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1

2013.11.04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일본 난학의 개척자 스기타 겐파쿠’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11-04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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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이종각 지음/ 서해문집/ 280쪽/ 1만2900원

    1771년 초봄 일본 에도(지금의 도쿄). 교토 태생 50대 여자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형 집행에 맞춰 스기타 겐파쿠를 비롯해 에도에서 근무하던 각 번의 의사 마에노 료타쿠와 나카가와 준안이 난생처음 인체 해부에 참관한다. 당시 일본은 일부 의사에게 처형당한 사형수의 해부를 참관할 기회를 드물게 줬다. 그들은 손에 독일 의대 교수 요한 아담 쿨무스가 쓴 ‘해부학표’를 네덜란드어로 번역해 일본으로 들여온 해부서 ‘타펠 아나토미아’를 들고 있었다.

    “정말 이럴 수가 있나.” 그들은 깜짝 놀랐다. 이 해부서에 실린 인체도와 실제 인체 내부 모습이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세 사람은 그동안 인체의 정확한 내부 구조를 몰랐던 사실을 통렬히 반성하며, 이 책을 번역하기로 마음을 모은다. 이것이 일본 역사상 첫 서양 책 번역이자 ‘일본 근대 의학의 여명을 밝힌 쾌거’라 평가받는 ‘해체신서(解體新書)’다.

    의학서 번역은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스기타는 네덜란드어를 전혀 몰랐고 나머지 두 명도 초보 수준이었다. 여기에 처음 접하는 의학용어까지 그들을 괴롭혔다. 알파벳부터 배워가며 약 4년에 걸친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간신히 성공시켰다. 그러나 책이 나오자마자 한방의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비난은 물론 근거 없는 악평까지 쏟아냈다.

    일본 내 난학(蘭學·네덜란드 학문)에 불을 지핀 스기타는 의사 일을 하면서 난학을 가르치는 사숙인 난학주쿠를 만들어 후계자를 양성한다. 이곳 난학주쿠 출신 젊은이들은 막부 말기와 메이지유신 시대에 걸쳐 일본을 변화시키는 주요 구실을 하게 된다. 스기타는 말년에 난학이 어떻게 처음 시작돼 어떤 경로로 확산, 발전해갔는지를 담은 ‘난학사시(蘭學事始)’라는 회고록도 펴낸다.

    “200여 년 전 쇄국의 섬나라 일본에 스기타 겐파쿠란 사람이 있었다. 불가능에 가까운 힘든 일에 도전해 악전고투 끝에 근대의학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간 것은 창의, 개척 정신에 다름 아니다. 이들의 자세는 오늘날의 한국인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근대 물결의 유입으로 변화해가는 일본 모습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링컨, 위대한 삶과 리더십

    김윤중 지음/ 리더북스/ 288쪽/ 1만2000원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이 미치는 파장은 아직도 크고 깊다.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간 그의 생애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용기를 준다. 지금 우리 정치에도 정적까지 포용한 링컨의 통합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인도는 힘이 세다

    이옥순 지음/ 창비/ 360쪽/ 1만6500원


    인도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21세기 경제·문화 대국이다. 한편에선 인도 경제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쏟아진다. 저자는 변하지 않는 인도와 새롭게 변한 인도의 모습을 균형 있게 살피며 인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넥스트 머니 비트코인

    김진화 지음/ 부키/ 280쪽/ 1만6000원


    비트코인은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금융거래 시스템으로, 발행기관의 통제가 없는 분산구조의 글로벌 전자화폐다. 비트코인의 개념부터 역사, 작동 원리, 생태계까지 지금까지 없었던 디지털 가상화폐의 모든 것을 다룬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1권 448쪽, 2권 336쪽/ 각 권 1만3800원


    인류가 끝없이 어리석은 선택으로 자멸을 향해 치닫는 미래의 어느 시점, 기상천외한 시도로 그 위기를 넘어서려는 과학자들이 있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생물학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클래식의 격렬한 이해

    에드워드 T. 콘 지음/ 김정진 옮김/ 앨피/ 308쪽/ 1만5000원


    클래식 음악도 대중음악처럼 듣고 즐겨야 하지만 여전히 거리감이 있다. 다양한 음악작품을 통해 작곡가 내면의 목소리를 추적한다. 명곡의 탄생 배경은 물론, 악기와 연주자, 지휘자의 다양하고 극적인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日 근대 의학 역사를 만들다
    중년의 발견

    데이비드 베인브리지 지음/ 이은주 옮김/ 청림출판/ 340쪽/ 1만6000원


    중년은 인간이라는 독특한 생물종에만 부여된 시기다. 즉 단순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또 한 번 변화하는 삶의 시작이다. 저자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며 “중년이 인생의 전성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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