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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향우 아베, 핵무장 속도 내나

일본 10월 롯카쇼무라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동북아 안보 대응 워싱턴 논리 전개에 주목

우향우 아베, 핵무장 속도 내나

‘과연 아베는 핵무장을 원하는가.’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 워싱턴의 전문가 사이에서 진행된 도발적인 논쟁 주제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최근 일본 정부가 10월 완공될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 등 4개 시설의 가동을 승인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나선 일. 그간 미국은 롯카쇼무라 공장이 핵 비(非)확산 노력에 역행한다며 가동을 중단하라고 일본을 압박해왔다. 한계를 모르는 일본 우경화의 끝이 혹시 핵무장 아니냐는 의구심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3월 11일 미국 탐사보도 전문기관인 공공청렴센터(CPI)는 롯카쇼무라 공장을 가동할 경우 일본은 해마다 8t의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핵무기 2600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분량으로, 이미 일본이 보유한 44t을 더하면 가동 12년 후에는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미국을 추월하기에 이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체제가 가진 오차범위를 감안할 경우 핵무기 10기 안팎 분량의 플루토늄을 빼돌리는 일은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라는 게 핵공학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잠재적 핵 능력 확보 엄청난 노력

여기에 크리스틴 워무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이 한 워싱턴 싱크탱크 세미나에서 남긴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미국 국방예산의 지속적인 감축이 일본의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에 암묵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힌 그는 “향후 자체적인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갖춘 국가 사이에서 핵 확산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안보 당국자가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한 것은 실로 이례적인 사건. 박근혜 대통령이 3월 24일(현지시간)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일본을 겨냥해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의 조속한 체결을 촉구한 것은 이 같은 기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결과라고 안보부처 당국자들은 전한다.

‘사실상 핵무장 국가.’ 전미과학자연합(FAS) 등 해외 전문가 단체들이 세계 핵 확산 현황을 집계하며 일본에 붙인 이름이다. 엄청난 분량의 핵 물질이 전부가 아니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엡실론 1호 로켓은 대륙간탄도탄(ICBM)과 동일한 고체연료 3단 로켓으로 유사시 약간의 기술적 변형만 거치면 군사 전용이 가능하다. 일본이 최소 수개월에서 1년이면 핵탄두 ICBM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핵 확산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근거다.

이러한 잠재적 핵 보유 능력을 확보하려고 그간 일본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 먼저 미국의 신뢰를 얻어 핵 물질 생산 능력을 구비하려 일본 정부는 1967년 ‘비핵 3원칙’을 선언했고 ‘핵 비확산의 리더’로 불릴 만큼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비확산체제에 적극 협조해왔다. 핵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는 국내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94년 1차 북핵 위기 직후에는 ‘핵 옵션을 검토했으나 가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비밀문서를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간 일본을 보는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평가는 한마디로 ‘능력은 있으되 핵무장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당장 워싱턴이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리 없고, 미·일 동맹과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일본은 핵무기를 개발한다 해도 얻을 실익이 없다는 게 주된 논리적 근거였다.

우향우 아베, 핵무장 속도 내나

2013년 11월 미국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열린 최첨단 항공모함 ‘USS 제럴드포드’호 명명식.

눈여겨볼 것은 최근 수년간 이러한 논리구조에 서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사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 군사전략 변화와 그에 따른 일본의 불안 증폭이다. 2010년부터 미 국방부가 구체화하고 있는 공해전(Air-sea Battle)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분쟁이 벌어질 경우 주요 해상전선이 중국과 일본 사이가 아닌 일본과 괌 사이에 형성한다는 그림이다. 중국의 지대함 핵 탑재 탄도미사일 개발로 중국 인근에 항공모함 전력을 투입해 전쟁을 수행한다는 기존 전략이 불가능해졌으므로, 아예 먼바다에서 스텔스 전폭기와 잠수함 전력을 중심으로 전쟁을 치른다는 게 그 골자다.

제럴드포드호. 미국이 2013년 11월 진수한 공해전 전략의 핵심 무기체계다. 길이 320m, 높이 30m, 넓이 76m에 만재배수량 11만2000t의 이 초대형 항공모함은 1975년부터 2009년 사이 배치된 기존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순차적으로 대체하면서 향후 미 해군의 새로운 주력 항공모함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제럴드포드호에 탑재될 예정인 차세대 스텔스 무인공격기 XB-47의 항속거리는 9200km. 미국의 기존 함재기와 달리 괌 인근에 머문 채로 베이징에 대한 왕복 폭격이 가능해진다.

아시아·태평양 일대의 미군 병력 분산배치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2년 4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호주 북부 다윈 외곽에 해병대를 파견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던 해병대 일부를 중국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밖인 괌과 다윈, 하와이 등으로 분산하겠다는 게 미국의 복안. 공해전 전략에 비춰볼 때 중국과 인접한 일본에만 상륙전용 해병대를 배치해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국책연구기관 군사전문가의 말이다.

“미·중 전력대치의 주요 전선이 일본과 괌 사이에 그어진다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일본 본토는 더는 보호대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가장 큰 우려다. 한마디로 ‘중국 탄도미사일이 두려워 우리를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번지는 것이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한 아베 내각 행보의 근원에는 이러한 우려가 담겼다. 주변국은 군국주의 부활을 염려하지만, 따지고 보면 일본도 생존을 건 불안에 휩싸여 있다.”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일본 핵무장 문제를 둘러싸고 최근 워싱턴에서 진행된 논쟁의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안보문제 전문 월간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 최근호에 실린 엘드리지 콜비 미국 신안보연구센터(CNAS) 연구원의 주장을 살펴보자. ‘핵 비확산이 아니라 지정학을 택하라(Choose Geopolitics Over Nonproliferation)’는 제목의 이 글은 미국 정부가 일본이나 한국의 핵무장 손익계산에 냉정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능력 강화로 동북아 안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동맹국의 핵무장 또한 고려할 만한 카드라는 논리 전개다.

워싱턴 사정에 정통한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사실 일본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견해가 최근 들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시 행정부의 딕 체니 부통령 등 공화당 진영의 보수 정치인들은 이미 이와 유사한 발언을 남긴 적이 있다. 미국 국제정치학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학자들은 세계 모든 국가가 핵무장에 성공할 경우 오히려 ‘힘의 균형에 의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핵 평화론(Nuclear Peace)을 주장해온 바 있다. 이 전문가는 “최근 논쟁은 도리어 미국 보수 진영 일각에서 일본의 핵무장 용인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시험해보려 기획한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최대 악몽이 된 현 상황에서는 일본이 핵무장에 나선다 해도 섣불리 동맹 파기를 결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는 설명이다.

우향우 아베, 핵무장 속도 내나
물론 기술과 여건이 확보된다 해도 일본이 실제로 핵무장에 나서려면 아직 커다란 걸림돌이 남아 있다. 바로 중국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조치에 일본이 이내 꼬리를 내렸던 전례에서 봤듯, 압도적 경제우위를 점하고 있는 베이징이 포괄적인 대일(對日) 무역 제재에 나서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는 것. 일단은 경제 회복에 사활을 거는 아베 내각의 정책노선과 어긋날뿐더러, 내각 불신임이 상시적으로 가능한 일본의 국내정치 체제상 경제 제재로 급속도로 악화할 국내 여론이 곧 아베 신조 총리의 종말을 몰고올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핵 가질 수 없는 한국, 전략적 부담

그러나 일본이 당장 핵 보유를 향해 질주하지 않는다 해도 최근 흐름으로 한국은 엄청난 전략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러한 분위기가 결과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안보 불안을 한층 가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 주변국 모두가 핵을 보유하게 된다면, 특히 미국이 핵 보유 이후에도 일본과의 동맹을 유지한다면 우리로서도 다른 선택이 어려워지는 까닭이다.

공학적으로만 따지면 한국 역시 우라늄 농축기술과 탄두 설계를 위한 컴퓨터 소스코드 확보, 미사일 탑재 등 핵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과제는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그러나 핵분열 물질을 확보할 방법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 차이다. 국제 암시장에서 핵 물질을 사오는 ‘영화 같은’ 방식은 말 그대로 기대 난망. 관련 조사작업에 참여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던 한 관계자는 “소련이 무너졌던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는 잠깐 존재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무리 마음을 독하게 먹어도 핵을 가질 수 없는 나라’라는 뜻이다.

최근 워싱턴 전문가들과 미국 측 당국자들이 제기한 일본의 핵무장 우려에 대해 정부가 발 빠르게 선을 긋고 나선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고 당국자들은 전한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의 플루토늄 과다보유 문제를 공세적으로 의제화해야 한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게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현실이 되는 것을 막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먹구름은 점차 짙어만 가는 형국. 일본 핵무장 우려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다급한 속내다.

우향우 아베, 핵무장 속도 내나

3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이틀 일정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53개국의 정상 또는 정상급 대표와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입력 2014-03-31 13:44:00

  •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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