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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有感

송양지인

송양지인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와 초나라는 패권을 다투다 전쟁을 벌였다. 초나라는 대군을 이끌고 송나라 국경 근처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초나라 군사가 강을 반쯤 건널 무렵 송나라 한 신하가 “지금 공격해야 한다”고 진언했다. 하지만 송나라 양왕(襄王)은 “정정당당한 싸움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초나라 군사가 강을 다 건넌 뒤 진을 치려고 하자 그 신하가 “진용을 정비하기ㅍ 전에 공격하자”고 건의했다. 하지만 양왕은 “군자는 남의 곤란한 처지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역시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진용을 가다듬은 초나라 군사는 송나라 군사를 공격해 대승을 거뒀다. 이 고사에서 송양지인(宋襄之仁)이란 사자성어가 나왔다. 전쟁에선 유연하고 다양한 전략을 써야 하는데, ‘인’이란 명분 하나만 고집하다 패가망신한 어리석음을 일컫는다.

최근 사법고시 마지막 시험이 있었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대륙법계를 택한 우리나라가 왜 영미법계의 로스쿨만 정답이라고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사시 낭인’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막대한 돈이 드는 로스쿨만 고집하고 ‘개천에서 용 나는’ 사시는 꼭 폐지해야 할 제도일까.

문재인 정부의 탈핵 선언도 그런 느낌이다. ‘클린 에너지’를 추구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 수급 상황과 현재 풍력·태양광발전의 수준을 고려할 때 원자력발전 역시 여전히 유효한 자원이다. 이미 2조 원 가까이 들어간 신고리 5, 6호기의 매몰 비용과 상관없이 없애는 게 최선이라는 논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신재생 에너지에 투자를 많이 한 독일 사례를 봐도 우리 국력으로 신재생 에너지만 쓰기에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당분간 핵과 클린에너지를 함께 쓰는 유연함이 우리에게 더 맞지 않을까. 이미 20조 원 이상 들인 4개강 보를 부숴야 환경이 되살아난다면 강을 아예 천연 상태로 놔두는 것은 어떨까. 대입만 해도 ‘수능’과 ‘학종’ 두 가지를 골고루 섞어 쓰면 왜 안 될까. 어느 하나가 용도 폐기될 상황을 맞아 사라질 때까지는 말이다. 일도양단처럼 무 자르듯 명쾌한 건 현실이 아니다. 단 하나의 이상은 현실을 왜곡하기 쉽다. 송양왕의 ‘인’처럼.





입력 2017-07-03 10:05:06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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