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2013.12.09

남자는 유흥접객원 될 수 없다? 기가 막혀!

호스트바 건물 중과세 취소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12-09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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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유흥접객원 될 수 없다? 기가 막혀!
    여성 고객이 이용하는 속칭 호스트바가 거리에 나타난 지 벌써 수십 년이 됐다. 단속 현장에 따라간 방송 카메라 등을 통해 자극적인 장면이 보도되면, 예외 없이 여성의 성적 일탈에 대한 가시 돋친 비난이 쏟아진다. 가정주부가 젊은 남성의 시중을 받으며 술을 마시고, 속칭 ‘2차’를 통해 불륜행위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탄이 대표적이다.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향락이 독버섯처럼 퍼져가는 사회에서 성별을 부각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을 제기하며 성 차별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최근 호스트바가 들어선 건물의 소유자에게 구청이 매긴 중과세를 취소하라는 흥미로운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1년 3월 부산 수영구에 있는 지상 8층 건물을 33억 원에 매입하고 취득세로 2억2000여만 원을 신고, 납부했다. 그 후 A씨가 2012년 5월 지하 1층을 주점으로 임대하자, 수영구는 이 주점이 유흥주점 영업을 하는 곳이라는 이유로 중과세율을 적용해 취득세 5400만 원을 부과하고, 2012년 재산세 1100만 원, 2013년 재산세 26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에 A씨는 수영구청 처분은 자신의 건물에 세 든 주점이 유흥접객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것이나, 해당 주점은 유흥접객원을 둔 적이 없으므로 호스트바를 곧 유흥주점으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영구청이 중과세 근거로 든 지방세법 시행령은 룸살롱과 요정 등 고급 오락장을 취득세 및 재산세 중과대상으로 규정한다. 식품위생법이 정한 유흥주점영업이란 ‘주로 주류를 조리·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으로, 객실 넓이가 영업장 전용 넓이의 절반 이상이거나 객실을 5개 이상 갖추고 유흥접객원을 두는 경우를 말한다(흔히 대비되는 단란주점 영업은 술은 팔지만, 손님이 노래를 부르는 행위만 허용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재판부는 유흥주점의 유흥접객원을 여자로 한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조문을 들어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유흥주점의 유흥종사자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 제1항에서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주점은 주로 여성이 이용하는 속칭 호스트바로서 주점에 ‘여성전용클럽’이라고 기재된 외부간판을 설치했고, 부녀자를 유흥접객원으로 둔 사실을 찾아볼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남성이 유흥종사자로 일하는 호스트바의 성격에 비추어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둔 유흥주점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는 원고 청구를 받아들였다.

    부도덕한 일이 벌어지는 업종이라고 해서 무작정 중과세하거나 마구잡이 단속으로 제재를 가하는 일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 현행 식품위생법에서 유흥주점으로 등록된 호스트바를 단속할 수 있는 경우는 △청소년을 종업원으로 고용한 경우 △영업장에서 음란행위를 한 경우 △종업원이 보건증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에 한정한다.



    고단하고 힘겨운 일상이라 해도 남녀 불문하고 유흥과 향락에 빠진 풍토는 자성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더 비난받고 엄벌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남성 위주 사고로 유흥접객원을 여성에 한정한 법령에 따라 호스트바가 우대되는 법의 공백이 발생한 사례다. 차별금지와 평등정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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