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7

2014.07.21

효성과 롯데, 후계 구도 경쟁 치열

오너 일가의 형제들, 물밑서 지분 매입 경영권 승계 작업 중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7-21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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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성과 롯데, 후계 구도 경쟁 치열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효성그룹 본사 앞 모습.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왼쪽부터).

    ‘재벌 2곳 중 1곳.’

    7월 10일 재벌닷컴과 산업·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기준 40대 재벌그룹 중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모두 17곳으로 조사됐다. 대략적으로 재벌그룹 2곳 중 1곳에서 가족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경향이 최근 들어 한층 치열해진 곳은 효성그룹과 롯데그룹이다. 두 그룹 오너 일가의 형제들은 최근 지분을 눈에 띄게 매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를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쟁’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강하다.

    두 그룹 중 경영권 다툼이 더 치열한 곳은 재벌 순위 21위인 효성그룹이다. 포인트는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의 건강과 수천억 원에 달하는 탈세 및 비자금 조성 혐의 문제,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6) 효성 사장과 3남인 조현상(43) 효성 부사장의 지분 싸움, 그리고 차남인 조현문(45) 전 효성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 등 이다.

    조석래 회장 내우외환



    조 회장을 둘러싼 문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형제간 다툼이 최근 격화된 배경으로 해석된다. 현재 조 회장은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바 있으며, 올해 초에는 전립샘암까지 발견돼 호르몬 및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조 회장이 기소 상태라는 점이다. 검찰은 1월 5010억 원대의 회계분식으로 세금 1506억 원을 포탈하고 회사 돈 690억 원을 빼돌린 등의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로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다. 조 회장 측은 분식 사실은 인정하지만 “개인적 이득을 얻고자 한 행위가 아닌 경영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월 9일에는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회계감리 결과가 발표됐다. 증선위는 재고자산과 유형자산의 허위 계상, 증권거래소 거짓 기재 등을 지적하며20억 원 과징금, 회계감사인 지정 3년, 그리고 대표이사인 조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에 대해 해임을 권고했다. 이는 향후 금융위원회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으나 정부기관인 증선위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내용인 만큼 조 회장은 어느 정도 타격을 입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26일 효성캐피탈이 그룹 임원들에게 거액을 불법대출한 사실이 적발돼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그룹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형제간 이전투구식 지분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까지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3남인 조현상 부사장을 후계구도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효성과 롯데, 후계 구도 경쟁 치열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원래 효성가 3형제는 각자 7% 수준의 ㈜효성 지분을 증여받았다. 서로 같은 지분을 갖고 후계자 자리를 둔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난해 2월 효성을 나오면서, 후계구도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으로 좁혀졌다. 당시 조현문 전 부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시세보다 싼값에 오너 일가가 아닌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했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 경쟁이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당초에는 조현상 부사장이 다소 앞서 있었다. 2011년 9월부터 2013년 7월까지 공시만 해도 조 부사장의 지분이 1%가량 앞서 있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조현준 사장은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보통주 20만6804주를 사 모으면서 9.14%까지 지분을 확대해 조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조현상 부사장도 지분 사들이기에 나섰다. 조현준 사장이 치고 나가면, 조현상 부사장도 곧장 따라붙는 형세였다.

    지난해 9월 역전된 이후 현재까지 조현상 부사장이 조현준 사장을 앞선 적은 없다. 현재는 조 사장이 10.33%로 조 회장의 지분율(10.32%)까지 넘어서며 최대주주에 오른 상태다. 조 부사장은 10.05%로 3대 주주다.

    효성그룹 또 하나의 변수

    두 형제가 ㈜효성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이유는 ㈜효성이 각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형태로 효성그룹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그룹을 지배하려면 ㈜효성의 지분만으로 가능하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당시 그룹 내 1~4위였던 효성물산과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T·C를 전격 통합해 ㈜효성이라는 하나의 회사로 합병한 결과다.

    효성은 우호 지분 확보 차원에서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협의해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데다 건강 문제도 불거진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대표이사인 최현태 씨를 6월 10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이 두 회사는 효성그룹의 부동산 계열사이면서,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이 각각 80%의 최대 지분을 가진 회사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고발장에서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가 조현준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신주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66억여 원의 손해를 입혔으며, ㈜신동진도 부실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과 롯데, 후계 구도 경쟁 치열

    신격호 한국롯데 총괄회장 겸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또한 이 같은 혐의가 두 회사의 최대주주인 형과 동생의 지시 및 묵인에 따라 시행됐으며, 수혜자 역시 두 사람인 만큼 거래 명세를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표는 명목상 피고발인일 뿐, 실질적으로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폭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그는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 의혹을 제기하며, 계열사인 효성토요타, 더클래스효성,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신동진 등의 계열사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다. 당시 법원의 일부 열람 결정을 받아낸 조 전 부사장이 이를 분석해 이번 고발에 나선 것이 아닌가 추측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에게 적잖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주식 매각을 통해 최소 1000억 원대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조현문 전 부사장이 다시 경영권 다툼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재계 5위 롯데그룹에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격호 한국롯데 총괄회장 겸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과 차남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계열사 지분 매입 경쟁 때문이다. 신격호 회장이 아직 결재선상에 남아 그룹 경영에 관여하긴 하지만, 1922년생이라는 점이 후계구도에 세간의 이목이 쏠리는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다.

    롯데 두 형제의 움직임

    효성과 롯데, 후계 구도 경쟁 치열
    롯데그룹은 그룹사 가운데 가장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초 기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51개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다. 이 중 2008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순환출자 고리 수는 32개다. 일본 롯데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까지 연결하면 더 복잡해진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곳은 롯데제과다. 롯데제과는 그룹 내 51개 순환출자 고리 중 12개 고리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고리다. 롯데제과는 롯데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먼저 롯데제과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은 신동빈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6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제과 주식 650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5.34%(보유 주식 7만5850주)로 늘렸다.

    그러자 신동주 부회장도 8월 6~8일 롯데제과 주식 643주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3.52%(보유 주식 5만93주)로 늘렸다. 이후 신 부회장은 거의 매달 롯데제과 지분을 늘렸다. 2013년 9월 620주, 10월 577주, 12월 588주를 사들였다. 달력을 바꿔 단 2014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월 552주, 3월 568주, 4월 553주, 5월 570주를 매입했다. 6월 25일부터 7월 1일까지도 529주를 장내 매수했다. 현재 신동주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89%로, 그간 추가로 지분 매입이 없었던 신동빈 회장과의 격차는 1.45%까지 줄었다. 신격호 회장의 지분율은 6.83%다.

    두 형제의 지분 확보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놓고 두 형제가 본격적인 지분매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2003년 각각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사들인 후 지난해 초까지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기록이 없었다는 것도 이런 예상에 힘을 싣는다.

    이런 해석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경영권 다툼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롯데미도파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상호출자 해소를 위한 것으로 신동주 부회장의 단순 개인투자라는 주장이다.

    롯데제과 지분 확보 경쟁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만약 경영권 다툼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라면, 지분율 격차가 근소한 롯데쇼핑의 지분을 높였어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롯데쇼핑은 그룹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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