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4

2017.06.28

안보

한반도 운명 가를 역사적인 한미정상회담

북한과의 대화 등 한반도 문제 주도권 놓고 한판 승부 벌일까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17-06-23 17: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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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1일 오전 서울 도심인 광화문 일대는 차량 정체가 대단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원 7000여 명이 고용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진을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를 ‘사회적 총파업’ 기간으로 정하고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24일에는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기로 했다.

    6월 1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면담한 뒤 방미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국 정부는 한미연합훈련과 한반도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 자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19일에는 지난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미국 신시내티로 돌아온 버지니아주립대 학생 오토 웜비어가 숨지자 미국 내에서 북한 응징 여론이 일어났다.

    다음 날 미국 지상파 방송 CBS는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한 내용을 방송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보낸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국 F-15K와 연합훈련을 하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현재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갈등을 보여주는 정황들이다.



    B-1B 한국 훈련은 웜비어 사망과 무관

    6월 29~3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다가오자 ‘촉각을 곤두세워야 진의가 파악되는’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회담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양국의 사전 포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B-1B 전략폭격기의 한국 훈련을 둘러싼 해프닝이다. 많은 언론은 B-1B 한국 훈련이 웜비어의 사망을 응징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훈련은 웜비어 사망과 무관하게 계획된 정례 훈련이다. 그런데도 긴급훈련인 것처럼 보도된 이유는 웜비어가 숨진 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소식통이 몇몇 언론에 ‘정례적’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은 채 B-1B가 한국으로 온다고 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6월 20일 오전 일부 통신사를 통해 보도됐다.

    그 시각 B-1B는 일본 항공자위대와 훈련 중이라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B-1B를 보내기 전 미군 측은 B-1B가 한국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한국 공군이 사진을 찍어 언론에 배포하고 미군에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 군은 그날 오전 10시 반 예정된 브리핑에서 B-1B 한국 훈련을 묻는 질문이 있으면 “이미 우리에게 촬영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로 했다.

    브리핑 현장에서 해당 질문이 나오자 관계자는 준비된 답변을 했다. 그러자 상당수 언론은 B-1B 한국 훈련이 사전 예고됐다며 웜비어 사망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그 덕에 문재인 정부는 예고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집회나 문 특보의 발언에도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또 6월 21일 웜비어 가족에게 조전을 보냈다.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한국도 미국처럼 분노하고 있다는 점을 알린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관계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남북관계다.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를 다뤄온 A씨는 18대 대선을 치른 2012년 12월 19일 저녁, 문 후보가 당선할 경우 펼칠 한반도 정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우리 주도로 한반도 문제 풀겠다”

    “문 후보가 당선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구성하면 그날부터 북한과 접촉해 가장 이른 시간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갖는다. 그 회담은 대통령 취임식 전에도 할 수 있다. 대통령에 취임하면 미국 등 4강과 정상회담을 먼저 해야 하는데, 그럼 4강과 관계를 구성한 다음 남북관계를 구축하게 돼 우리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수가 없다. 북핵 포기를 전제로 하면 남북은 영원히 합의할 수 없으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동결한다는 것만 합의한다. 그리고 남북 경제교류를 시작해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한 후 통일 기반을 만든다. 그때 4강은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담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소식통은 이러한 대북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9대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4강과 정상회담을 한 뒤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순이 바뀌긴 했지만 우리 주도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미국이 동맹이라면 이러한 우리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경험이 있는 서훈 전 국가정보원 제3차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면서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의 대외활동이 사라졌는데, 이는 국정원이 대북 루트 찾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증거다. 국정원은 전 세계에 거점이 있으니 어디에서든 북한과 접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과 접촉 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6월 8일 지대함미사일을 발사한 뒤 더는 도발하고 있지 않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북한 공군기는 과거보다 활발히 움직인다. 많을 때는 하루에 8대가 이륙하기도 한다. 항공유가 부족할 텐데 그렇게 많이 공군기를 띄우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개성 근처까지는 절대 남하하지 않는다. 우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무력시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4월 1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20일에 한다고 중국 측에 통보했다. 이는 풍계리 만탑산에 핵폭탄을 장전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압박 때문에 하지 못했다. 그 대신 미사일 발사 도발만 했다.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이 다가오자 미사일 발사까지 멈추고 후방지역에서 공군기 훈련만 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한국 측에서 모종의 제의를 했을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美, 한국보다 먼저 北에 접근할 수도

    한국이 미국 사정을 잘 알듯이, 미국도 한국 사정을 잘 안다. 이런 점에서 주목할 것이 5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든 ‘한국임무센터’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다른 한반도 정책을 구사하려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변화를 살피면서 북핵 문제에도 대처하려고 한국임무센터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대비해왔기에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상치 못한 강수를 던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직접 북한과 접촉해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을 빼고 북한을 상대하는 것이라 ‘코리아 패싱’에 해당한다.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대화를 제의하면 북한은 어느 쪽을 선택할까. 한 관계자는 “1964년 중국이 최초로 핵실험을 했을 때 미국은 외과수술을 하듯 중국 핵시설을 없애는 선제공격을 집중 검토했다. 당시 소련도 중국의 핵무장을 위협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처했다. 미국은 소련과 협력해 선제타격까지 고려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먼저 붕괴시키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리하여 71년 헨리 키신저가 중심이 된 핑퐁외교를 펼쳐 중국과 수교했다”고 말했다.

    이것을 기억하는 이들은 미국이 한국보다 먼저 북한에 접근해 평화협정을 맺으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군사문제연구소로 정평이 나 있는 랜드연구소의 제임스 도빈스 연구원 등은 북핵 문제를 푸는 현실적 방법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는데, 이에 호응하는 이가 적잖다. 문재인 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당분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갈수록 커져가는 사드 공여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는 10만㎡만 있으면 충분히 배치할 수 있다. 당초 사드 대지로 지목됐던 공군 성주기지의 면적이 약 10만㎡였다. 그런데 성주 읍내와 가까워 좋지 않다는 여론에 밀려 147만㎡인 성주골프장으로 옮기게 됐다. 그리고 전자파 논란을 불식하고자 환경영향평가도 받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147만㎡ 가운데 32만㎡를 미군에 공여하기로 하고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기로 했다. 10만㎡이면 된다던 면적이 갑자기 32만㎡로 넓어졌는데, 이유를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 다만, 즉각 배치를 주장한 미군을 달래려고 3배나 넓은 32만㎡를 제공했다는 추측성 설명만 있을 뿐이다.

    성주골프장은 골프장을 지을 때 환경영향평가를 받았기에 다시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받기로 한 것은 환경론자들의 반대를 불식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그런데 대지 면적이 33만㎡가 넘으면 일반 환경영향평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리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국방부는 공여 면적을 32만㎡로 제한했다는 것이다(이 부분을 분명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공여에 관한 문서가 비밀문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32만㎡는 1단계로 공여하는 것이고 전체 공여지는 70만㎡이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드 배치를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늦추기로 했다.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10만㎡면 되는 것을 32만㎡로 3배나 늘렸는데, 사드 배치를 늦추기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탓에 7배인 70만㎡를 미군에게 공여하게 되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여된 땅은 ‘미국 땅’이 되기에 우리는 전혀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우리는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그곳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미국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문재인 정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늦추거나 거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를 늦추면서 한미 갈등을 노정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로 하여금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사드 배치가 동맹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엄중 경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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