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2017.06.28

책 읽기 만보

그렇게 계산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아!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6-28 11: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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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똑똑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라즈 라후나탄 지음/ 문희경 옮김/ 더퀘스트/ 424쪽/ 1만6000원

    “똑똑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중요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행복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점에서 이들은 남보다 더 행복하고 충만하게 살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들이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다.”

    미국 텍사스대 맥콤스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마케팅 분야를 연구하는 저자는 최신 심리연구 결과를 토대로 똑똑한 사람이 납득할 만한 행복 습관 찾기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다른 목표에 현혹돼 행복을 놓치는 현상을 저자는 ‘행복의 역설’이라 부른다. 이런 현상이 만연한 이유는 행복이 돈과 명예, 신체적 매력에 비해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역설’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부심이나 사랑, 풍요, 조화 같은 말로 평소 행복을 정의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행복을 ‘사랑’으로 정의한다면 ‘친구와 어울리기’나 ‘가족과 휴가 보내기’가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무엇을 하든 ‘최고’가 돼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월성 욕구는 성공을 만드는 결정적 요소다. 하지만 우월성을 계속 좇다 보면 행복 수준은 떨어지고, 더 많은 물질 확보 욕심이 일상을 짓누른다.

    소득이 늘어나면 행복도 그만큼 커질까. 신기하게도 소득이 늘어나면 지출이 소득을 따라잡기에 더 많이 벌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나 생긴 심리적 자신감은 금방 소진되기 때문에 그만큼 심리적 자신감을 느끼려면 다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소득에 대한 적응은 행복 수준을 떨어뜨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남에게 베푸는 이타적 행동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미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실험으로 이를 증명해 보였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각각 5달러와 20달러가 든 봉투를 준 뒤 한 집단에게는 자신을 위해, 다른 집단에게는 남을 위해 돈을 쓰게 했다. 다음 날 질문한 결과 돈 액수와 관계없이 남을 위해 돈을 쓴 학생들의 행복감이 훨씬 더 높았다.

    사랑하고 베풀고 싶은 욕구는 성공의 원천이기도 하다. 먼저 남의 문제에 관심을 쏟는 동안 나의 걱정거리와 문제로부터 멀어질 수 있고, 타인과 연결되는 느낌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은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행복감을 높인다. 경제학자 아서 브룩스는 미국인 3만 명의 자료를 분석해 1달러를 추가로 벌 때마다 자선활동에 기부하는 액수가 14센트씩 올라가고, 반대로 1달러를 기부할 때마다 소득이 3.75달러씩 증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벌어서 베푸는 것보다 베푸는 사람이 돈도 잘 벌고 행복하다는 뜻이다.

    “과거의 나보다 왜 지금 덜 행복한지 아는가. 부정적인 마음의 속삭임을 불러오는 행동과 목표와 가치관이 행복을 침해하는데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마음으로 행복을 성실하게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려놓고 만족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때로는 재거나 따지지 않고 사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 길임을 환기케 해준다.




    열애
    김별아 지음/ 해냄/ 296쪽/ 1만3800원

    ‘미실’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장편소설. 박열은 마을에서 일본도를 찬 순사들을 보고 정세가 급변한 것을 깨닫는다.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잔혹한 노동현장에 위장취업을 한다. 그가 동지이자 사랑하는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를 만난 것은 1922년 도쿄. 둘은 사회에 반역하는 조직 ‘불령사’를 결성한다. 그러나 관동대학살의 거짓 명분을 찾던 일본 정부는 그에게 일왕 암살을 시도했다는 ‘대역사건’의 누명을 씌운다.







    세일즈 보스
    조너선 휘스먼 지음/ 우미영 옮김/ 책비/
    288쪽/ 1만5000원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영업’은 기업 경영에서 핵심 중 핵심이다.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것은 최고 성과를 내는 ‘영업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영업조직을 이끌 수 있지만 소수 리더만 성공한다.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을 두고 영업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그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내는 리더를 다룬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284쪽/ 1만3000원

    200자 원고지 10~30매가량의 짧은 소설 모음집. 성이 한씨인 대령이 있었다. 예편을 한 해쯤 앞두고 고향 A시 산자락 아래의 땅을 사 은퇴 후 생활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한 대령의 유일한 취미는 바둑이었다. 한 대령은 장교 임관 후 바둑을 배웠다. 중대장 시절 프로기사 선발전에서 탈락해 입대한 ‘오이병’과 대국해 30전30패를 당하는데….









    불균형 사회
    허윤·이지훈 지음/ 한국경제신문/ 204쪽/ 1만4000원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책. 저자들은 우리 사회에 내재해 있던 불균형이 광우병 논란을 통해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대의민주주의 시스템 전체의 마비를 가져온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현실 세계는 대부분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지만, 불균형을 균형 상태에 가깝게 움직이게 하는 자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선진 사회’라고 역설한다.







    한국인이 사랑한 세계 명작의 첫 문장
    김규회 엮음/ 끌리는책/ 260쪽/ 1만4800원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의 이 첫 문장을 위해 200번을 고쳐 썼다. 주인공의 독백 혹은 촌철살인의 감성으로 시작하는 등 첫 문장은 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문패와도 같은 것으로, 작가의 개성과 심오한 철학이 담겼다.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첫 문장은 지나간 시절에 대한 추억이기도 하다.









    베누스 푸디카
    박연준 지음/ 창비/ 164쪽/ 8000원

    ‘바람이 분다 커튼의 날갯짓/ 저기봐,/ 꼭지가 묶여 있는 새가 날아간다// 녹아버린 드라큘라의 망토/ 펄럭이는/ 펄럭이다 마는// 바람이 흔들리는 벽에 얼굴을 부비며 기어간다/ 빛으로 사라지는 바람의 몸피’(‘커튼’ 중에서). 2004년 등단 이후 활발하게 활동해온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사회적 억압과 편견에 대항하는 독창적인 단어 선택이 눈에 띈다.










    현대 유럽의 역사
    앨버트 S. 린드먼 지음/ 장문석 옮김/ 삼천리/
    896쪽/ 3만9000원

    서유럽 중심의 특정 국가 역사서술에서 탈피해 ‘하나이자 여럿인’ 유럽의 정체성을 다룬 책. 저자는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나열하기보다 ‘문제 중심’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특히 독일, 유대인, 아일랜드, 사회, 여성, 동방 문제 등 여섯 가지 이슈를 통해 과거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 변두리 국가가 유럽사를 바꿔놓은 주요한 변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
    다장쥔궈 지음/ 오수현 옮김/ 비즈니스북스/
    312쪽/ 1만4500원

    살면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상황과 관계 속에서 우리는 크고 작은 충돌을 겪는다. 상처로 약해진 마음은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상처를 견디고 치유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미처 보듬지 못했던 마음의 병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들려준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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