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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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원대 주식담보 최태원 회장 SK그룹 포기하나

총수 형제 임원직 사퇴 연 400억 원 이자 부담…최악 시나리오 닥칠 수도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3-1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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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조 원대 주식담보 최태원 회장 SK그룹 포기하나

    서울 종로구 SK그룹 본사 건물.

    2월 27일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뒤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이 계열사의 등기·비등기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에 따라 머지않은 장래에 SK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전망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최 회장이 △선물옵션 투자 등으로 각 금융권에서 빌린 총 1조 원(추정치)의 담보로 SK그룹 소유·지배구조의 연결고리인 SK C&C 주식 대부분을 제공했고 △그룹사의 대표이사, 회장 등 모든 임원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최악의 경우 한 해 400억 원이 넘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자 연체 땐 주식 넘어갈 개연성

    최 회장 형제의 대법원 확정 판결 후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이들의 SK그룹 내 등기·비등기 이사직 사퇴 여부였다. 이번 판결이 있기 전까지 최 회장은 SK그룹 지주회사격인 SK C&C와 SK㈜, SK 이노베이션, SK 하이닉스의 상법상 등기이사(대표이사)를, 최 부회장은 SK 네트웍스와 SK E&S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구속된 상태에서도 4개 회사의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등기임원 보수로 115억 원 이상을 챙겼고, 배당금으로 286억 원을 받았다.

    최 회장 형제의 임원직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검찰의 대법원 재상고 포기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실형(횡령 및 배임)이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형 확정 직후인 2월 18일 지주사인 ㈜한화를 포함한 7개 계열사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사퇴 압력도 한몫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경우,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상 해당 법령을 위반해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사람이 임원으로 있으면 해당 기업의 화약류 제조업 허가를 취소하도록 한 법 조항(㈜한화 임원 사퇴 이유)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가 관련 회사에 취업할 경우 해당 회사 업무를 제한하고 취업자도 처벌토록 한 조항(6개 계열사 임원 사퇴 이유)이 걸림돌이 됐다. 이 중 횡령 혐의 조항은 최 회장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항목으로 그의 임원직 사퇴를 점치는 이유가 됐다.

    이 때문일까. 2월 27일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3월 3일까지 “최 회장 형제는 한화 김승연 회장과 경우가 다르다”며 방어적 자세를 취했던 SK그룹 측은 3월 4일 최 회장 형제의 등기·비등기 임원직 사퇴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최 회장은 3월 4일 열린 SK 이노베이션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직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문제는 최 회장 형제가 경영진에서 물러남으로써 SK C&C 주식을 담보로 진 개인 빚에 대한 이자도 내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만약 최 회장이 이 빚에 대한 이자를 내지 못하고 계속 연체할 경우 그가 담보로 맡긴 SK C&C 주식이 금융권으로 몰수되거나 공개 매각을 통해 다른 이의 수중으로 넘어갈 개연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SK C&C를 정점으로 한 SK그룹의 지배구조상 최 회장의 실각을 의미한다. 즉, 최악의 경우 그룹 오너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2조 원대 주식담보 최태원 회장 SK그룹 포기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주간동아’ 확인 결과 최 회장은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에 시가(3월 6일 종가 기준)로 따져 1조 원이 훌쩍 넘는 SK C&C 주식 715만4153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 1900만 주(지분율 38%)의 37.6%에 해당한다. 담보가치를 60%만 인정받고 연이자율을 4%로 계산했을 때 최 회장이 빌린 돈은 최소 6000억 원이고 1년 동안 내야 하는 이자만 240억 원에 달한다. SK그룹 관계자는 “715만4153주가 담보로 사용된 것은 맞지만 대출 시점이 2009년 이전이기 때문에 주식가치가 6000억 원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이 각 증권사에 주식담보 대출을 본격적으로 낸 시점은 2010년 9월 14일(401만696주)부터다.

    또한 지난해 7월 최 회장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사기 혐의로 고소할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낸 고소장에 따르면 2008년 6월부터 2010년까지 최 회장은 최 부회장과 그 지인들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3755억 원을 빌리면서 SK C&C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명의는 빌렸지만 결국 최 회장이 갚아야 할 빚인 셈이다.

    저축은행 주식담보 대출의 경우 담보가치가 시가의 절반도 안 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이 동생 명의로 3755억 원을 대출하며 맡긴 SK C&C 주식 담보의 당시 총시가는 빌린 돈의 2배인 7000억 원이 넘을 가능성도 있다. 2008년 6월부터 2010년까지 SK C&C 주식의 평균가격을 7만 원 선으로 잡으면 최 회장이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긴 주식은 약 1000만 주에 이르며 이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의 52.6%다.

    주식 처분 땐 지배권 상실 딜레마

    2조 원대 주식담보 최태원 회장 SK그룹 포기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횡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

    따라서 실질적으로 최 회장이 각 증권사와 저축은행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빌린 빚의 총합은 1조 원대로 추정되며 담보로 맡긴 SK C&C 주식은 최 회장이 가진 보유 주식 1900만 주의 90%를 넘게 된다. 3월 6일 현재 시가로 계산하면 2조5000억 원어치가 훌쩍 넘는 수치로, 저축은행에 담보로 맡길 당시의 주식가격이 7만 원보다 낮을 경우 최 회장이 소유한 주식 대부분이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총대출금을 1조 원으로 보고, 이자율을 4% 선으로 잡았을 때 최 회장이 한 해 400억 원 이상의 이자를 금융권에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지난해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도 배당금 286억 원과 등기임원 보수 115억 원 등 401억 원으로 이자를 갚아나간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등기임원을 사퇴하면서 이자조차 갚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총대출금을 보수적으로 잡아 7500억 원 수준이라 해도 배당금만으로는 이자를 낼 수 없는 상황.

    만약 밀린 이자와 원금을 갚으려고 최 회장이 스스로 SK C&C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출 원리금과 상계하는 조건으로 금융권에 주식 지분을 매도한다면 자칫 SK그룹 전체에 대한 경영권과 소유 지배권 상실이 현실화할 공산도 크다. 실제 최 회장이 38%의 지분을 보유한 SK C&C는 SK㈜ 주식 지분의 31.8%를 가지고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SK C&C-SK㈜-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순환 지배구조인 셈. 그런데 최 회장의 이자 연체로 SK C&C 주식이 금융권에 몰수되거나 스스로 주식 매각에 나설 경우 최 회장 중심의 순환 지배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SK C&C와 함께 SK그룹의 지주사 기능을 하는 SK㈜는 최 회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기 전날인 2월 27일 “앞으로 석 달에 걸쳐 자사주 235만 주를 4195억 원에 장내 매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증권가에선 이를 “SK C&C와 SK㈜의 합병을 통해 각 사가 소유한 자사주를 소각함으로써 최 회장의 SK C&C 주식 소유 지분율을 현재 38%에서 41%로 올려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적으로 진 빚에 대해선 그룹 차원에서 알지도 못하고 관여할 수도 없다. SK㈜가 자사주를 매입키로 한 것은 주가 안정 차원이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차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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