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5

2013.07.08

“할리우드 전설들에 비빔밥 먹였죠”

영화 ‘레드 : 더 레전드’ 히어로 이병헌

  • 김지영 월간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07-08 1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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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전설들에 비빔밥 먹였죠”
    월드스타 이병헌(43)이 올봄 개봉한 영화 ‘지.아이.조 2’에 이어 또 한 편의 할리우드 대작으로 국내 극장가를 찾는다.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메리루이스 파커 등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전설이 의기투합한 액션 블록버스터 ‘레드 : 더 레전드’(‘레드2’)가 그것.

    6월 28일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진행한 ‘레드2’ 쇼케이스 행사장. 영화 제목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 슈트 차림으로 레드카펫을 밟은 이병헌은 팬들의 사인 요청과 기념촬영에 일일이 응해 환호를 받았다. 배우 이민정과의 결혼을 앞둬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취재진과 마주한 그는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한’이라는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서 ‘레드2’ 촬영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영화에서 아버지 사진 소품으로 사용

    ▼ 한이 한국인이라서 캐스팅된 건가.

    “한은 원래 중국인이었는데 프로듀서에게 청해 한국인으로 바꿨다(웃음). 윌리스나 말코비치처럼 특수요원이었으나 모함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암살자가 됐다.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지만 보고 있으면 절로 웃게 되는 2% 부족한 ‘허당’ 킬러다.”



    ▼ 함께 후보에 오른 배우가 쟁쟁했다고 하던데.

    “청룽, 저우룬파, 리롄제가 후보에 올라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들을 제쳤다. 내 개런티가 가장 낮아서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웃음).”

    ▼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17대 1로 싸우는 장면(웃음). 사실 17명까지는 아니고, 러시아 경찰 열댓 명과 싸우는 장면인데, 그 장면 속 액션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직 나도 완성본을 보지 못해서 그 장면이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 액션 연기는 따로 트레이닝을 받았나.

    “정두홍 무술감독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그분은 직접 액션을 하기보다 전체적인 액션 조합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말해주면 나는 그것을 실제 액션 신에 적용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주로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액션을 선보였다.”

    ▼ 이번에도 식스팩을 볼 수 있나.

    “전라 장면이 있다. 영화에서 굉장히 위험한 인물로 나오기 때문에 어딘가를 통과할 때 늘 몸 구석구석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나오는 장면이니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라(웃음).”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수많은 히트작을 낸 그는 22년 배우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이 영화를 꼽았다. 할리우드 전설들과 함께했다는 점도 뜻깊지만, 무엇보다 영화에서 소품으로 쓴 아버지 사진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10여 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하다 돌아가셨다.

    ▼ 어쩌다 아버지 사진을 소품으로 썼나.

    “감독님이 소품으로 쓸 사진을 가져오라기에 내 증명사진과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건넸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TV 프로그램 ‘주말의 명화’를 챙겨보면서 옛날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의 어릴 적 꿈이 영화배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아버지가 ‘레드2’에서 사진으로나마 간접 출연하게 됐다고 감독님에게 말했더니, 감독님이 아버지 이름을 메인 연기자 타이틀에 넣어줬다. 이번 작품은 바로 아버지의 데뷔작인 셈이다.”

    ▼ 할리우드 스타들과 연기해보니 어떻던가.

    “어릴 적부터 그들 작품을 보고 자라서 그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사실이 무척 영광스럽고 꿈만 같았다. 촬영 첫날 촬영장에 앉아 있는데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내가 맡은 역은 쿨한 킬러인데,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모습을 들킬까 봐 걱정되더라. 그날 가장 처음 본 배우가 앤서니 홉킨스였다. 초면이었는데도 만난 지 5분도 안 돼 상대방을 편하게 해줬다. 그런 친화력이 놀라웠다. 그 덕에 그들과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나.

    “이번 영화 홍보를 위해 뉴욕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지.아이.조 2’때 만났던 기자들이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역시 영특하구나’ 생각했다(웃음). 영어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많이 늘었다.”

    매일 보니 대배우도 무덤덤

    “할리우드 전설들에 비빔밥 먹였죠”

    6월 28일 영화 ‘레드2’ 쇼케이스 행사장에서 팬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배우 이병헌.

    ▼ 함께 촬영한 배우 중 누구와 가장 친한가.

    “윌리스는 ‘지.아이.조 2’에서도 함께했기 때문에 이번에 더 친해졌고, 헬렌 미렌과도 많이 친해졌다. 중요한 자동차 액션 장면이 있어서 그와 며칠 동안 함께 보냈는데, 굉장히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엄마처럼, 누나처럼 따뜻했다. 주위 사람에게 항상 밝은 기운을 주는 사람이어서 가장 편했다.”

    ▼ 촬영 중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다.

    “하루는 윌리스가 제타존스와 말코비치, 나를 자기 집에 초대해 파티를 했다. 영국 런던에서 그와 촬영 중이던 케빈 코스트너, 크리스 파인도 왔다. 그들을 만나기 전에는 실제로 보면 놀랄 줄 알았는데, 윌리스나 말코비치 같은 대배우와 생활하다 보니 그들을 봐도 무덤덤하더라(웃음). 윌리스 집에는 여권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가 있는데, 그들과 다 같이 그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은 일이 기억에 남는다.”

    ▼ 할리우드 최고 배우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4년 전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을 찍을 때만 해도 한국 영화나 감독을 잘 몰랐는데, ‘레드2’를 촬영할 땐 한국의 무슨 작품을 잘 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다.”

    ▼ 그들에게 한국의 음주문화를 전파했나.

    “음주문화 말고 비빔밥을 전파했다. 특히 윌리스와 미렌이 맛있다고 좋아하더라(웃음).”

    말끝마다 그는 1990년대 한 도넛 광고를 연상케 하는 표정을 지으며 활짝 웃었다. 사랑의 힘이다. 10여 년 전부터 “말이 잘 통하는 친구 같은 여자”가 이상형이라고 밝혀온 그는 자신이 꿈꾸던 그녀와 8월 10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백년가약을 맺는다. 20대엔 제임스 딘을 닮은 외모로 인기를 누리고, 30대엔 눈부신 연기력으로 아시아를 사로잡았으며, 40대엔 할리우드 진출과 함께 사랑의 결실을 맺은 그가 결혼 후에는 어떤 도전을 거듭할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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