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2013.12.09

“변화와 혁신의 시대 Y형 인재가 주인공 됩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

  • 입력2013-12-09 11: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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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와 혁신의 시대 Y형 인재가 주인공 됩니다”
    각 분야 멘토와 삼성 임원이 대학생들과 만나 소통하는 토크콘서트 ‘열정樂서’ 시즌5가 11월 20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 무대는 ‘Y형 인재가 되라’를 주제로 강연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인 홍원표(53) 사장이 장식했다. 홍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KT를 거쳐 2006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했다. 삼성그룹이 ‘청춘이 묻고 최고가 답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1년 10월 시작한 ‘열정樂서’는 지금까지 전국 17개 도시에서 총 64회 열렸다. 138명이 강연했고 22만 명이 참여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02년 상영한 영화로, 당시에는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영화 속 기술이 이제는 대부분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수단이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전 세계 갤럭시S3 유저는 6000만 명입니다. 1초 동안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애플리케이션 수는 약 2000개입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약 100분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고민과 진로에 스마트한 솔루션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안함보다 도전하고 맞서는 자세 필요

    첫 번째 주제는 늘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Y-Thinking’입니다.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수학과 물리를 좋아했고 ‘양자역학’에 꽂혀 자연스럽게 공대에 진학했는데, 전자산업이 태동하던 시기라 전자공학을 공부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27년째 직장생활을 하는 저의 첫 직장은 미국 벨연구소였습니다. 좋은 경험을 쌓고 한국에 들어왔고, 정보통신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국내 통신산업 현장인 KT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7년 전 삼성전자로 옮겨 지금은 미디어솔루션을 맡아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로 삼성전자의 스마트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들으면 순탄한 인생이라 하겠지만, 인생에 공짜는 없습니다. 저 나름대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은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강해지는데, 여러분도 이런 DNA를 갖고 있으니 이를 활성화하려면 쉬운 방법, 편한 삶을 추구하기보다 ‘도전하고 맞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벨연구소에서 겪은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고, 문화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언쟁하기보다 어떤 일을 시켜도 일단 “Yes!”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긍정적 사고가 직장생활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말싸움이 아닌 성과로 보여주니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Yes맨’이 된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는 “Yes”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스스로에게 ‘Why?’라고 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왜 주어졌는지,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 충분히 이해한 뒤 확신을 갖고 일을 수행했습니다.

    우리는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와 혁신의 속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릅니다. 마부정제(馬不停蹄)는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 말이 나온 당나라 시대에는 적을 공격할 때는 재빠르게, 한 번 공격하면 적이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하라는 의미였습니다. 150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멈추지 말고 지속적으로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Yes와 Why, 이것을 저는 Y-Thinking이라고 부릅니다. Yes라는 긍정적인 대답과 Why라는 고민을 통해 자기 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부정제 시대에 Y-Thinking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 Y형 인재가 주인공 됩니다”
    두 번째 주제는 ‘지혜(wisdom)’입니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 도전하면서 새 길을 가다 보면 생각지 않은 역경을 만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필요한 지식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지식을 찾기보다,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활용해 적시에 판단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혜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곤 했습니다. 시간만 나면 역사소설을 읽고 역사드라마도 봤습니다. 최근 성공한 드라마나 영화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와 메시지를 지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를 융합해 만들 수 있는 역사는 굉장히 많고, 저는 이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곤 합니다.

    전체를 보는 시각, 통찰력, 설득 논리

    ‘손자병법’에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필사의 각오로 못할 게 없다’ ‘시작은 처녀처럼 하되, 공격은 토끼처럼 하라’. 토끼가 움직이기로 마음먹으면 정말 재빠르게 남이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뜁니다. ‘손자병법’은 전쟁 상황에서의 전술과 전략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지금의 기업 상황에도 잘 맞습니다. 갤럭시S를 출시할 당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뒤처져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력과 리소스를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가 무척 중요했고, 실패하면 회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절박한 각오로 프로젝트에 임했습니다.

    얼마 전 작고한 최인호 작가가 1999년 출간한 ‘상도’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조선 중기 상인 임상옥에 대한 것인데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즉 인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기자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10년 후 어떤 사업이 잘될까요?” 그러자 이 회장은 “10년 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10년 후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인재를 개발하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거상 임상옥과 이 회장이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재물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직하게 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개인뿐 아니라 기업에도 금쪽같은 지혜입니다. 역사책은 스마트 혁신을 생생하게 지원하는 ‘지속가능 지혜 경영서’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분을 위해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각, 긴 흐름을 보는 통찰력, 남을 설득하는 논리입니다. 이는 스마트 시대의 핵심 역량과 일맥상통합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는 시각은 개인은 물론, 회사 경영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신입사원이 일하는 패턴을 보면 일부만 보는 직원이 있고, 생산과 판매 등 전체를 보는 직원이 있는데, 나중에 성과 측면에서 결과적으로 상당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서점에 자기계발, 처세 관련 책이 너무 많아 놀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빨리 취직하는 법, 빨리 승진하는 법, 빨리 성공하는 법 등 단편적이고 부분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그러나 역사책에는 삶이 들어 있어 긴 흐름을 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영어 공부를 할 때 취업을 위한 영어도 중요하지만 영어로 발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더 크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영어 공부의 목적도 ‘취업을 위한’ ‘성적을 위한’에서 ‘취업 후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 Y형 인재가 주인공 됩니다”

    홍원표 삼성전자 사장은 역사책을 통해 긴 흐름을 보는 통찰력을 키우라고 강조했다.

    ‘삼국지’는 인간 군상이 천하통일을 위해 싸우고 협상하며 설득하는 사례가 풍부하게 담긴 책입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상황이 끝없이 펼쳐지는 온갖 경우의 수가 담긴 ‘실전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의 보고입니다. 아군은 물론 적군과 위아래, 동료, 여인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은 모두 자기주장과 꾀를 펼치며 상대를 설득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제갈량입니다. 제갈량은 학력이나 백그라운드 등 소위 ‘스펙’을 보면 형편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손자병법’은 물론, 많은 병서와 역사책을 탐독한 그는 화려한 전략 및 전술에 대한 논리로 황제와 출중한 장수들을 설득해 수많은 전공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역사적 내용은 결코 훌륭한 과거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와 통찰력을 주는 현존하는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과거 일이지만 새로운 미래로 향해가는 전체적인 시각, 통찰력,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혜의 보고라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시대는 말처럼 스마트하기보다 굉장히 복잡한 것이 현실입니다. 스마트 혁신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물리적 결합인 조합(combination)과 물리적인 것을 넘어선 화학적 변화로 이질적 결합을 만들어낸 융합(convergence)이라고 봅니다. 피카소를 추상화의 대가로 알지만, 그는 젊었을 때 정물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피카소 작품 가운데 ‘시녀들’이라는 유명한 그림이 있는데, 이는 피카소 혼자 그린 것이 아닙니다. 300년 전 벨라스케스가 그린 ‘시녀들’을 살펴보면 구성이 같습니다. 피카소만의 기법과 사상을 집어넣어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모방했다고 하지 않습니다. 변형, 창조라고 합니다.

    조합과 융합으로 새로운 창조

    피카소도 “나는 한 번도 새로운 그림을 시도해본 적 없다. 다만 남들의 그림을 변형했을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조합과 융합을 통해 재해석한 새로운 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 시대의 정신인 새로운 창조입니다. 스마트폰도 MP3와 전화, PC(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가 조합과 융합해 나온 새로운 결과물입니다. 이전에 존재하던 것이 시대 환경과 사람의 욕구가 달라지면서 새롭게 나타난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홍원표의 Y론’입니다. 먼저 긍정적 사고방식인 Y-Thinking, 즉 단순한 Why와 Yes가 아닌 스스로에게 ‘왜’인지 물어보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조합된 Y-Thinking이 자신의 솔루션이자 창조적인 습관입니다. 또한 저는 지혜를 역사책에서 얻는데, 역사책은 지속가능한 지혜의 보고입니다.

    어제까지는 단순 결합의 T형 인재가 떴다면 앞으로는 조합과 융합을 통한 Y형 인재가 뜰 것이라고 봅니다. 어려울 때마다 긍정적인 Y-Thinking을 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역사적 교훈을 배울 수 있는 역사책이나 드라마를 많이 접하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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