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2013.12.09

디지털교과서 “굿바이, 책가방”

내년 초중 450개 학교에서 스마트 교실 구현 ‘빈손 등교’ 가능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3-12-09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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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교과서 “굿바이, 책가방”
    “전자칠판에 교사가 필기를 하면 학생들이 가진 태블릿PC나 노트북에 그대로 나타난다. 칠판에 적힌 것을 따라 적느라 정작 들어야 할 설명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디지털 교과서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교사는 설명에 도움이 될 만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즉시 찾아 전자칠판에서 보여줄 수도 있다. 학생들은 태블릿PC나 노트북으로 교과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무거운 교과서를 일일이 들고 다닐 필요도 없다. 교사가 설명하면서 적은 내용은 그대로 저장돼 방과 후 학생이 언제든 수업 내용을 내려받아 복습할 수 있다.”

    미래 스마트 교실의 모습이다. 이런 미래가 현실로 한 발짝 다가왔다. 그 첫 번째 단계로 디지털교과서가 내년부터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2학년 사회와 과학 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 시범적용 대상으로 선정했다. 적용 대상 학교는 초등학교 150개 교, 중학교 300개 교이며 희망 학교에도 디지털교과서를 공급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내년 시범적용을 위해 새로운 학습체계에 맞춘 교사 연수와 수업모델 개발도 진행한다. 또 내년 디지털교과서 시범적용 성과를 분석해 2015년 이후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방안을 내년 상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종이교과서 문제 한번에 해결

    디지털교과서는 스마트 교실의 핵심이다. 교과서를 다운로드하고, 학생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종이교과서 문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내년 시범적용에 앞서 11월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전국 학교에서 설명회를 실시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스마트 교실을 새로운 시장으로 생각하고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공략을 시작했다.



    시범적용에 사용하는 디지털교과서는 스마트 교실 모습을 그대로 담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영상이나 이미지 같은 멀티미디어, 용어 사전 등 첨단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한다.

    한 예로, 과학 교과서에서는 실험 전 동영상으로 실험 장면을 보여주고, 실험한 후에는 실험 결과를 보기 좋게 적어놓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각종 이미지를 확대할 수 있으며, 인터넷 검색으로 최신 정보도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문제 풀이가 기본적으로 들어 있어 참고서를 살 필요가 없고, 무거운 교과서를 일일이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런 구상은 오래전부터 나왔으나, 수업 핵심인 교과서가 바뀌기 전까지 스마트 교실은 현실화될 수 없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은 향후 5년 내 미국 전역에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려고 애플과 협력해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중이다. 중국도 2018년까지 중국 전역에서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과 독일도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2006년부터 ‘퓨처스쿨@싱가포르 iN2015’ 프로젝트를 통해 체험형 학습을 확산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를 다시 음악, 미술 등과 결부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일본은 신(新)성장전략인 ‘하라구치 비전’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 ‘퓨처스쿨’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교과서 “굿바이, 책가방”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만든 미래교실인 ‘U-Class’에서 정광훈 디지털교과서 사업팀장이 미래 교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의 목적은 수업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학생의 창의성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간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디지털교과서가 가진 강점이다.

    디지털교과서를 기반으로 스마트 교실을 완성한다면 시공간 제약을 넘어 교육을 해나갈 수 있다. 방과 후 학습이 어려운 격·오지나 농어촌 학교에서는 다른 학교와 연계해 원격영상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지역 간 학력 격차를 줄이는 데 큰 구실을 할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원어민 교사 채용도 가능해진다.

    현장 학습은 어떨까. 격·오지에 사는 학생이 도시에 위치한 연구소나 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현장을 방문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심에 위치한 학교에서는 지역에 있는 연구원 등을 방문할 수도 있으며, 그곳의 연구원과 학생들 간 연결도 가능해진다.

    교내 무선네트워크 인프라 필요

    위치 정보를 이용해 등교하지 않은 학생의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스마트 교실에서 가능한 강점이다. 각종 학사 정보를 스마트기기로 직접 전달하는 시스템도 자리 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좀 더 체계적인 학사 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스마트 교실이 지역 간, 빈부 간 학력 차를 해소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교과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교실이 저소득 주거 지역 학생의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6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교육청과 협조해 저소득층 주거 지역에 ‘미래 학교(SOF)’를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2010년 이 프로그램을 처음 졸업한 학생 전원이 대학에 진학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사례는 정보통신을 활용한 교육이 소외 계층에 새로운 기회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스마트 교실이 이처럼 강점을 지니지만, 선결 조건이 있다. 무선연결이 불안해 수업 중 프로그램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면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 시스템이 다운되면 수업 자체를 건너뛰어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멀쩡한 디지털교과서를 두고 종이교과서를 추가로 갖고 다니는 불편을 감수하는 경우도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백년대계인 만큼 스마트 학교도 이러한 정신에 입각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강력한 기능을 가진 교내 무선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교실 구축 사업에서 특히 △안정성 △보안성 △그린IT △품질보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디지털교과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얻은 정보를 학생 지도에 활용하려고 저장해둔다면 보안성도 고려해야 할 일이다. 학생의 개인 신상정보를 노릴 수도 있고, 시험문제 등 중요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스마트 교육 사업으로 학교에 각종 유무선 인프라가 늘어나면 해킹 등 외부 위협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교육청은 해당 사업에서 학사 정보의 무선망 접근금지를 기본 전략으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학교 스케줄에 맞춰 전력 공급을 조절하는 그린IT 기술도 필요하다”면서 “방과 후 등 학교 인프라를 이용하지 않는 시기에는 자동으로 시스템을 멈춰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만큼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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