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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KT…새 선장에 시선 집중

전문성과 덕망 갖춘 인사로 조직 추슬러야 ‘통신 경쟁력’도 살아나

흔들리는 KT…새 선장에 시선 집중

흔들리는 KT…새 선장에 시선 집중

10월 22일 검찰 관계자들이 이석채 KT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KT 서초사옥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한 후 압수물을 가지고 나오고 있다.

국민 통신기업 KT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 시민단체가 최고경영자(CEO)인 이석채 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이 두 차례 이어졌다. 결국 이 회장은 사의를 표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 기업이라는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가뜩이나 그룹의 핵심사업인 통신 경쟁력이 약화되며 실적 부진을 겪는 데다, 경영 공백까지 겹쳤다. 내부 임직원의 분열도 심상찮다. 이대로 가면 KT가 주저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북 성주 출신인 이 회장은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 예산실장과 농림수산부 차관, 재정경제원 차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6년에는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맡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석채 회장 사퇴 국민 신뢰 바닥

이 회장은 남중수 사장의 뒤를 이어 2009년 1월 KT 대표가 됐고, 그해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초기 이 회장은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KT와 KTF를 합병하며 유무선을 아우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국내 제조사의 반대에도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통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심었다. KT 내부적으로도 혁신을 강조하며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통신기업을 넘어서야 도약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금융과 렌털 등 비통신 분야로의 진출도 확대했다.

하지만 부작용도 함께 발생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외부 인사를 대거 영입했다. KT를 혁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조직과 불협화음이 생겨났다. KT 한 임원은 “외부에서 온 사람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기존 조직의 문제점 지적”이라면서 “기존 조직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비판만 하니 융화가 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외부 인사와 기존 조직의 마찰은 구성원이 분열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KT 임직원들은 이 회장 이전의 KT를 뜻하는 ‘원래 KT’와 이 회장 이후의 KT를 뜻하는 ‘올레 KT’로 나뉘어 갈등을 빚었다.

전문성과 관계없는 ‘낙하산 인사’도 대거 들어왔다. 정치권 인사가 KT와 계열사 곳곳에 배치됐다. 특히 CEO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올해 들어 정치권 인사 영입이 부쩍 늘었다. 낙하산 인사는 조직의 전문성 약화와 조직원의 박탈감을 초래했다. 이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업무 추진력은 독단적 경영 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흔들리는 KT…새 선장에 시선 집중

‘아프리카 혁신 정상회의 2013(TAS 2013)’을 하루 앞둔 10월 27일(현지시간) 이석채 KT 회장(왼쪽)이 국제회의장 인근에 마련된 KT홍보관을 방문해 전시회를 준비하는 KT 신입사원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비통신 분야로의 확장은 좋았으나 정작 주력인 통신사업은 경쟁력이 약화됐다. KT는 롱텀에벌루션(LTE) 도입이 경쟁사보다 늦어지면서 LTE 시장에서 3위로 밀렸다. 올해 초부터 가입자가 계속 감소했고, 경쟁사와 달리 실적도 부진하다.

무리한 사업 확장 과정에서 검찰 고발의 핵심이 된 배임 문제도 발생했다. 참여연대는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KT이노에듀)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KT가 총체적 난국을 겪지만, 이대로 주저앉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KT는 자산규모 재계 11위로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태계의 중심에 선 기업이다. 업계는 KT가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제자리를 찾고, ICT 산업을 이끌기를 기대한다.

KT 사업 통합적 조정 필요

흔들리는 KT…새 선장에 시선 집중
최우선 과제는 서둘러 신임 CEO를 선임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정치권과 관계없이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새 CEO가 중심이 돼 KT를 추슬러야 한다. KT가 1982년 민영화됐음에도 여전히 정치권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이번을 계기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 인사가 CEO가 되면 정치권 눈치를 보는 낙하산 인사 영입이 잇따를 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KT 출신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KT호가 순항하려면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전문성 있는 선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사외이사들을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인사들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KT 대표이사 자리가 더는 정권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유일한 구실이라면 국민 기업을 이끌 적임자가 정치적 외압으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 방향도 경쟁력을 높이면서 시너지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이석채 회장이 새로운 사업을 앞장서 추진하면서 KT의 보수적 행보를 깼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명확한 단계적 목표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업을 확장하기는 했으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신임 CEO가 해야 할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는 방대해진 KT의 사업을 통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조정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무너진 통신 분야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통신은 단순히 실적으로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통신 분야는 KT의 사업 전체를 관통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예컨대 KT가 차세대 먹거리로 무게를 두는 미디어 사업도 유무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확산되고, 콘텐츠 등 가상재화 사업 역시 유무선 가입자가 사업 기반이기 때문이다.

장중혁 부사장은 “신임 KT CEO는 새롭게 혁신하려고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이 회장 체제에서 나빠졌던 부분을 복구하는 구실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조직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 2013-11-11 10:06:00

  • 권건호 전자신문 ICT방송산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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