통쾌한 골이다.

축구선수들이 벌이는 시합이 아니다. 키 45.6cm, 몸무게 3kg짜리 소형 로봇이 벌이는 축구 시합이다. 7월 16일 오후 찾아간 서울 국민대 한 강의실. 책상과 의자를 한쪽으로 치우고 만든 ‘간이 축구장’에 소형 축구로봇을 놓고 마지막 연습이 한창이었다. 국민대 로봇축구 동아리 ‘쿠도스(KUDOS)’ 팀원들은 한 손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시시각각 변하는 로봇의 모터 속도와 전류량을 확인하느라 여념 없었다. 로봇들의 축구 시합 장면은 인간의 프로축구 못지않게 박진감이 넘쳤다.

이들의 목표는 로봇 월드컵인 ‘로보컵(RoboCup)’ 출전이다. 올해 월드컵이 열렸던 축구의 나라 브라질 주앙페소아에서 7월 21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로보컵이 열렸다. 쿠도스는 이 시합에 참여하려고 1년간 로봇을 만들고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한국 국민대 참가 16강 진출 실패

흔히 로봇축구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 1999년 방송한 드라마 ‘카이스트’를 떠올린다. 이 드라마에는 전기모터가 들어 있는 네모반듯한 상자에 바퀴가 붙은 단순한 형태의 로봇이 등장했다. 이 모터상자들이 공을 머리로 밀고 다니며 골대로 우겨 넣는 방식으로 축구 시합을 했다. 두 다리로 공을 차는 진짜 축구(蹴球)를 한다기보다 시합장을 장악하고 공을 이동하는 축구 시합의 진행방법만 흉내 낸 것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로봇축구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로봇들이 바퀴가 아닌 두 다리로 사람처럼 드리블, 패스, 슈팅을 하는 진짜 ‘로봇축구 리그’가 생겼을 정도다. 이런 로봇들의 축구 대전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공신력 있는 것이 로보컵이다.

로보컵은 1997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세계 각국에서 열린다. 유사한 대회로 ‘피라컵(FiraCup)’도 있지만 인지도는 로보컵이 더 높다. 레고, 오라클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이 후원하고 전 세계 로봇공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로봇 기술의 각축장으로 여겨진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는 로보컵도 월드컵 개최국에서 진행한다. 이에 따라 올해 로보컵은 브라질에서 열렸다.

로보컵이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건 2002년 인간처럼 두 발로 공을 차며 ‘진정한’ 로봇축구 시합을 펼치는 휴머노이드 리그가 생긴 다음부터다. 로보컵조직위원회는 2050년 이전에는 로봇축구팀이 월드컵 우승팀과 시합을 벌여 승리할 것이라고 호언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를 통해 로봇 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취지다.

로봇이 두 다리로 패스, 슛~

7월 브라질에서 열린 로봇축구 대회 ‘로보컵’에 출전한 국민대 로봇축구 동아리 ‘쿠도스’의 연습 장면.

이를 위해 로보컵은 높은 기술을 확보하려 애쓴다. 먼저 다양한 리그를 연다. 로보컵은 출전하는 휴머노이드 크기에 따라 리그가 결정되는데, 130~180cm 로봇은 ‘어덜트 리그’, 80~140cm 로봇은 ‘틴에이지 리그’, 40~90cm 로봇은 ‘키즈 리그’에 출전한다. 이 밖에 ‘스탠더드 리그’도 있는데, 대회 본부에서 지정한 키 60cm의 표준 로봇 ‘나오(NAO)’를 사용해야 한다. 출전 팀은 제어 프로그램만 자유롭게 짤 수 있다. 이 밖에도 바퀴 달린 로봇을 쓰는 리그도 준비돼 있다.

기술적으로는 어덜트 리그의 난도가 가장 높다. 로봇 키가 클수록 무게중심이 높고 제어도 까다롭기 때문. 더구나 로봇 제작비가 한 대에 수억 원에 달할 만큼 비싼 것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일대일로 승부차기에 가까운 시합을 벌인다. 로봇 한 대가 골키퍼를 맡으면, 상대팀 로봇이 혼자 공을 몰고 가 슛 하는 식으로 시합을 진행한다. 틴에이지 리그는 2 대 2로 시합을 벌인다. 이 리그 역시 로봇이 잘 넘어지고 게임 진행도 더디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건 키즈 리그다. 로봇이 작고 안정적이라 패스, 슛, 드리블 같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 월드컵처럼 조별로 경기를 펼친 뒤 8강부터는 토너먼트로 진행한다. 시합 시간은 전후반 15분씩인데, 한 번 시합에 5골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3년간 키즈 리그 부문에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와 버지니아공대가 공동으로 만든 ‘팀 다윈(Team DARwIn)’이 우승을 독식했다. 펜실베이니아대 댄 리와 버지니아공대 데니스 홍(현 캘리포니아주립대) 등 한국계 미국인 교수 2명이 중추 구실을 했다. 올해는 두 교수가 키즈 리그에 출전하지 않고 어덜트 리그에만 진출했기 때문에 여러 팀의 각축전이 벌어졌다.

올해 국내에서 로보컵 키즈 리그에 참가한 팀은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조백규 교수가 이끄는 쿠도스가 유일하다. 쿠도스는 지난해에도 출전해 16강에 진출했다. 올해는 키 45.6cm, 몸무게 3kg의 소형 휴머노이드 ‘쿠봇’을 새롭게 제작했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키즈 리그 우승은 일본 팀 ‘씨아이티 브레인스(CIT Brains)’에게 돌아갔다. 출전 ‘선수’는 일본에서 개발한 ‘하지메’ 로봇이었다. 틴에이지 리그에서는 이란 팀 ‘바셋 틴사이즈 (Baset Teen-Size)’가 우승했다. 어덜트 리그는 기술적 상징성이 있는데다 한국계 기술진의 활약도 두드러져 주목할 만 하다. 올해 어덜트 리그는 데니스 홍 교수와 댄 리 교수팀이 만든 ‘팀 토르윈(Team THORWIn)’이 우승했는데, 데니스 홍 교수팀은 2011년, 2012년에도 ‘팀 찰리(Team CHARLI)’라는 이름으로 이 리그에서 우승한 바 있다. 올해 팀 토르윈이 어덜트 리그에서 쓴 로봇은 지난 해 미국 마이애미 홈스테드에서 열린 ‘세계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DRC)’에 출전한 적 있는 한국 로봇 ‘똘망’이다.

동작·영상처리·정보 필터링이 기술 3요소

우리나라 쿠도스를 이끈 조 교수는 “지난해 16강 무대에 섰기 때문에 올해는 8강 진출 목표를 세우고 출국했지만 우승 후보와 예선에서 붙는 등 불운이 겹쳤다”며 “내년 대회 때는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로보컵에 필요한 기술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로봇이 안정적으로 걷고, 뛰고, 공을 차게 만드는 기술. 사람으로 치면 기초체력에 해당한다. 둘째는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으로 영상처리 기술이 관건이다. 로봇 눈에 달린 카메라로 공을 인식해야 ‘둥글고 빨간색이면 공이니 발로 차라’ ‘노란색이면 골대니 그 방향을 향해 나아가라’ 등의 기본 명령어를 만들어 넣을 수 있다. 말은 쉽지만 로봇은 쉽게 오작동을 일으킨다. 주변을 지나가는 노란색 셔츠를 입은 관람객, 빨간색 카메라 불빛 같은 것이 혼돈을 일으킬 수 있어 이런 쓸모없는 정보를 필터링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로봇이 시합장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하고 다른 로봇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전략을 짜게 만드는 것으로 고난도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입력 2014-08-04 14:16:00

  •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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