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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 배선영의 TV 속 세상

600년 전 ‘위민정치’ 백배 공감

대하사극 ‘정도전’ 승승장구

600년 전 ‘위민정치’ 백배 공감

600년 전 ‘위민정치’ 백배 공감
고려 공민왕 시해 직전인 1374년부터 조선 건국 일등공신 정도전이 죽음을 맞는 1398년까지 총 24년간의 이야기를 다룬 KBS 1TV 60부작 대하사극 ‘정도전’이 정통 사극의 부활을 알리며 승승장구 중이다.

‘정도전’은 공영방송인 KBS가 ‘대왕의 꿈’(70부작/ 2012~2013) 종영 이후 6개월 만에 선보인 정통 사극이다. 2년간 제작을 거친 만큼 꽤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시청률 10%를 겨우 넘긴 ‘대왕의 꿈’과 달리 방송 두 달 만에 16%를 넘기며 동시간대 정상을 지키고 있다.

‘정도전’의 성공은 최근 유행처럼 번진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 사극 열풍 속에서 맥을 못 추던 정통 사극의 부활로 읽어도 무방하다.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팩션과 달리, 정통 사극은 역사 흐름을 진실하게 따라가려 노력하는 게 특징이다. 그런 노력이 시청률로 보상받자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여말선초 상황 현대와 접목

주인공 정도전 역의 조재현, 태조 이성계 역의 유동근을 비롯해, 고려 후기 숨겨진 정치 고수 이인임 역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박영규와 최영 장군 역의 서인석 등 배우들은 하나같이 ‘정도전’이 재현해낸 역사적 사실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정통 사극이 정상을 지키는 것은 다른 작품보다 훨씬 의미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서인석은 “최근 퓨전 사극이 범람하는데 그런 작품들에 선조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겨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우리가) 사극을 하는 이유는 선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보여주고 역사를 교본 삼아 후대에 자긍심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과거 비극적인 상황에 놓였던 우리나라와 외세의 대립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한국이 좀 더 발전 지향적인 국가가 됐으면 한다는 뜻도 있다. 이런 원대한 꿈을 품고 작품에 임하고 있으니 중년 배우들이 그려내는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도전’의 성공 배경에는 제작진의 뚝심도 있다. 정통 사극은 화려하게 치장한 퓨전 사극과 비교해 눈길을 끌 요소가 적은 데다 미니시리즈보다 제작비가 더 많이 소요된다. ‘용의 눈물’(159부작/ 1996~98)이나 ‘태조 왕건’(200부작/ 2000~2002)처럼 정통 사극이 인기를 끌던 시절도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새 방송한 ‘근초고왕’(60부작/ 2010~2011)이나 ‘광개토대왕’(92부작/ 2011~2012)은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도전’ 제작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일종의 책임의식이 없었다면 힘든 일이었을 터. 장성환 KBS TV 본부장은 “최근 국사가 선택과목이 됐고 방송에서는 허구가 사실을 왜곡하는 사극이 인기를 구가하지만, 공영방송 KBS의 대하드라마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민족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역사적 고증이 늘 높은 시청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정도전’이 정통 사극을 부활시킨 이유를 역사적 사실의 완벽한 재현에 있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정도전’의 인기는 이미 ‘용의 눈물’ 등이 다룬 고려 말과 조선 초 역사를 현대와 잘 접목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시청자가 여말선초의 절박한 시대상을 오늘의 혼란한 정치 상황에 비춰보게 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말했다.

고려 후기 권문세가의 파벌싸움과 부패한 관리에 의해 버림받은 백성의 원통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위민정치’를 말하며 혁명을 꿈꾸는 정도전이라는 인물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늘날 진보와 보수의 팽팽한 세력 싸움에 지친 이들이 감정을 이입할 만한 요소다. 배우 조재현은 “국민의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낮다는 점에서 600년 전 드라마 속 상황과 현재가 유사한 것 같다. 새로운 정치를 열어줄 누군가를 기대하는 심리가 드라마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정도전’은 민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왕이나 장군을 영웅화하고 화려한 전투 장면으로 당장의 볼거리를 만드는 것에 급급한 여느 사극과 달리, 정도전과 이성계, 이인임, 최영을 주축으로 각 인물이 빚어내는 정치적 사건을 차곡차곡 빈틈없는 전개로 그려나가는 데 충실하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은 것이 박영규가 연기하는 이인임 캐릭터다. 역사에 따르면 이인임은 곧 몰락해 박영규 역시 하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부 팬 사이에서 드라마 제목을 ‘이인임’으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이 캐릭터가 주는 파장은 크다. 이는 정도전과 이성계의 적대 세력인 이인임을 뻔한 선악구조 안에 가두지 않고 정치 고수로 그려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600년 전 ‘위민정치’ 백배 공감

고려 말 조선 초 혼란한 시대상을 통해 오늘의 정치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KBS 1TV 드라마 ‘정도전’.

진짜 정치가들 이야기

“힘없는 자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은 없다. 세상을 바꾸려면 힘부터 길러라” “의혹은 생겼을 때가 아니라 상대를 강담(强談)할 수 있을 때 제기하는 것이다” 등 드라마 속 명대사가 모두 이인임 입에서 나왔다. 여기에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정현민 작가의 공이 크다. 그는 현장에서 익힌 정치 감각을 드라마 속 인물들을 통해 쏟아내는데, 그것이 이인임을 통해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가다. 박영규도 “정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다”며 그의 능력을 극찬한 뒤 “이인임의 대사는 모두 정 작가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정치하는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만이 쓸 수 있는 표현과 메시지가 담겼다”고 밝혔다.

‘정도전’은 한 나라를 세워가는 혼란기에 대의명분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진짜 정치가들 이야기를 살려냈고, 이는 곧 정통 사극 부활로 이어졌다. 시청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2014년 현실을 읽어낸다. 이렇게 잘 만든 사극은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어지러운 현실에서 우리 뿌리와 역사를 돌이켜보는 일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입력 2014-03-31 11:36:00

  • 배선영 텐아시아 기자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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