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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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생명줄 은퇴자산 지키는 법

지속적 현금 창출에 안전성 보장이 기본…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필요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3-10 1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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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교과서에서 경쟁과 시장(市場)의 관계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 ‘완전 경쟁 시장’이다. 완전 경쟁 시장이란 ‘완전한 정보를 가진 많은 수의 수요자와 판매자 사이에 동질적인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고교 대학수학능력평가 경제 참고서에 실린 정의를 그대로 인용했다).

    하지만 현실에는 이런 완전 경쟁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정보를 가진 많은 수의 수요자와 판매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고, ‘동질적인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은 이론 속 시장일 뿐이다. 이론과 현실의 이 같은 괴리에도 완전 경쟁 시장 개념으로 시장을 설명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모델을 설명 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모든 변수를 고려한 모델을 만들면 아마도 어떠한 모델도 만들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감정 동물인 인간을 다루는 사회과학에선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은퇴자산에서도 이런 완벽한 모델을 가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은퇴자산은 말 그대로 현역에서 은퇴한 후 죽을 때까지 생활비로 써야 하는 돈이다. 물론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느냐, 아니면 문화생활까지 포함해 생활비로 보느냐에 따라 금액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금액과 상관없이 완벽한 은퇴자산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몇 가지 핵심 특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상적인 은퇴자산의 3가지 특성

    첫째, 죽을 때까지 생활비(또는 현금흐름)가 나와야 한다. 노후에 은퇴자산이 모두 고갈되는 것을 ‘은퇴파산’이라고 한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그것에 비례해 은퇴파산 개연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상적인 은퇴자산이라면 현금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 은퇴파산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하며, 또 생활수준도 일정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후 생명줄 은퇴자산 지키는 법

    집 한 채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이 호응을 얻고 있다.

    둘째, 화폐 구매력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도 복리(複利) 효과가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효과가 누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균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은퇴자에겐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단기적으로 유리하다. 자신이 가진 현금의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디플레이션은 재앙이다. 이 세상에 어떤 중앙은행, 어떤 정부도 디플레이션을 원하는 곳은 없다.

    그들에게 굳이 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모두 인플레이션을 뽑을 것이다. 문제는 복지국가가 될수록, 고령화가 진척될수록 정부 재정은 나빠진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세금 인상이라는 방법은 늘 정치적 논란이 뒤따른다. 그래서 더 손쉬운 방법, 즉 ‘보이지 않는 세금’인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부채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결국 수명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누적 효과로 보나, 정부 재정 측면에서 보나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셋째, 원금 보존이 돼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원금 보존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명목가치를 의미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원금이 깨지지 않았다’고 하는 그 얘기다. 원금 안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퇴직 후와 현역 시절의 투자 손실이 갖는 의미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에는 일(근로)을 통한 현금흐름이 있어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복구 가능성이 높다. 반면 퇴직 후 투자 손실은 더 많은 리스크를 수용하지 않는 한 복구하기 어렵고, 손실 규모가 크면 인생 후반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런 세 가지 핵심 특성을 종합하면 이상적인 은퇴자산이란 ‘사망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면서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고 원금 안전성도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오자. 이 세 가지 특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이상적인 은퇴자산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금융회사가 이런 상품을 내놓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면, 그 회사는 사기 집단이거나 아니면 조만간 부도가 날 것이다. 이상적인 은퇴자산은 존재하지 않지만, 현존하는 몇몇 금융상품이나 제도를 이용해 그에 준하는 구조는 만들 수 있다.

    종신연금과 투자자산에 분산해야

    노후 생명줄 은퇴자산 지키는 법

    양성일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관이 1월 21일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민 연금법령 개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먼저 사망 시점까지 연금(생활비)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을 찾아보자. 여기에는 세 가지가 있다. 국민연금, 주택연금, 종신연금이다.

    두 번째로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이 해당한다. 국민연금 지급액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액수다. 예를 들어, 현 시점에 월 80만 원을 준다는 것은 향후 연금 수령 시 오늘날 80만 원의 화폐 구매력만큼 돈을 준다는 뜻이다. 당연히 명목연금액은 많아진다. 주택연금은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주택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반면 종신연금은 인플레이션에는 속수무책이다.

    셋째, 원금 보존 측면에서 보면 금융상품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기금 상황에 따라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제도가 변하겠지만, 그래도 돈을 날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주택연금도 연금 지급 시점의 금액이 사망 시점까지 그대로 유지되니 넓은 의미로 원금이 보존된다고 판단해도 될 듯하다. 종신연금도 예금자보호법 한도 내에서는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은퇴자산의 특성에 가장 근접한 것이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두 연금은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종신연금을 추가해 노후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다면 더는 고민할 것이 없다. 은퇴자산에선 수익률보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이 더 중요하다. 종신연금에 가입해 노후생활비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면 나머지 자금은 자유롭게 쓰거나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국민연금, 주택연금, 종신연금으로 노후를 해결할 수 없다. 투자 상품이 필요한 이유다. 단, 투자 상품이 갖는 딜레마는 투자 상품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대비책은 될 수 있지만 원금 보존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사실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투자 역사가 증명하는 것은 ‘분산투자’가 근접한 해답이라는 점뿐이다. 자신의 투자 성향과 준비된 금액에 맞춰 스스로 분산투자 조합을 찾아야 한다. 투자 세계에서는 분산투자처럼 당연한 것이 진리인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제외하고 은퇴자산의 분산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종신연금과 투자 상품에 분산투자하자.

    2. 투자 자산은 주식과 채권, 국내와 해외에 나눠 분산투자하자.

    3. 일정 시점을 정해 주기적으로 투자 자산을 리밸런싱(자산배분 비율을 수정해 균형 맞추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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