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1

2013.08.19

중국 질주 “앗, 뜨거워!”

첨단산업 상상 그 이상의 기술 발전…‘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전 세계가 주목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3-08-19 09: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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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질주 “앗, 뜨거워!”

    중국은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영기업을 앞세워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산이라고 하면 단순 조립이나 저가 제품을 떠올리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중국이 첨단산업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수출 1등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첨단 정보기술(IT) 제조업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첨단산업의 기술적 터전을 마련하고, 중국 정부와 자본이 이를 지원하는 형태다.

    그럼에도 미처 한국을 따라잡지 못한 분야는 정부가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과 인력지원, 심지어 보호무역정책까지 펼치면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다른 나라라면 공정무역 위반이란 비난받을 만하지만, 누구 하나 지적하지 못한다. 경쟁자로 부상하는 중국은 한편으론 거대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첨단기술을 통해 스마트폰이나 TV 같은 세트 산업까지 장악해가고 있다. 과거에는 세트 핵심 부품을 대만 업체들이 공급했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품질이나 기술면에서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첨단산업이라면 앞뒤를 재지 않고 무조건 투자하는 행태를 보인다. 그중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가 가장 두드러진다. 디스플레이란 영상신호를 보여주는 기기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TV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가 대표적이다. 쉽게 말하면 TV에서 화면을 담당하는 부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서 한국 제쳐



    LCD 산업은 거대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첨단산업이다. 액정을 구동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가 반도체의 일종이어서 거대한 반도체 라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LCD 하나를 설립하는 데 3조~4조 원이 들 정도로,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장치 산업이다. LCD는 일본에서 시작해 한국과 대만으로 확산됐는데, 20여 년의 발전 역사를 거치며 이미 표준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걸음마 수준이었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 TV용 LCD를 생산할 수 있는 대면적 생산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중국의 성장률은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 이 라인을 가동할 때만 해도 디스플레이가 켜지면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라인을 100% 가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품질 제품도 쏟아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중국 TV 시장부터 잠식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중국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1%에서 올해 2분기 32.3%로 급성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TV제조사들은 한국 디스플레이를 선호했지만, 지금은 판도가 바뀌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면서 29%를 차지한 한국을 제쳤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디스플레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중국은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세계경기 침체에도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1년에도 몇 번씩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발표할 정도다. 한국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의 투자 스피드라면 중국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투자가 과도해지면 적자가 날 수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부분 국영기업이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분을 갖고 있는 업체라 수익을 내야 하는 민간기업과는 처지가 다르다. 정부가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겠다고 결정만 하면 되는 것이다.

    중국의 가장 큰 디스플레이 업체는 BOE다. 정부가 대주주인 국영기업이다. 베이징과 허페이 등에 총 4개 라인을 갖고 있고, 현재 허페이와 오르도스 지역에 또 다른 라인을 짓고 있다. 내년이면 총 6개 라인을 가동하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벌써 7, 8, 9번째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9번째인 청두 공장을 설립하면 공장 개수만도 지금의 2배로 늘어난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투자 계획을 세운 곳은 BOE뿐이 아니다. 중국 가전회사 TCL이 대주주로 있는 차이나스타(CSOT)라는 디스플레이 회사도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운 상태다. CEC판다라는 또 다른 국영기업인 디스플레이 회사는 일본 샤프와 합작해 샤프의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자본과 일본 기술력이 합쳐지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자국 내 TV 시장 수요의 80% 이상을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중국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는 이유다.

    창장삼각주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중국 질주 “앗, 뜨거워!”
    중국의 성장은 곧 한국과 일본, 대만 등 기존 선두 업체들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시장은 한정됐는데, 한쪽에서 공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면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벌써부터 나타난다. LCD 가격은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지난해에야 비로소 가격 하락세가 멈춘 듯했으나,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0~42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은 6월 한 달 동안 10달러가 내려갔다.

    공급과잉 현상이 지속되자 국내 일부 디스플레이 업체는 가동률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등 조정에 들어갔지만 가격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한 패널 업체 관계자는 “설령 공급과잉이 초래돼 패널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적자는 아무런 변수도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역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의 급성장을 등에 업고 발전하고 있다. 아직까지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정 기술은 미국, 대만 등에 못 미치지만 회로를 설계하는 기술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기술을 습득한 엔지니어들이 중국으로 돌아가 자국의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구실을 한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중국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6.7% 성장한 873억85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것은 스마트폰의 두뇌라고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로직 집적회로(IC)다. 올해 중국 로직 IC 시장은 385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대표 가전회사 화웨이(華爲)는 자체 개발한 쿼드코어 AP를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또 다른 스마트폰 업체 ZTE도 반도체 설계팀을 신설해 독자 AP 개발에 착수했다. 레노버는 연말까지 반도체 설계 인력을 현 수준보다 10배 이상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의 육성 의지도 강하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202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5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고, 파격적인 세제 지원도 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상하이, 장쑤성 남부, 저장성 북부를 아우르는 창장삼각주를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육성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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