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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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보고 작품 선택 난, 박찬욱 스타일”

영화배우 겸 제작자 맷 데이먼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08-26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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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보고 작품 선택 난, 박찬욱 스타일”
    영화배우이면서 제작자이자 각본가인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43)이 8월 중순 내한했다. 영화 ‘엘리시움’ 월드프로모션을 위해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을 찾은 것이다. ‘엘리시움’은 2154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 SF 액션물. 지구 위 궤도를 도는 호화로운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 사는 부유층과 황폐해진 지상에 사는 가난한 지구인 간 갈등을 다룬다. 데이먼은 살아남고자 엘리시움에 침입하는 근육질 전사 맥스로 등장한다.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 모습을 드러낸 데이먼에게선 삭발에 온몸이 문신투성이인 맥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말쑥한 재킷 차림에 치열이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 그의 얼굴 위로 영화 ‘굿 윌 헌팅’(1997)에서 그가 연기한 주인공 윌의 그것이 겹쳤다. 하버드대 재학 시절 써둔 시놉시스로 ‘굿 윌 헌팅’ 시나리오를 완성한 그는 제7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벤 애플렉과 함께 각본상을 받았다. 이후 그가 출연하는 영화는 대부분 큰 관심을 모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굿 셰퍼드’ ‘레인메이커’ ‘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엘리시움’은 블록버스터 오락영화

    그동안 많은 할리우드 스타가 한국을 다녀갔지만 그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 데이먼은 먼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내한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가 크고 그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한국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무척 기쁘다. 한국의 야경이 매우 아름다워 밤잠을 설쳤다. 집에 돌아가 아이들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어뒀다. 다음엔 가족과 함께 오고 싶다.”



    ▼ ‘엘리시움’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몇 년 전 영화에 대해 들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디스트릭트 9’을 감명 깊게 봐서 기회가 되면 같이 일하고 싶었다. 마침 블롬캠프 감독이 ‘엘리시움’이 담긴 이미지 책을 보여줬다. 감독의 머릿속엔 이미 엘리시움이 다 그려져 있었다. 단지 그 세상을 재현해내는 데 내 도움이 필요했을 뿐이다. 독창적인 이미지에 끌려 기꺼이 수락했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뭔가.

    “감독을 보고 선택한다. 훌륭한 감독은 색다른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그런 영화에 출연하면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다.”

    ▼ 개봉 전부터 ‘엘리시움’을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평론가가 많은데, 이 영화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감독과 수차례 이야기했는데 나와 생각이 같더라. ‘엘리시움’은 알레고리를 담고 있고 빈부격차라는 메타포를 다루지만 어쨌든 오락영화다. 여름용 블록버스터라고 할까. 관객 역시 여러 각도에서 즐길 수 있다. 단순한 오락영화로 볼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교해보는 분도 있을 거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내용임에 틀림없지만 그럼에도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를 한껏 즐기길 바란다.”

    ▼ 영화는 시대를 풍자하는 하나의 통로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정치적 신념이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할리우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갖고 있다. 개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대중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지금은 인터넷 세상이라 일부 유명 연예인이 하는 얘기가 보도 즉시 많은 관심을 끌지만, 대중의 소신을 바꿀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 사회운동에 적극적인데 이유가 있나.

    “사람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모른 척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워터(www.water.org)라는 단체를 공동 설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제3세계 아이들은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이 없어 21초에 한 명씩 사망한다. 이것은 우리가 도움을 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그래서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일을 주로 한다.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 근육질 몸매를 만들려고 운동 좀 했겠다.

    “감독이 전신에 문신이 있는 근육질 몸을 원해서 하루에 4시간씩 트레이너와 훈련했다. 수개월 동안 다이어트를 해야 해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고통이 컸다(웃음).”

    데이먼은 ‘본’ 시리즈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고 액션스타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비하인드 더 캔덜라브러’에서는 동성애 연기도 했다. 그에겐 연기 장벽이나 한계가 없는 걸까.

    “‘비하인드 더 캔덜라브러’에서는 제이슨 본이 게이인 것처럼 하려고 노력했다(웃음). 연출을 맡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는 7번째 작업이라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스크립트도 굉장히 맘에 들었다. 어떤 배우는 캐릭터를 결정할 때 무척 복잡하게 계산하지만 나는 믿음이 가는 감독이면 의심 없이 작업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도 그런 감독이 있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이면 바로 함께 일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감독 하고파”

    ▼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아는지 궁금하다.

    “(웃음) 당연히 안다. 모두가 ‘강남스타일’을 안다. 딸이 4명이라 모를 수가 없다. 실제로 만나진 못했지만,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싸이 모창 가수가 많다. 행사장에서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많이 한다. 그걸 보면 싸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감독 보고 작품 선택 난, 박찬욱 스타일”

    영화 ‘엘리시움’에서 인류를 구하는 전사로 변신한 맷 데이먼은 거친 ‘상남자’의 액션을 선보인다.

    ‘엘리시움’ 촬영 대부분은 2011년 말 진행됐지만 후반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촬영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할 텐데도 데이먼은 “영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이라 잊을 수 없다”며 동료배우 샬토 코플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쓰레기장에서 격투를 벌인 장면을 떠올렸다. 코플리도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데이먼의 인간적인 면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연 설명은 이렇다.

    “사실 쓰레기 더미에서 데이먼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보고 싶었다. 평소에는 소탈하지만 할리우드 스타랍시고 ‘쓰레기를 가짜로 만들어오라’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헬기를 타고 쓰레기장으로 내려올 때 흙먼지와 쓰레기, 배설물 따위가 심하게 날려 대역을 쓴 줄 알았다. 그런데 헬기에 탄 사람은 데이먼이었다. 스태프에게 헬기를 좀 더 낮게 날려보라고 해 흙먼지를 뒤집어씌웠는데도 데이먼은 아무렇지 않게 연기했다. 진짜 보통사람과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데이먼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데이먼의 친구인 애플렉이 연출한 영화 ‘아르고’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데이먼도 이제 연출에 욕심이 나지 않을까.

    “물론 감독을 하고 싶다. 지난 15년 동안 운이 좋아 전 세계 최고의 감독과 작업하며 굉장히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훌륭한 영화 학교에 다녔다고 생각한다. 연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지난해 각본을 하나 썼는데, 개인 사정으로 연출을 못 하고 제작과 주연만 맡았다. 조만간 연출에 도전하고 싶지만 스케줄이 허락할지 모르겠다. 딸 넷이 모두 어려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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