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2

2013.11.11

호수

  • 미하일 에미네스쿠(루마니아)/김성기 옮김

    입력2013-11-08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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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숲 한가운데 파란 호수

    노란 연꽃이 가득 차 있다!

    하얀 파문이 일면서

    나룻배가 출렁거린다.

    호숫가를 따라 걸으며



    나는 조용히 기다린다.

    그녀가 갈대숲에서 나타나

    가만히 가슴에 안길 때까지!

    우린 조그만 나룻배를 타고

    물의 합창이 울려 퍼질 때

    나는 노를 놓아버린다.

    배가 물결 따라 흘러가도록

    우리는 부드러운 달빛 속에서

    황홀경에 이르고 -

    갈대는 바람에 살랑거리고

    호수는 부드럽게 출렁인다.

    그러나 그녀는 오지 않고

    나 홀로 한숨짓고 슬퍼한다.

    연꽃으로 가득 찬

    파란 호숫가에서.

    달은 하늘에 떠 있는 호수다. 연인을 기다리다 보면 달빛이 물빛으로 내 앞에 내려올 때가 있다. 달빛이 조각나 나룻배가 될 때가 있다. 동유럽, 루마니아의 어둠이 느껴지는 이 기다림의 시는 21세기 형광등의 세상에 고즈넉한 그리움을 던져준다. 그녀가 오지 않는 사람들이여, 달밤에 호숫가에서 그대에게 내려온 달을 품어주어라.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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