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2014.05.07

시간 돌리면 비루한 삶에 햇살 드나

뮤지컬 ‘시간에’

  • 구희언 ‘여성동아’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5-07 1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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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돌리면 비루한 삶에 햇살 드나
    시대를 불문하고 ‘시간여행’은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온 소재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은 딸의 사망 14일 전으로 되돌아간 엄마의 고군분투를 그렸고,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tvN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도 한 남자의 시간여행을 다뤘다. 뮤지컬 ‘시간에’ 역시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2009년 초연 당시 제2회 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과 최우수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다.

    작품은 시간여행을 하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중 플롯으로 다룬다. 지수와 명운, 현실은 각자 상황에서 불행한 사건을 맞이한다.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밥 먹듯 하던 지수는 남자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우유부단한 예스맨으로 살아온 명운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는다. 소매치기 현실은 1등 당첨 로또가 든 지갑을 훔치는 데 성공하지만, 경찰 추적을 피하다 로또를 잃어버리고 만다.

    이들은 버스에서 우연히 ‘타임슬립 워치’ 판매상을 만난다. 판매상은 말한다. “타임슬립 워치로는 각각 3번씩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각자 목적을 위해 시계를 쓰는 세 사람. 남자친구에게 미련이 남은 지수는 과거 그를 처음 만난 순간으로 돌아가 사랑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명운은 꿈을 위해 독하고 냉정하게 변한다. 건강에도 각별히 신경 쓰는 건 물론이다. 현실은 훔친 로또를 들고 쫓아오는 경찰을 피해 미래로 도망친다.

    시간여행물 대부분이 그렇듯 세상만사가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간다 해서 뜻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만회하고자 시간을 되돌리지만 그렇게 다시 찾은 시간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시간 돌리면 비루한 삶에 햇살 드나
    재밌는 포인트를 잘 잡아낸 작품이며, 찡한 감동도 있다. 전혀 다른 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사랑과 가족, 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신예들 활약도 돋보인다. 뮤지컬 ‘레미제라블’ 앙상블로 데뷔한 ‘타임슬립 워치’ 판매상 역의 서진욱은 멀티맨으로 종횡무진하며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이 작품이 데뷔작인 명운 아내 팔자 역의 박나연은 깨알 같은 생활연기로 웃음을 준다.



    요즘 시간을 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보며 ‘선내방송을 제대로 했다면’ ‘초기 대응을 좀 더 잘 했다면’이라고 생각한 이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야속하게 흐를 뿐이다. ‘타임슬립 워치’를 갖고 있던 세 사람의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까. 5월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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