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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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전기에 에너지 선진국 ‘가물가물’

1.2% 극소수 기업이 전체 64% 사용…이대론 국가재정 휘청 경제도 파탄 나

  •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hongpa@gachon.ac.kr 백윤선 가천대 가천에너지연구원 정책연구팀장

    입력2013-09-09 10: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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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값 전기에 에너지 선진국 ‘가물가물’

    전력 수급 최대 고비를 맞은 8월 13일 오전 11시 19분 전력 수급 준비단계에 접어들자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전력 수급 상황실 직원들이 수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합의하자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판매단가(92.83원/kWh)가 주택용(123.69원/kWh)보다 낮긴 하지만 송전선로 설치비 등이 들어 있어 원가회수율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기 사용을 강제로 억제할 경우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런 면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에 대해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싼값을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정부 5년 동안은 그 할인율이 더 커져서 2008년에는 우리와 삶의 수준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국가 평균의 40% 값에 공급하기도 했다. OECD 유럽국가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전기요금 할인을 통해 기업들을 지원해준 금액이 138조 원에 이른다. 우리 기업들은 경쟁 국가의 기업들보다 매년 평균 27조 원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2%씩을 전기요금으로 지원받은 셈이다.

    값이 싸면 수요가 늘게 마련이다. 너무 싸면 오·남용과 무임승차 문제가 일어난다. 당연히 반값 전기요금은 엄청난 전력 수요 급증을 불러왔다. 이젠 공장에서 석유와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한다. 제철소의 쇳물도 전기로 녹이고, 바닷물에서 소금도 전기로 만든다. 하지만 전기를 필요로 하는 그 누구도 전기를 직접 생산하진 않는다. 다만 소비할 뿐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기생산성은 OECD 평균의 절반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만들거나 전기를 절약하는 기술 및 제품은 팔리지도 않고, 성공하지도 못한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석유보다 싼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과 제품만 경쟁력이 생기고 매출도 많이 올라간다.

    해마다 계속되는 전력 수급 불안

    해마다 우리나라는 전력 수급 불안에 떨고, 아직도 전력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전기가 모자라서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전등을 끈 채 사무실에서 일하며, 강제로 공장 조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전기가 모자라 등을 밝히지 못하는 나라, 전기가 모자라 냉난방을 끄고 상가가 문을 닫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지구 오지에나 있을 법한 삶이 서울에서 해마다 되풀이된다.



    그럼에도 국민은 불평 한 마디 없이 절전에 동참한다. 전력당국이 대정전이 오면 큰일 난다고 시시각각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당장 뾰족한 수도 없다. 국민 협조로 전력 수급 위기상황을 이겨냈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와 전문가의 무책임함이 창피한 수준이다.

    일반 기업들은 전기요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데 반해,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소수 기업들은 전기요금이 결코 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전체 전기 소비자의 1.2%에 불과한 극소수다. 그러나 이 극소수가 나라 전기의 64%를 사용한다.

    이들은 전기요금을 올리면 물가가 뛰고 수출이 막힐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반값 전기에 취해 고효율 기술과 혁신 설비를 외면한 채 응당 해야 할 설비 교체와 투자를 미룬다. 이익을 설비 개선이나 기술 향상에 재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 움켜쥔 채 손쉬운 돈벌이로 눈을 돌린다. 국내 상장기업의 현금성 유보금은 832조 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전력(한전)은 부채에 시달린다. 주가가 요동치며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반값 전기로 전기 다소비 기업만 과도한 이익을 올릴 뿐, 다른 부문은 있어야 할 매출을 잃는다. 에너지 기술 혁신 기업이 매출을 잃으니 국민은 소득을 잃고 나라는 재정을 잃게 된다. 있어야 할 성장 잠재력과 일자리가 없어진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이 더 빨리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바람직한 에너지 선진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을 만든다. 지금 우리나라는 낮은 전기요금 정책 때문에 세계적 규모로 진행되는 전력(에너지)체계 혁신이 만드는 시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반값 전기요금은 공공 부문을 허약하게 만들고, 가계 부문도 가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전기요금은 전력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호주 사례는 제대로 된 전기요금 정책이 어떻게 경제 성공으로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2007년까지 호주는 한국 다음으로 전기요금이 낮은 국가였다. 우리와 다른 점이라면 자원이 풍부한 이 나라는 석탄화력으로 전체 전력의 90%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전기요금은 전력 수요를 급증하게 했고, 그에 따른 전력망 건설비를 증가시켰다.

    그러나 지난 5년간 호주는 전기요금을 50% 인상해 OECD 상위 6위권 요금으로 대전환했다. 앞으로도 환경세를 20~30% 올리는 방안이 확정적이다. 그 결과 전력 소비가 15% 이상 감소해 탄소 배출량이 줄었고, 대체에너지로 태양광발전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13%로 증가했다. 2만 개에 불과하던 태양열 발전 시스템이 100만 개로 늘어나고, 관련 매출도 5조 원을 웃돈다. 이 한 부문에서만 호주 경제를 0.1% 성장시킨 시장이 창출된 것이다.

    이는 낮은 전기요금 정책을 버리고, 정상적인 전기요금 정책을 실시하면 기업에게 부담보다 큰 성장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창조적 파괴의 관점, 다시 말해 새로 태어나기 위해 기존 틀을 깬다면 전기요금 정상화는 공평한 성장,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강력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반값 전기에 에너지 선진국 ‘가물가물’
    공정하고 공평한 전기 소비 추구해야

    이대로는 결과가 불 보듯 자명하다.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로 공급해주느라 국가 재정은 휘청거리고 국민 경제도 파탄 난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지구적 협력에도 위배되고 그린 기술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시장도 잃게 된다. 돈도 잃고 지구도 잃는 것이다.

    먼저 소득분배 효과, 대량 소비에 대한 규제, 기존 주택용 누진제의 과도한 징벌성 완화를 위해 주택용 전기의 누진 구간을 4단계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 그와 동시에 저소득 계층 지원을 위해 100kWh/월 소비까지의 기본 사용량은 무상으로 함으로써 저소득층의 기본 전기사용 권리를 보장하고, 중산층에게는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해준다.

    기업 부문의 전기요금을 2018년까지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 지금의 산업용과 일반용 종별요금을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하고, 연간 10%씩 5년간 계속 인상해 기업 부문의 전기소비 한계비용(현재 99.2원/kWh)을 총 61% 올려 160원/kWh으로 한다면 향후 5~6년간 60~70조 원 규모의 요금 수입이 더 생길 수 있다. 그럼 한전의 재무역량이 건전해지고, 주택 부문의 전기요금 인하를 보충하고도 대략 40~50조 원의 정부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

    세상은 바야흐로 통합과 융합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수십 년 전에나 통용되던 일차방정식 같은 정책이나 경영은 이제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n차방정식을 풀려면 유연한 적응력과 창조적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잘못된 것을 숨기지 않고 인정하면서 개선하려는 능동적 의지가 필요하다. 전기 소비를 공정하고 공평하게 추구한다면 경제도 한층 성숙할 테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도 따라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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