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5

2014.07.07

높은 산도 진한 과일향…차가워야 제맛

독일 모젤 리슬링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7-07 13: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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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산도와 함께 진한 과일향이 매력적인 리슬링은 독일 라인 강 유역이 원산지다. 우리에겐 특히 모젤(Mosel) 지방이 잘 알려져 있다. 모젤은 라인 강 지류인 모젤, 자르(Saar), 루베르(Ruwer) 강이 만나는 곳으로 북위 50도보다 북쪽에 위치한다. 한반도 최북단 함경북도 온성군이 북위 43도임을 고려하면 그렇게 추운 곳에서 어떻게 포도가 자랄 수 있을까 의아해진다.

    모젤을 점령했던 로마군도 추운 날씨 때문에 와인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물을 안전하게 마시려고 물에 와인을 섞어 마셨던 로마군에게 와인은 생필품이었다. 와인 조달을 위해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과 라인 강을 잇는 수로 건설도 고려했고, 와인 대신 독일에서 흔한 맥주 공급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남쪽이나 남서쪽을 향해 깎아지르 듯 서 있는 라인 강 계곡 경사면에서 포도를 재배하면 북쪽에서 오는 찬바람도 막고 강에서 반사된 햇빛이 경사면의 점판암(Slate)을 달궈 포도가 충분히 익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젤을 와인 생산지로 개척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모젤은 최고급 리슬링 산지로 유명하지만 와인 생산에는 다른 곳보다 배 이상 노력을 요한다. 경사가 심해 포도나무를 한 그루씩 기둥에 묶어야 하고 기계를 이용한 재배도 불가능해 수작업만 해야 한다. 보온 효과를 높이는 돌이 빗물에 쓸려 내려가면 양동이에 담아 다시 경사면으로 운반하는 것도 사람이 직접 해야 한다. 경사가 급할수록 햇빛을 잘 받아 더 잘 익은 포도가 생산되므로 모젤산 고급 리슬링 와인은 땀과 노력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워낙 추운 지방이다 보니 독일 와인은 특이하게도 포도 당도에 따라 와인 등급이 결정된다. 카비네트(Kabinett)는 당도가 가장 낮은 포도로 만든 와인이고 슈패트레제 (Sp·a·tlese)는 조금 늦게 수확해 당도가 카비네트보다 높다. 카비네트와 슈패트레제는 대부분 알코올 농도가 7~10%로 약간 단맛이 나지만라벨에 트로켄(trocken)이라 적혀 있으면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변한 드라이 와인이다.

    아우스레제(Auslese)는 수확기가 훨씬 지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귀부병(보트리티스 시네리아 곰팡이균이 포도알을 마르게 해 당도와 향이 농축되는 병)에 걸린 포도알이 송이에 섞여 달고 향이 진하다.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는 잘 익은 포도알을 하나씩 손으로 따서 만든 와인으로 역시 귀부병에 걸린 포도알이 많이 섞여 당도가 높다.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는 귀부병에 걸려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포도로만 만들어 매우 진하고 당도가 가장 높다.



    리슬링처럼 산도가 좋은 와인은 침샘을 자극하므로 10~12도로 차게 해서 음식과 함께 즐기기에 적합하다. 드라이한 카비네트와 슈패트레제는 부추나 파를 썰어 넣은 달걀말이나 군만두와 잘 어울리며, 당도가 약간 있다면 새콤달콤한 탕수육이나 초밥 또는 매콤한 닭갈비에 곁들여도 좋다. 아우스레제는 무게감이 있고 단맛이 나므로 향이 진한 치즈와 어울린다. 베렌아우스레제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단맛과 향이 매우 강하므로 과일 케이크나 파이와 함께 먹는 디저트 와인으로 좋다. 특히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짭짤한 블루치즈와 즐기면 단맛과 짠맛이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무더운 여름 간단한 안주와 함께 즐기는 차가운 리슬링은 술자리를 향긋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높은 산도 진한 과일향…차가워야 제맛

    깎아지른 절벽에서 한 그루씩 기둥에 묶여 자라는 리슬링 포도나무. 절벽에서 수작업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모습. 귀부병에 걸린 포도알로만 만든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리슬링 와인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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