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7

2014.07.21

도널드 트럼프 스코틀랜드 코스 그 명성 그대로

  • 남화영 ‘골프다이제스트’ 차장 nhy@golfdigest.co.kr

    입력2014-07-21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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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보유한 골프장은 18곳에 이른다. 게다가 그의 골프코스 중에는 큰 골프대회를 개최하거나 ‘럭셔리’의 극치를 달리는 곳들도 있다.

    골프에 대한 트럼프의 야심은 몇 년 전부터 해외로 향하기 시작했다. 대상은 골프 발상지 스코틀랜드. 그가 꿈을 이룬 곳은 동북쪽 애버딘에 있는, 이름도 긴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링크스 스코틀랜드’다. 2012년 9월 개장한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안 모래언덕(dunes)에 조성한 코스다. 대회 개최를 염두에 둔 것인지 파72에 전장은 7428야드(약 7km)에 이른다. 블랙티에서의 코스 레이팅은 77.4로 지극히 어렵다. 설계자는 유럽에서 3대째 코스 설계를 이어가고 있는 링크스의 대가 마틴 호트리다.

    현지인 사이에서도 트럼프 코스는 유명했다. 최근 마무리된 애버딘의 스코티시 오픈 취재를 위해 들렀을 때 이용한 택시의 기사들이 한결같이 ‘비싼 곳’ ‘가장 고급스러운 골프장’이라고 했다. 그린피가 195파운드이니 한화 30만 원에 해당한다. 애버딘의 저렴한 퍼블릭코스인 킹스링크스의 16파운드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비싸기만 해서 이슈가 되지는 않는다. 골프장 땅이 원래 거대한 모래언덕이 있는 준(準) 자연보호 구역이었으나, 트럼프가 코스를 지으면서 환경이 훼손됐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높았다. 더욱이 자존심 강한 스코틀랜드인에게 ‘미국 재벌이 우리 땅에 들어와 자기 코스를 만들어?’라는 반발 심리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코스가 19세기부터 뿌리박고 전통을 지킨 로열 애버딘과 크루덴 베이 사이에 자리 잡았으니 말이다. ‘골프다이제스트’의 ‘2014년판 세계 100대 코스’에서 트럼프 코스는 두 코스를 제치고 56위에 올랐다. 크루덴 베이는 70위, 로열 애버딘은 73위였다.

    트럼프는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가족 계보를 들고 나왔다. 모친 쪽이 스코틀랜드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를 강조하고 이를 골프장 홈페이지에까지 올려놓았다. 골프장을 열면서 지역 개발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 현지인들의 반발을 무마했다.



    코스는 진입로부터 남달랐다. 우아한 장식이 달린 시계 기둥이 4면에 우뚝 서 있고 벽에는 ‘트럼프-스코틀랜드’가 멋진 글씨로 길게 새겨져 있었다. 500m쯤 들어가니 ‘트럼프’ 이름이 새겨진 헬기가 서 있고 화강암으로 된 영빈관이 나타났다. 내장객이 오면 먼저 이곳에서 8등신 미녀들이 미소 띤 얼굴로 손님을 맞이한다. 다시 차를 타고 해안가로 나가자 임시 클럽하우스가 나오고 코스가 펼쳐졌다.

    1번 홀로 나가자마자 “우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페어웨이와 러프, 벙커, 그린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모든 벙커는 수직의 벽을 가진 포트(Pot) 벙커로 조성돼 있는데 턱에는 벌써부터 이끼가 끼고 있었다. 더 놀란 것은 카트 길이었다. 홀을 마치고 다음 홀로 가는데 모든 게 푸른 잔디였다. ‘설마 인조잔디겠지’ 생각하며 잔디 잎을 뜯어봤더니 천연잔디다. 다음 홀까지 푹신한 푸른 카펫이 이어졌다.

    147야드(약 134m)로 짧은 파3 3번 홀에서는 그린 옆으로 백사장이 열려 있었다. 이 코스를 위해 백사장과 북해가 놓인 듯했다. 후반에는 백사장을 오른편에 두고 좌우 모래언덕길 사이로 북으로 향하는 파4 14번 홀과 651야드(약 595m)나 되는 긴 전장에 18개 벙커가 놓인 파5 18번 홀이 장관이었다.

    이 코스는 골프의 본령인 파앤드슈어(Far · Sure·멀리 그리고 확실히)가 확실했다. 페어웨이를 놓치면 공을 잃어버려야 했다. 언덕에 자라는 무성하고 긴 페스큐와 대비돼서인지 페어웨이가 더 부드러웠다. 잘 맞은 공은 엄청나게 굴렀다. 마치 100년의 오랜 세월 풍화가 만든 링크스 같았다.

    도널드 트럼프 스코틀랜드 코스 그 명성 그대로

    그린 옆으로 북해 해안이 장관인 3번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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