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5

2014.07.07

글로벌 IT 기업 “몸집 키워야 산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M&A에 한창…다양한 기술과 분야 없이는 생존 불가능

  • 양충모 객원기자 gaddjun@gmail.com

    입력2014-07-07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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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일(현지시간) 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또 하나의 인수합병(M&A) 소식이 날아들었다. 구글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송자(Songza)’ 인수를 발표한 것.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송자를 약 1500만 달러(약 151억5000만 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애플의 비츠일렉트로닉스, 비츠뮤직 인수와 아마존의 무료 음원 서비스 ‘프라임 뮤직’ 개시에 더해 구글까지 이번 M&A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자 경쟁 구도는 점입가경이 됐다.

    이런 M&A 이슈는 글로벌 IT 시장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업계 전체가 M&A를 통해 합종연횡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M&A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곳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과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이다.

    와츠앱 인수 ‘역대 최대 규모’

    페이스북의 M&A 행보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설립한 지 2년, 직원 수는 13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었다. 인수가액은 10억 달러(약 1조1395억 원)로 당시까지 이뤄진 페이스북의 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적의 사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했고, 이번 인수로 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인수가 페이스북의 M&A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이때를 기점으로 전략의 변화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M&A는 인재인수(talent acquisition) 형태가 많았다. 유능한 인재를 노린 M&A로, 인수 완료 후 직원들만 인수하고 피인수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 생산을 중단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인스타그램이나 와츠앱(WhatsApp)처럼 독립 사업 부문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서로 다른 철학과 배경에서 탄생한 서비스를 무리하게 통합하면 두 서비스의 장점이 퇴색한다는 것을 M&A 사례를 통해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 인수 후 2013년 한 해 자잘한 M&A 외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페이스북은 올해 상반기 빅딜 두 건을 터뜨리며 다시금 잰걸음에 나섰다. 그중 한 건은 페이스북 자체 내에서도, 글로벌 IT 업계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M&A였다. 바로 와츠앱 인수다.

    페이스북은 2월 중순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업체 와츠앱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와츠앱은 2009년 야후 출신 엔지니어인 얀 쿰과 브라이언 액턴이 공동 창업한 회사로, 직원 수는 55명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가인 190억 달러는 IT 업계 M&A 중 최대 규모다.

    한 달 뒤인 3월에도 페이스북은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어냈다. 가상현실 헤드셋 제조업체인 미국 벤처기업 오큘러스VR를 20억 달러(약 2조15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큘러스VR는 2012년 설립된 회사로,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한 회사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VR 인수는 역대 IT 업계 M&A 중 8위 규모다. 저커버그는 “모바일 이후 미래의 플랫폼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M&A의 성패 여부는 인수 당시 인수가격의 높고 낮음이나 시장 상황이 아닌, 인수 후에 달렸다. 즉 인수 후 관리(PMI·Post Merger Integration)에 따라 인수 성패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이 부분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한 건, 구글의 잰걸음

    글로벌 IT 기업 “몸집 키워야 산다”
    와츠앱은 페이스북이 인수한 지 2개월 만에 액티브 유저 수가 5억 명을 돌파했다. 인수 당시 와츠앱의 액티브 유저 수는 전 세계에서 4억5000만 명, 데일리 액티브 유저 수는 3억2000만 명이었다. 인스타그램 역시 인수 계약 당시 3300만 명이던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으로 급증하면서 IT 업계의 대표적인 M&A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페이스북과 함께 글로벌 IT 업계의 M&A 시장을 이끄는 구글은 기업 성장 자체를 M&A를 통해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색엔진을 제외한 현재 구글의 대표 서비스는 대부분 사들인 후 간판을 바꿔달거나 발전시킨 것이다. 구글은 ‘어스 뷰어’를 개발한 키홀(Keyhole)을 2004년 인수함으로써 ‘구글어스’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고, 2006년에는 유튜브(YouTube)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구글 역사상 최대 M&A는 2011년 8월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다. 125억 달러 규모의 M&A는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하기 전까지 IT 업계에서 최대 규모였다. 구글은 모토로라의 모뎀·셋톱박스 제조 부문을 2012년 23억5000만 달러에 미국 통신장비 업체인 아리스 그룹에 넘겼으며, 2월에는 모토로라 스마트폰사업 부문을 29억1000만 달러에 중국 최대 PC(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인 레노버에 매각했다. 인수 당시 모토로라가 보유했던 현금 30억 달러와 세금이연성 자산 24억 달러 등을 셈에 넣으면, 구글은 18억 달러 정도 손해를 보고 판 셈이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갖고 있던 특허 1만4000건은 구글 손에 남겨진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구글의 ‘신의 한 수’는 2005년 안드로이드 인수다. 안드로이드는 앤디 루빈 전 애플 하드웨어 디자이너가 세운 캐나다 회사다. 5000만 달러 규모였던 안드로이드 인수는 당시 40억 달러 규모의 구글 증자 계획에 묻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구글의 품에 안긴 안드로이드는 현재 세계 모바일 운영체계(OS)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구글이 세계 모바일 생태계를 지배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글로벌 IT 기업 “몸집 키워야 산다”

    4월 구글은 페이스북도 눈독을 들였던 소형무인기 ‘드론’ 개발 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도 구글의 M&A 행보는 계속됐다. 1월에는 32억 달러(약 3조3800억 원)에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랩을 인수했고, 인공지능(AI) 분야의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도 6억5000만 달러(약 6900억 원)에 사들였다. 6월에는 위성 업체 스카이박스이미징을 5억 달러(약 5085억 원)에, 인터넷 감시카메라 전문업체 드롭캠을 5억5500만 달러(약 5660억 원)에 인수했다.

    가장 최근 송자 인수를 발표한 7월 1일 현재까지 구글이 M&A한 기업은 총 160개사에 달한다. 빈번한 M&A로 유명한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 업체 시스코 시스템스(Cisco Systems)의 172건에 근접한 수준이다. 2010년 이후로 따지면 구글은 한 주에 한 번꼴로 M&A를 성사하고 있다. 기업 역사에 차이가 있지만 페이스북이 현재까지 성사한 인수합병은 47건에 불과하다.

    기업이 M&A에 나서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이미 진출해 있는 사업군이지만 시너지 효과나 더 큰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다. 세 번째는 경쟁 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 혹은 경쟁사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 (자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경쟁사가 인수할 것 같은 기업을 먼저 사들이는 것이다.

    가장 많은 사례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페이스북보다 구글이 활발하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하루 한 건씩 로봇 관련 업체를 인수하면서 로봇 사업을 강화하는가 싶더니, 1월에는 네스트랩과 딥마인드를 사들이며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 경쟁 지나친 출혈 우려도

    태양광 소형무인기 ‘드론’도 빼놓을 수 없다. 이것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신사업 타깃 분야다. 4월 구글은 드론 개발 업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를 인수했다. 이 업체는 올 초부터 페이스북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기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당시 페이스북의 동향을 파악한 구글이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에 “페이스북보다 더 큰 금액을 주겠다”고 접근했다고 한다.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인수에 실패한 페이스북은 영국의 드론 업체 어센타를 2000만 달러(약 200억 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움직임을 달리 보면 문어발식 확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어떤 기업의 M&A 행보를 살펴보면 향후 어느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데,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은 그 방향성이 한 점으로 모이기보다 사방으로 뻗쳐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미래 경쟁에 초조한 나머지 M&A에 지나치게 많은 출혈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가 대표적이다. 와츠앱의 수익은 인수 전이나 후나 이용자 1명에게 1년에 1달러만 받는 것이 고작이다. 와츠앱의 콘셉트 자체가 광고 없는 메신저인 탓에 특별한 광고 수입도 없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은 와츠앱을 가입자 1명당 가치를 44달러로 계산해 인수했다. 페이스북 자체 메신저 37%까지 더해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 비중 36%인 와츠앱을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은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게 되긴 했다. 다만 과연 그만한 자금을 투자할 만한 M&A였는지는 인수 후 약 5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술 발달 속도가 빠르고 업계 부침이 심한 IT 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다소 ‘도박’의 성격이 있더라도 이들 기업이 M&A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성공 여부도 장담하지 못한다. 두둑한 현금과 배짱만 있다면 유망 기업을 사냥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경제적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IT 산업의 영역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되는 배경이다. 예전에는 업체별로 검색엔진, SNS, 게임, 단말기 제조, 전자상거래 등 분야가 분명히 구분됐지만, 이제는 이 모든 분야에 최소한 발이라도 담가두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글로벌 IT 업계 M&A 시장의 판을 키워놓은 덕에 웃는 것은 스타트업 기업들이다. 10개 중 한두 개가 성공할까 말까 한 확률이지만, ‘대박’을 칠 경우 돈방석에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수 기업의 자금력과 시너지 효과에 탄력을 받아 제품 질이 개선될 수 있으며, 규모와 시장 침투력도 훨씬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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