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5

2014.07.07

기능만 가르치니 ‘창의력’ 죽을 수밖에

실용음악 입시 시장 유감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7-07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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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능만 가르치니 ‘창의력’ 죽을 수밖에

    경기도 소재 한 대학 실용음악과에 지원한 학생들이 실기시험에 앞서 연습하고 있다.

    최근 어느 대학 실용음악과 교수가 쓴 글을 인터넷에서 봤다. 도입부는 한 학기를 마친 신입생들이 서울예대를 나와야 음악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재수나 반수를 생각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곡가로도 활동하는 이 교수는 “실력이 제일 중요하니 실력을 키우면 된다”고 답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전공자보다 비전공자가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현장에서의 성공이 학벌과 정비례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글을 맺는다.

    남겨진 댓글은 대체로 이 교수의 논지에 공감하지만, 일부는 현실적 논리를 제기한다. “학원강사나 세션 등 음악으로 돈을 벌려면 음대를 나와야 그 명성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모든 입시생이 뮤지션이 되고 싶어 대학에 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음악만 본다면 좋은 음악은 학벌과 상관없겠지만, 레슨비는 학벌이나 경력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게 진실입니다.”

    한국에서 음악만으로 먹고살기는 힘들다. 그런데도 음악을 하겠다는 사람은 넘쳐난다.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이 기획사 오디션에 몰린다. 독학으로 악기를 배운 친구들은 밴드를 결성해 서울 홍대 앞 라이브클럽의 문을 두드린다. 이런 친구들을 포함해 다양한 음악 지망생이 몰리는 곳이 대학 실용음악과다.

    현재 전국에는 70여 개의 관련 학과가 있고,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은 2만 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자기 이름으로 앨범을 내거나 세션 등으로 안정적인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인원은 극소수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예체능 관련 학과와 비슷하다.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레슨 시장에 뛰어든다.

    인기 있는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은 100 대 1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학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려면 학원에 다니거나 개인레슨을 받아야 한다. 꽤나 큰 시장이다. 데뷔하지 못했거나 ‘필드’에서 연주활동을 하지 못하는 많은 졸업생이 이 실용음악과 입시시장에 몰린다. 그렇게 밥을 해결하며 자기 음악을 준비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역시 다른 예체능 관련 학과와 마찬가지로 실용음악과 입시에서 주로 평가하는 것은 ‘창작력’이 아니라 ‘기능’이다. 정확한 음정으로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하면서 노래를 부르는지, 화성을 비롯한 음악이론에 충실한 연주를 하는지가 입시 기준이 되는 것이다. 입시생은 물론, 그들을 돕는 사람도 이 틀에 갇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애초 꿈꿨을 ‘목적으로서의 음악’은 ‘기능으로서의 음악’으로 변질된다. 자괴감을 느낄 틈도 없이 자연스럽게. 대중음악 시장에서 분리된 실용음악 시장 안에 형성된 사슬이다. 그러다 보니 음악을 하겠다면서 학벌에 목을 매는 학생이 생기고, 음악에서조차 학벌과 돈을 정비례 관계로 사고하는 비극적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는 모든 걸 ‘교육 시장’ 안에서 해결하려는 한국 사회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외국은 물론이고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혹은 명인 가운데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극소수다. 그들에게 음악이라는 자기표현은 일상 안에서 싹을 틔웠고 교육 시장에 대한 반발을 거름 삼아 자라났다. 그 결과가 대중음악 역사다.

    언젠가부터 음악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요즘 잘하는 신인은 많은데 자기 색깔을 가진 팀을 찾기 어렵다고. 그 이유는 주류와 비주류를 막론하고 실용음악과 출신이 넘쳐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교육은 음악의 부차적 요소일 뿐, 필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 역사가 증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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