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7

2014.05.12

입안 채우는 기포 봄나들이에 딱!

스파클링 와인

  •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05-12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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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안 채우는 기포 봄나들이에 딱!
    나들이 계절이다.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여행 계획을 세울 때면 우리는 음식 선택에 꽤 고심하는 편이다. 하지만 술 종류는 맥주나 소주에서 좀처럼 벗어나질 못한다. 생각을 좀 바꿔 늘 마시던 술 대신 향기로운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이는 것은 어떨까. 집에서 챙겨온 ‘묵은지’에 삼겹살이나 구울 계획인데 축배를 상징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왠지 안 어울리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발포성 와인은 동서양 모든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리는 무난한 술이다. 맥주가 자극적인 한식 안주와 잘 어울리는 이유도 기포가 주는 청량감 때문이다. 특히 차가운 맥주의 탄산은 매운 음식을 먹은 뒤 혀와 입안에 남아 있는 얼얼한 기운을 가라앉혀준다. 스파클링 와인도 그런 구실에서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향기까지 그득히 머금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중 가장 잘 알려진 종류는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샴페인 지역에서만 생산하며 반드시 병 발효법(Me′thode Champenoise 또는 Traditional Method)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방식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샴페인의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1차 발효한 와인을 일일이 병에 담고 이스트와 설탕을 넣어 2차 발효한다. 발생한 기포는 병 안에 가두고 앙금은 아주 천천히 병을 기울여 병목으로 이동시켜 제거한다. 와이너리에 따라서는 더욱 숙성된 맛을 내려고 병목에 앙금이 담긴 채 병을 거꾸로 세워 수년간 보존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든 샴페인은 다채롭고 섬세한 향과 부드러운 기포로 우리 입맛을 사로잡는다.

    입안 채우는 기포 봄나들이에 딱!

    병목으로 이동한 샴페인 앙금(위). 뵈브 클리코 샴페인.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은 혀를 잠시 마비시키기 때문에 샴페인 가치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맵고 짠 음식에는 깊은 향미보다 청량감이 도드라지는 저렴한 가격대의 스파클링 와인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스페인 카바, 이탈리아 프로세코, 독일 젝트, 그리고 신대륙 스파클링 와인이 그런 종류다.

    카바의 경우는 샴페인처럼 병 발효법으로 제조하나 포도 종류가 다르고 최첨단 시설로 대량생산 하기 때문에 샴페인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신대륙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과 같은 종류의 포도로 만들어도 이동식 방법(Transfer Method)을 이용, 2차 발효한 와인을 탱크에 담아 한꺼번에 앙금을 걸러 병입해 가격을 낮춘 경우가 많다. 프로세코나 젝트는 제조 원가를 더 낮추려고 2차 발효를 개개의 병이 아닌 탱크에서 한꺼번에 한 다음 필터링해 병입하는 탱크 발효법(Charmat Method)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기포가 샴페인보다 약간 거친 면은 있지만 상큼한 과일향과 더불어 자극이 강한 우리 음식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 보덴슈테트는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며 와인을 마시고, 봄이 오면 봄이 왔음을 기뻐하며 와인을 마신다’고 했다. 산들바람에 실려오는 꽃향기와 녹음 속에서 가격 부담 없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나들이를 더 아름답게 장식해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와인잔을 챙기지 않더라도, 종이나 플라스틱 컵에 따라 마시더라도, 봄날 스파클링 와인은 맥주나 소주가 가져다줄 수 없는 색다른 멋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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