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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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을 이어가는 키릴 페트렌코 솜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의 ‘장미의 기사’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5-12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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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을 이어가는 키릴 페트렌코 솜씨

    독일 뮌헨 국립극장 내부(왼쪽)와 외부 모습.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의 주도인 뮌헨은 흔히 ‘맥주와 BMW의 도시’로 통하지만, 저명한 클래식 음악 도시이기도 하다.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고향인 이곳은 국제적 명성을 가진 교향악단 2개, 마리스 얀손스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로린 마젤의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정주하고 있다. 과거 비텔스바흐 왕가의 궁전이었던 레지덴츠의 정문과 함께 막스 요제프 광장에 면한 국립극장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극장이다.

    이 가운데 뮌헨 국립극장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의 주 활동 무대로 베를린, 드레스덴, 함부르크의 국립 오페라 극장들과 더불어 독일 최고 수준의 오페라 무대로 꼽힌다. 과거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R. 슈트라우스의 ‘카프리치오’ 등을 초연한 바 있는 역사의 현장이면서, 오늘날에도 독일 오페라계를 선도하는 수준 높은 프로덕션이 꾸준히 상연되고 있다. 또 매년 여름에 진행하는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도 유명하다.

    다만 이 극장에서 공연을 볼 때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다. 요즘 독일 극장이 대개 그렇지만, 이 극장에서 선보이는 오페라 무대는 현대적 또는 전위적 연출이 주류를 이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전에 해당 작품을 숙지하지 않았다면 공연을 즐기기는커녕 내용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예로 최근 마르틴 쿠세이의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드보르자크의 ‘루살카’ 영상물(Unitel Classica)을 보면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대적 연출이라도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만한 참신하고 흥미로운 공연을 만나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필자가 수년 전 봤던, 다비트 뵈슈가 연출한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이 그런 경우였다.

    그런가 하면 드물게 고전적인 무대를 만날 수도 있는데, 이 극장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R.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공연에 한해서만큼은 전설적인 오토 셴크의 연출, 위르겐 로제의 디자인과 의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전설을 이어가는 키릴 페트렌코 솜씨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3월 2일 뮌헨 국립극장에서 만난 ‘장미의 기사’ 무대는 유명한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의 1979년 영상물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출연진은 바뀌었는데, 마르샬린 역에 핀란드 소프라노 소일레 이소코스키, 옥타비안 역에 영국 메조 앨리스 쿠트, 조피 역에 독일 소프라노 모이차 에르트만, 옥스 남작 역에 영국 베이스 피터 로즈 등 정상급 가수가 나왔고, 우리나라 테너 김우경도 단역으로 출연했다. 아울러 이 공연은 지난해 이 극장의 신임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러시아 출신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솜씨를 가늠해볼 기회이기도 했다.

    공연은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고색창연한 무대가 자연스러운 몰입을 유도했고, 주역 가수들은 뛰어난 가창과 연기로 각자 맡은 배역을 흡족하게 소화해냈다. 특히 청춘에 작별을 고하는 귀부인으로 분한 이소코스키의 청아하고도 기품 어린 음성이 깊은 인상을 남겼으며, 작품 전체를 세밀한 표현과 유려한 색채로 수놓으면서 공연을 은은한 충일감으로 이끌어간 페트렌코의 탁월한 지휘와 노련한 리드도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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