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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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전체를 실질적으로 따져야”…상소권 보장

불이익변경금지원칙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12-30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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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벌금형을 병과하면 형사소송법상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13년 12월 12일 ‘피고인이 1심에서 징역형과 추징을 선고받고 항소한 사건에 대해 위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하고 벌금을 병과한 원심(항소심) 판결’을 파기한 뒤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다(2012도7198).

    이 사건 1심은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 및 추징 2615만 원을 선고했고, 이에 대해 피고인만 항소했다. 원심(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는 한편, 1심이 누락한 수뢰액 관련 필요적 벌금형 병과규정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8. 12. 26. 법률 제9169호로 개정) 제2조 제2항을 적용해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0만 원(1일 5만 원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기간) 및 추징 2615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피고인에 대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대해 제368조와 제457조의 2에서 규정한다.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려고 제368조에서 ‘피고인이 항소한 사건과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한 사건에 대하여는 원심 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했고,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권을 보장하려고 제457조의 2에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1995년 12월 29일 신설했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 2 조문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청구를 한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 또는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청구권을 보장하려는 것으로, 피고인만이 또는 피고인을 위해 상소한 상급심 또는 정식재판청구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이미 선고 또는 고지받은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주문을 개별적, 형식적으로 고찰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 실질적으로 고찰해 그 경중을 판단해야 하는 바, 선고된 형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됐는지 여부는 일단 형법상 형의 경중을 기준으로 하되, 한 걸음 더 나아가 병과형이나 부가형, 집행유예, 노역장 유치기간 등 주문 전체를 고려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한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 3. 26. 선고 97도171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도6784 판결 등 참조)”는 법리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제1심이 선고한 형과 원심이 선고한 형의 경중을 비교해볼 때 제1심이 선고한 ‘징역 1년 6월’의 형과 원심이 선고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형만을 놓고 본다면 제1심 판결보다 원심 판결이 가볍다 할 수 있으나, 원심은 제1심이 선고하지 아니한 벌금 5000만 원을 병과한 바, 집행유예의 실효나 취소 가능성, 벌금 미납 시 노역장 유치 가능성 및 그 기간을 전체적, 실질적으로 고찰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제1심이 선고한 형보다 무거워 피고인에게 불이익하다고 할 것”이라 판단하고, 피고인만 항소한 이 사건에서 위와 같은 원심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68조에 규정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단했다며 파기, 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선고형에 관해 전체적, 실질적으로 고찰하고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피고인의 상소권을 확고히 보장하는 판결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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