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2

2013.08.26

대한민국 재도약 성공방정식 탐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3-08-23 1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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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재도약 성공방정식 탐구

    정구현 지음/ 청림/ 316쪽/ 1만6000원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여기에 일본식 장기 불황 그림자까지 배회하고 있으며,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진입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질 좋은 성장’을 추구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질 좋은 성장이란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이 높으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성장을 의미한다.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하는, ‘두 토끼’를 잡는 과제가 기다리는 것이다.

    “2013년 시점에서 보면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룬 성취의 효용은 크게 약화된 반면 지속적인 성취를 하기는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한국 경제는 필연적으로 저성장시대에 들어설 수밖에 없다. 특히 연령별 인구구성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전 삼성경제연구소장이자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지금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은 성공 속에 싹트기 시작한 나태함, 자신만을 위하는 이익집단의 고착화, 변화를 주도할 리더십의 부재, 그리고 고비용구조”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이런 침체의 씨앗을 제거하려면 더 늦기 전에 한국 경제를 전면 리모델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60년 성공시스템이 위기를 맞았는데도 정부와 기업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15년간의 새로운 성공방정식을 어떻게 찾아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한국이 지금처럼 비약적으로 성장한 요인은 여러 가지다. 저자는 “지정학적 요인, 정치제도의 발전, 산업화와 개방정책, 그리고 한국인의 성과주의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남북 분단 이후 남한의 지정학적 여건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게 했다는 것이다. 1945년 세계 질서를 유지해온 패권국가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일본이라는 또 다른 성취 국가의 존재는 한국에는 큰 행운이었다. 여기에 계층 평등화, 실력주의가 강화되면서 한국인은 공부와 일에 매달리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기관은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잘하는 개인과 기업에 보상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저자는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동시에 공평한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요컨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시장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저자는 경제민주화 논쟁의 핵심도 “새로운 제도가 개인과 기업에 과연 올바른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가 뭐래도 창조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업이다. 따라서 정부는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갈수록 커지는 경제 규모와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서 정부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경제 전체를 총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경제성장을 하려면 정부는 계획과 통제보다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15년은 한국 경제가 3%대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이 기간에 경제 규모를 키우고 체질을 전환해 2020년대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추가적인 복지 부담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 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엄청난 성과에도 가족자본주의의 자본시장, 노동시장의 양극화, 경제 불균형 구조의 심화, 영세업자의 비중이 큰 경제구조 등 한국이 처한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공부와 일에 매달려 오늘의 번영을 일군 국민이 모두 행복해지려면 미래에 대비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지혜가 필요하다. 저자가 주춤거리는 한국 경제를 위해 쓴소리를 던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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