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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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투기 상품? 전자결제 디지털 자산이죠”

인터뷰 |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 정호재 동아일보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4-05-12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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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이 투기 상품? 전자결제 디지털 자산이죠”
    “날이 갈수록 한국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말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속도가 문제인데…. 비트코인이 가장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해 4월 국내 첫 비트코인 거래소로 문을 연 코빗(korbit.co.kr)에 이어 국내 두 번째 거래소인 코인플러그(coinplug.com)를 운영하는 어준선(49·사진)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차세대 전자결제 시스템’이라 부르는 비트코인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과 반대로 국내 분위기는 급속도로 침체한 탓이다. 어 대표는 “인터넷 속도만 빠를 뿐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과 ICT 환경에 대한 대비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문을 열었다.

    ‘믿을 수 없는 화폐’ 인식 투자 열기 시들

    지난해 ICT 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 가운데 하나는 비트코인이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정체불명의 재미(在美) 일본 과학자가 개념을 만들고 실제 구현에 나선 이 전자화폐는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여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비트코인은 그동안 전자화폐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보안문제를 사용자 참여 방식(P2P·peer to peer)으로 해결해 마치 e메일을 주고받듯 쉽게 결제를 할 수 있게 한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세간 관심이 신종 화폐에 대한 가치 평가에만 쏠린 것이 문제였다. 2013년 봄에는 100달러에 불과하던 1비트코인(BTC) 시세가 지난가을에는 10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널뛰기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투기 상품으로 받아들였고 ‘믿을 수 없는’ 화폐라는 인식이 심어졌다.



    이와 동시에 세계 최대 비트코인거래소 가운데 하나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과 사기사건에 뒤엉켜 파산한 것도 부정적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비트코인 자체 보안성은 완벽하지만 이를 보관하고 거래하는 세계 수천여 개 사설업체의 관리 실태가 검증되지 못한 탓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1BTC=400~500달러 선에 안정적으로 거래되지만 국내의 투자 열기는 시들해졌다.

    고려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어 대표는 현대전자 이동통신연구소에서 일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뒤 한국으로 유턴한 ICT 엔지니어다. 2000년대 이후 시스코, 엑시오 등 글로벌 ICT 기업에서 일한 그는 최근 미국 주요 벤처캐피털(VC) 가운데 하나인 실버블루와 유명 벤처투자자 팀 드레이퍼 등의 투자를 기반으로 비트코인거래소는 물론 전자지갑, 비트코인 개인용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등 결제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3월 7일 국내 대기업인 효성과 제휴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비트코인 ATM(자동입출금기)을 설치해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를 활용하면 자신의 계좌에 들어 있는 사이버머니를 원화로 바꿔 출금할 수 있으며 현금을 넣고 비트코인을 살 수도 있다. 가상(사이버) 화폐를 현금으로 바꿔준다는 점에서 이 기기는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를 가져왔다.

    어 대표는 “코인플러그 본사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ATM은 변동되는 비트코인 시세를 적용한다”며 “국내 수요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ATM을 만든 이유는 전통적인 금융이 디지털 화폐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화폐를 발행하는 각국 정부에게 뜨거운 감자다. 미국과 독일처럼 이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고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국가도 있지만,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며 일단 관망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연말 “(비트코인을) 주의 깊게 보고 있긴 하지만 민간 화폐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상품 결제에 비트코인을 도입하는 등 민간 영역에서 확산되던 비트코인 열기가 한풀 꺾였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하는 비트코인 양은 0.1% 내외로 30% 가까운 보유량을 가진 미국, 중국 등 비트코인 선진국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전자화폐 미래 가치 중요성

    “‘비트코인’이 투기 상품? 전자결제 디지털 자산이죠”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플러그가 서울에 설치한 비트코인 ATM(위)과 코인플러그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비트코인 사용 독려 캠페인. 최근 일부 시민단체는 비트코인 기부를 받고 있다.

    비트코인 활성화에 매진하는 어 대표가 답답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우리 정부의 구실이 ‘규제’를 통한 진흥이 아닌 ‘사용 금지’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각국 정부의 비트코인 관련 정책과 단순 비교해봐도 우리 정부는 금융과 ICT가 융합되는 기술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현재 비트코인은 전자화폐라기보다 글로벌 결제 시스템으로 차근차근 정착해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단순히 돈으로 계산하는 전자화폐 기능도 있지만 ‘블록체인(block chain)’이라는 보안기술을 통해 거래를 검증하고 인증하는 공인인증 시스템으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활용하면 각국 정부가 발행하는 정규 화폐 외 상품권이나 지역 화폐 등을 빠르게 전자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기존 화폐 체계와 충돌하는 일 없이 충분히 사용자와 연관 산업을 늘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서 비트코인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는 전혀 없는 형편이다.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코빗이나 코인플러그에 대한 투자도 대개 미국 VC들이 주도하고 있다. 어 대표는 “만일 우리가 또 한 번 미국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게 된다면 사실상 외국계 기업이 되는 셈”이라며 “그렇게 되면 앞으로 전자결제 시장이 커질 경우 그 이득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투기 대상이 아닌 ‘디지털 자산(digital property)’으로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지털 자산은 리니지 같은 온라인게임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게임아이템은 한정된 숫자로 생산되는데 이를 활용하면 이용자는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시장이 만들어진다. 비트코인은 이런 게임아이템처럼 점차 ‘가치’를 확보하고 글로벌 거래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어 대표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사이버 세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10년 전 게임아이템 거래를 금지했고 결국 거대한 디지털 자산 거래 시장을 잃게 된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최근 세계적인 금융거래정보 업체 블룸버그가 비트코인 거래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자화폐의 미래 가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근대 화폐 제도 역사는 100년에 불과하고 현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제도와 문명이 기존 체계를 바꾸는 시점입니다. 종이화폐는 물론 현재의 온라인 공인인증서 시스템이 100% 안전한 것이 아니라면 비트코인을 포함한 미래 결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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