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2014.03.10

명성보다 즐기는 골프…‘신’의 선택

신지애 LPGA 포기 JLPGA 선택…일본 투어 상금왕 도전에 나서

  • 주영로 스포츠동아 기자 na1872@donga.com

    입력2014-03-10 1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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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성보다 즐기는 골프…‘신’의 선택

    2013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2라운드 17번 홀에서 신지애가 칩샷을 하고 있다.

    신지애(26·미래에셋 자산운용)의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회원자격 반납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흘러나온다. 신지애는 1월 LPGA 투어 개막을 앞두고 회원자격 반납 신청서를 제출한 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선택했다. 2월 말 이 사실이 공식화되면서 그 이유를 놓고 성적 부진과 잦은 부상, 체력적 부담 등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신지애가 LPGA 투어를 포기하고 JLPGA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신지애가 LPGA 투어를 포기하고 JLPGA 투어로 방향을 바꾼 건 하루아침에 결정한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부터 시간을 두고 조금씩 준비해왔다. 당초 계획은 LPGA 투어의 비중을 줄이고 JLPGA 투어 출전 횟수를 늘려 2~3년 내 완전 이적할 계획이었다.

    성적 부진과 체력 저하가 원인?

    지난해 11월 신지애는 LPGA 투어 최종전인 CME 그룹 타이틀홀더스 출전을 포기하고 J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리코컵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신지애가 LPGA 투어가 아닌 JLPGA 투어에 출전한 건 2014년 투어 시드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당시 신지애의 JLPGA 투어 상금랭킹은 50위권 밖에 머물렀다. 50위까지 차기 연도 시드가 주어지기에 그대로 시즌이 끝나면 2014년 JLPGA 투어에 자력으로 출전할 기회가 사라진다.

    다행히 신지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랭킹 자격으로 리코컵 JLPGA 투어 챔피언십 출전권이 주어진 것이다. 신지애는 이 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고, 시즌 상금랭킹 47위로 올라서 2014년 시드를 확보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일이 잘 풀렸다. LPGA와 JLPGA 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마련해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벽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LPGA 투어 규정상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모국 투어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투어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게다가 1년에 2개 대회까지만 출전을 허용하고 그 이상은 출전할 수 없게 돼 있다. 출전할 경우 벌금 등 제재를 받는다.

    신지애가 최종 결정을 내린 건 1월. 시즌 개막 전 퓨어 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 직전까지 고심한 끝에 결국 JLPGA 투어 ‘올인’을 선택했다.

    신지애의 부친 신제섭 씨는 “LPGA 투어를 포기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2~3년 내 LPGA 투어에서 J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길 계획이었다. 좀 더 빨리 결정을 내렸을 뿐”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JLPGA 투어 진출이 LPGA 투어와의 완벽한 단절은 아니다. 세계랭킹과 우승자 자격 등을 바탕으로 출전권을 부여하는 메이저 대회 등 연간 5~6개 LPGA 투어에 출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신지애의 2013시즌 개막은 화려했다. 호주에서 열린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지존의 귀환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톱 10’ 진입은 5회에 그쳤고, 시즌 상금랭킹도 22위에 머물렀다. LPGA 진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었다.

    신지애는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통해 프로무대에 뛰어든 뒤 거침없이 질주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KLPAG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고, 2008년에는 비회원 자격으로 LPGA 투어에 출전해 3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쌓은 기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06년 3승을 시작으로, 2007년 9승으로 시즌 최다승 기록을 세웠고, 2008년에는 KLPGA 3승, LPGA 3승, JLPGA 1승을 기록하며 한미일 3국 투어에서 11승을 합작했다.

    명성보다 즐기는 골프…‘신’의 선택
    2009년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곧바로 상금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골프여제’로 불리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대항마가 됐다. 2008년 비회원 3승을 시작으로 LPGA 통산 11승을 거뒀다. 2010년 5월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따라서 2013년 성적만 놓고 신지애를 평가하기엔 이르다. LPGA 투어에서 40승을 거둔 호주 출신의 베테랑 골퍼 캐리 웨브(40)는 200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맞았지만 2007~2008년 우승이 없는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다시 5승을 추가하며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신지애는 이제 겨우 스물여섯 살. 전성기가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부상과 체력 문제, 전장이 길어진 코스도 생각처럼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신지애는 2012년 5월 왼손바닥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완벽한 재활을 통해 현재 컨디션은 정상이다. 또 예년에 비해 비거리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신지애를 괴롭힌 건 바로 심리적 불안정에서 비롯한 육체적 피로였다. 신지애는 “5년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게 사실이다. 그로 인해 육체 피로까지 쌓였다. LPGA를 포기하고 일본으로 방향을 바꾼 건 좀 더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꺼낸 긍정의 카드

    신지애에게 JLPGA 투어 진출은 도피가 아닌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신지애는 “LPGA 포기에 대한 미련은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 좋아하는 골프를 더 오래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즐기는 골프’와 ‘롱런’은 신지애가 일본 무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그는 “좋아하는 골프를 더 오래 하고 싶어서 일본을 선택하게 됐다. 지금까지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골프를 즐기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일본에서의 새로운 목표도 정했다. JLPGA 투어 상금왕에 오르는 것이다. 이 경우 신지애는 세계 3대(한미일) 여자골프 투어 상금왕을 모두 차지하게 된다. 신지애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상금왕을 경험했다. 한국에서는 데뷔 첫해인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상금왕 자리에 올랐다. 2009년부터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신지애는 첫해 상금왕을 차지하며 곧바로 1인자가 됐다. 신지애가 언제 대기록을 세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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