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2

2014.04.08

북한은 지금 딱! 1970년 남한 수준

2013년 1인당 GDP 854달러에 불과…농업 생산·에너지 등 격차 늘수록 통일 비용 증가

  •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k1009@hri.co.kr

    입력2014-04-08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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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지금 딱! 1970년 남한 수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전 세계의 밤 사진. 북한 지역은 빛이 거의 없어 불빛이 환한 중국, 일본,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 한국이 마치 섬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세계의 밤 사진을 공개했다. 대부분의 독자와 마찬가지로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반도 모습이었다. 휴전선을 경계로 남한은 환하게 빛나는 반면, 북한은 칠흑 같은 어둠에 덮여 있었다. 사진 한 장이 남북한 경제의 현주소를 극명히 드러냈다.

    북한의 현재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현대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201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54달러로 남한 GDP 2만3838달러의 3.6%에 불과하다(그래프 참조). 사실 북한 경제는 1970년대까지 남한보다 앞선다고 평가됐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의 산업시설과 발전소 등이 주로 북한 지역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인 조앤 로빈슨은 이 무렵 출간한 논문에서 1950~60년대 북한 경제를 코리아의 기적이라고 찬양한 바 있다. 하지만 70년대부터 남북한 처지는 극적으로 변했다. 남한은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룬 반면, 북한은 중앙계획경제의 한계와 사회주의권 붕괴 등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1970년대까지 앞서간 북한

    북한은 지금 딱! 1970년 남한 수준
    북한의 현재 경제·사회상을 농업, 광공업, 대외거래, 에너지, 보건 및 교육 등으로 나눠 남한의 과거와 비교해보면 좀 더 명확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먼저 농업 분야에서 북한의 현재 생산성은 남한의 1970년대 초반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농가인구 1인당 연간 생산량은 약 0.50t으로 70년 남한의 0.48t과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 장기 경제 침체로 화학비료 공급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는 북한은 단위당 농작물 생산량이 남한보다 훨씬 적다. 이러한 낮은 생산성은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데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북한을 식량 부족 국가로 지정한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광공업 분야에서도 북한은 남한의 197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북한의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약 4000대 수준으로 남한 생산량 456.2만 대의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북한 지역에는 철광석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지만, 설비 능력이 워낙 노후화하고 비효율적이라 철강 산업 역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북한의 철강 생산량은 122.2만t으로 남한의 70년대 초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화학 분야에서도 북한은 아직까지 일제강점기에 만든 설비를 이용하는 데다 연관 산업이 침체해 발전이 더디다.



    다음으로 대외거래 분야를 살펴보자. 북한의 현재 교역 규모도 남한의 1970년대 초반 수준에 해당한다. 국제적 고립과 사회주의 경제권 붕괴 등으로 크게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년 남한의 0.6% 수준에 불과한 북한의 대외교역은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체 교역량의 90%대를 차지하는 등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편중된 점이 문제다.

    남한의 1970년대 초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은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2012년 북한의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0.50toe(석유환산톤)로, 남한의 70년 에너지소비량 0.61toe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남한의 에너지소비량 5.57toe에 비하면 9.0% 수준. 그나마 에너지 공급의 85%가 산업용, 공공용에 편중되고 가정용은 15%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남한이 1970~80년대 전력 공급이 적절히 뒷받침돼 고도성장을 이룬 점에 비춰볼 때, 북한의 전력 부족은 향후 경제개발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금 딱! 1970년 남한 수준

    북한 평양 김일성종합대 후문(왼쪽)과 황해제철연합기업소의 중형 용광로.

    지금까지 살펴본 경제지표에 비하면 사회 분야 지표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보건 분야에서 현재 북한은 남한의 1970년대 중반 수준에 해당한다. 기대수명이 68.4세에 불과해 남한의 기대수명 81.2세에 비하면 13년 가까이 적게 사는 셈이지만, 70년 남한의 기대수명 61.9세보다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1인당 하루 영양섭취량은 약 2078kcal로 70년 남한의 2370kcal보다 적고, 질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남한의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해 동물성 에너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전체 영양섭취량에서 식물성 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취약 계층 인도적 지원 필요

    북한은 지금 딱! 1970년 남한 수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교육이다. 현재 북한 인구 1만 명당 대학생 수는 212명으로 남한의 198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12년 동안 의무교육을 실시하며 학생들의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목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졌다. 이처럼 북한 노동자의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 수준은 향후 남한 자본과 결합할 때 빠른 생산성 증가를 기대하게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북한의 교육 수준이 남북 경제통합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북한 경제나 삶의 질이 악화하고 남한과의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진다면 통일 비용 증가 등 한국 경제가 안아야 할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전에 남북 간 경제력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시기에 경제협력을 활성화해 북한 경제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 본격적인 경제 성장의 도약을 위해 산업 기반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에너지, 자원개발, 물류망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북한의 낮은 소득 수준과 식량 부족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영·유아 등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식량, 식품, 의약 등은 남북 간 정치·군사적 현안과 무관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통일 이후 지출할 투자비의 편익이 극대화하도록 시너지 효과가 큰 산업이나 지역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북 투자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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