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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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감촉

  • 이선이

    입력2013-07-29 09: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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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의 감촉


    노인(老人)이 공원에 앉아 호주머니를 뒤적거립니다

    어두워지자

    손을 더 깊이 넣어 무언가를 찾습니다

    꺼내는가 싶더니 다시 넣어



    만지작만지작합니다



    바람이 숲을 뒤적거리자 새가 날아갔습니다

    새가 떨구고 간 깃털들 땅거미에 곱게 싸서

    바람은 숲의 호주머니에 다시 넣어줍니다

    바람과 숲을 버무려 노인은 새를 만듭니다



    호주머니가 헤지고

    저녁은 부드럽게 날아갑니다

    감촉, 생을 만지는 노인의 감촉이 느껴진다. 내 호주머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가끔 동전이 나오고, 구겨진 영수증이 나온다. 이것이 새가 될 수는 없으리라. 새가 숨어들어가는 숲을 본다. 거대한 자연의 주머니에는 산과 강과 나무가 있다. 노인의 호주머니에 그 모든 것이 있을 것 같은 이 ‘저녁의 감촉’이 참 좋다. ─ 원재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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