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5

..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7·30 재보선 앞두고 여야 상대방 패 읽기에만 골몰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4-07-07 09: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새정치민주연합 허동준 전 서울 동작을 지역위원장(왼쪽)이 7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동작을 전략공천에 반발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재보선)를 앞두고 정치권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후보등록일(7월 10, 1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재보선 지역 15곳 중 수도권 6곳에 대한 공천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상대방 패 읽기에 골몰한다.

    의석 과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새누리당은 뒤늦게 거물급 인사 영입에 나섰고, 야당은 특정 인물 공천과 경선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을 표출하고 있다. 여야 모두 7월 10일 후보등록일이 돼야 대진표가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재보선은 후보들의 ‘이름값 싸움’이고, 투표일이 휴가철이라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만큼 여야 지도부가 신진 인사를 내세워 모험하기에는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 없는 눈치작전, 벼락공천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고, 여당이 주장한 ‘상향식 공천’과 야당의 ‘새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 서울 동작을 공천 후폭풍

    서울 동작을은 건곤일척(乾坤一擲)의 한판 승부 지역이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민(民)의 한 수’로 여야 모두에게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 만큼 여야는 서울 동작을 승리에 대한 갈증이 크다. 그만큼 공천 산고(産苦)는 크다.



    새누리당은 뒤늦게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상대로 삼고초려하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7월 3일 “김 전 지사의 용기가 필요하다. 재보선 전선의 선두에 김 전 지사가 필요하고, 내가 스토커가 돼 당의 방패가 돼달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전 지사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날 오후 윤 사무총장은 방송 출연 차 대구를 방문한 김 전 지사를 찾아가 만났지만 “그 자리는 선당후사 자리가 아닌 것 같다. 경기 지역 선거는 지원하겠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방송국 앞에서 40여 분간 김 전 지사를 기다리다 20분간 나눈 대화였다. ‘김문수 스토커’를 자청한 만큼 설득 작업은 계속되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지사의 한 측근은 “국무총리설, 전당대회 주자설 등이 한창 거론될 때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가 갑자기 선당후사를 강요하며 등 떼미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며 “김 전 지사는 당분간 민생행보를 이어가며 정치혁신 등 정국 현안에 대한 공부를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내홍 끝에 7월 3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개혁공천 일환’이라고 주장하지만, 광주 광산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이미 광주 수완동에 선거사무실을 개소한 후보자를 동작을 후보로 옮겨오는 블랙코미디를 연출한 것. 오랜 기간 동작을 표밭을 갈아온 예비후보자들은 ‘닭 쫓던 개’가 됐고, 다른 후보들도 반발하는 등 공천 후폭풍이 거세다.

    전날까지는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인 금태섭 대변인의 전략공천설이 나돌았다. 그러자 예비후보들은 물론 소속 의원 31명도 “전략공천으로 피해를 본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며 금 대변인의 전략공천에 반대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측근 심기’를 하다 자칫 계파 간 갈등이 분출하면 안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어 우려스러웠다. 금 대변인 대신 ‘제3의 인물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은 했지만 기 전 부시장 공천은 예상 밖이었다. 사실 개혁공천을 한다고 했으면 처음부터 측근은 배제하고 공정한 룰 속에서 신진인사를 뽑았어야 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도 측근인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내홍을 겪지 않았나. 당헌당규에 따라 전략공천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체 동작 지역에서 57.89%를 득표, 지역구 국회의원이던 정몽준 후보(41.35%)를 크게 누른 야권 성향 지지표 결집을 기대하는 눈치다.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의 수원정(영통),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새정치연합 신장용 전 의원의 수원을(권선),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역구인 수원병(팔달)에서 치르는 ‘수원 대전’ 역시 재보선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다.

    새누리당은 경기 평택을 공천에서 탈락한 임태희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경기 수원정 카드로 띄우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경제 선거구인 수원에 경제 전문가인 임 전 실장만한 적임자가 어디 있겠느냐”며 공개 추천했고, 임 전 실장은 고민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새정치민주연합 금태섭 대변인(왼쪽부터).



    # 검증된 인물론 vs 손학규 삼각편대

    새정치연합은 수원병 점령에 사활을 건다. 3곳은 ‘수원 삼각벨트’로 묶어 필승조를 내보내고 분위기를 띄워 경기 평택을과 경기 김포를 한데 묶는 ‘경기 벨트 선거전략’을 검토 중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공천위원은 7월 3일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교육계, 노동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을 지켜보며 맞춤형 공천을 할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새정치연합의 수원 편대 편대장은 손학규 상임고문이 맡을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수원병에 손 고문이 출전해 바람몰이를 하는 방식과 새정치연합 강세 지역인 수원을에 출마해 인근 지역 지원 유세에 나서는 방식을 두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비서실장이 수원정에 출격한다면 한국노총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최고위원이 맞대응 카드로 출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원을은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공천이 거론되지만 신진 인사의 깜짝 발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변수는 손 고문이 공천을 받아들이더라도 좌우 날개는 ‘이길 수 있는 조합’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 차기 대권후보의 ‘여의도 입성’인 만큼 입성 행렬은 극적이고 보무 당당해야 한다는 속내로 보인다.

    5선의 이석현(안양 동안갑) 국회부의장 등 당 중진들도 “수원은 손학규 전 대표에게 멍에를 씌워 다른 두 구역도 수레바퀴처럼 견인하게 하면 금메달 3개를 한 줄에 꿸 수 있을 것”이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공천이 확정된 경기 평택을의 정장선 전 의원과 경기 김포에 공천을 신청한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손 고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30 재보선은 여야 모두에게 중요한 선거다. 현재 의석수 147석으로 과반 의석(151석)이 일시 붕괴된 새누리당은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안정적인 과반 의석을 가져와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떨어진 만큼 원래 야당이 보유했던 의석수(6개) 이상을 기대한다. 6·4 지방선거가 무승부로 끝난 만큼 김한길-안철수 지도부도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 해도 벼락치기식 전략공천을 놓고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7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윤상현 사무총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대구를 찾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게 서울 동작을 출마를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 커지는 비판 목소리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br>

    7·30 재보선은 미니 총선급 재보선인데도, 여야 모두 공천 원칙과 기준 없이 상대방 패에 따라 자기 패를 내보이는 것은 책임정치와도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야 텃밭인 영호남을 제외하고, 쇄신과 개혁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도권 공천은 대부분 눈치작전 이후 전략공천으로 귀결됐다. 여야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새누리당 한 초선의원의 비판이다.

    “일찌감치 경기 평택을 경선에 뛰어든 임태희 전 비서실장의 경우 지역 연고가 없다는 이유로 경선도 치르지 못하게 했는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연고가 없는데도 서울 동작을 출마를 강권하는 모습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가깝다. 그런데 그 며칠 뒤 윤 사무총장은 ‘임 전 실장은 당의 경제 전문가이자 간판스타’라고 치켜세우며 수원에 출마해달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이 수원에 어떤 연고가 있는지 모르겠다. 공천 잣대가 고무줄이고 원칙도 없다. 과거 전략공천은 젊은 피 수혈이나 개혁공천의 의미였다면, 요즘은 ‘올드보이의 귀환 루트’로 전략한 듯하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승에 매몰돼 유권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불과 한 달 전 지방선거 때는 상향식 공천으로 공천혁명을 한다고 했는데….”

    새정치연합도 금 대변인의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설이 나돌자 예비후보 5명과 의원 31명이 집단 반발하면서 계파 간 갈등 조짐을 보이더니, 결국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을 한 천정배 전 의원에 대해선 경선 자체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새정치연합의 한 선거관리 위원은 “개혁공천을 한다면 처음부터 ‘몇 선 이상은 나오지 마라’고 원칙을 정하든가 해야지 이제 와서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계파 갈등 조짐을 보이자 486 의원들의 지지를 받는 기 전 부시장을 공천한 것도 새 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들만의 리그 ‘공천 눈치싸움’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이에 대해 정치평론가인 이종훈 정치학 박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대의민주주의를 고려하면 전략공천은 개혁공천을 하는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과거 전략공천은 대부분 신진 영입 루트로 활용됐다면 최근에는 인지도를 앞세운 중진들의 낙하산 루트로 활용되는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신진 정치인을 키우고 발굴하는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 게다가 불과 며칠 전까지 다른 곳에서 정치하겠다는 사람을 데려와 공천하는 건 그 지역 유권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