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9

2013.05.27

독특한 꽃 색깔… 관상용으로 딱!

매발톱꽃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5-27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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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꽃 색깔… 관상용으로 딱!
    식물 이름 중엔 동물 이름 붙인 것이 많답니다. 강아지풀, 토끼풀, 노루귀… 대부분 친근한 식물이지요. 이런 식물들에 왜 동물 이름이 붙었을까요? 강아지 꼬리를 닮은 강아지풀, 토끼가 잘 먹는 토끼풀, 새로 난 잎이 솜털 보송한 새끼노루 귀처럼 귀여운 노루귀….

    이처럼 동물 이름이 붙은 식물들을 잘 관찰하다 보면 정말 이름 한번 잘 지었다 싶을 만큼 적절한데, 매발톱꽃도 그러합니다. 한 번 보면 아름답고 특별한 꽃 모양에 먼저 반하게 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왜 매발톱이란 무서운 이름이 붙었을까요? 궁금하다고요?

    매발톱꽃은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합니다. 그 과 식물이 으레 그러하듯 꽃 모양은 고운데 식물체에는 독성이 있어 자신을 방어하는 무기로 삼지요. 이 꽃 뒷부분, 톡 튀어나와 꿀이 고이는 부분을 ‘거(距)’라고 부릅니다. 이 부분이 마치 병아리라도 낚아챌 듯 발톱을 오므린 매의 발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매발톱 종류의 식물에 붙는 속명 아퀼레지아(Aquilegia)는 독수리란 뜻의 라틴어 아퀼리아(aquilia)에서 유래됐다고도 하며, 거 안에 꿀이 고이므로 물이란 뜻을 가진 ‘aqua’와 모으다란 뜻을 지닌 ‘legere’의 합성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매발톱꽃은 우리나라 모든 산, 특히 계류 인근에 많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키는 다 자라면 어른 허벅지 높이쯤 될까요? 이른 봄 야들거리고 동글거리는 새잎이 나오는데, 뿌리 근처 잎은 세 갈래씩 두 번 갈라져 마치 불규칙한 작은 잎 9장이 달린 것처럼 보이지요. 봄이 되면 줄기가 올라오고, 줄기에 붙은 잎은 세 갈래씩이며 점점 자루가 짧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꽃은 늦은 봄 혹은 여름에 핍니다. 줄기 끝에 고개 숙여 달리는 꽃은 갓난아기 주먹만큼이나 크거니와 빛깔도 보랏빛과 노란빛이 어우러져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색깔을 지니지요. 그 모양 또한 매의 발톱을 닮은, 툭 튀어나온 부분을 갖고 있어 이 집안 식물 말고는 닮은 식물을 찾기가 어려울 만큼 특별하답니다.



    매발톱꽃은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아요. 못가나 개울가처럼 습기 많은 정원에서 키우면 주변과 잘 어울리며, 큰 화분이나 옹기 화분 또는 플라워 박스에 모아 심어도 멋있지요. 꽃꽂이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 집안 식물인 하늘매발톱도 있으며, 다양한 종류가 개량돼 요즘 야생화 화단에 가보면 여러 빛깔의 꽃을 만날 수 있지요. 식물체가 매우 튼튼하고 관리도 쉬워 잘 자라므로 어떤 정원에나 잘 어울리는 야생화입니다.

    한방에선 식물체 전체를 누두채(漏斗菜)라 하며 통경(通經), 활혈(活血) 같은 효능을 지녀 여성의 월경불순 등에 주로 처방한다고 합니다.

    매발톱 자생지를 보면 높은 산, 습윤한 곳이 많은데, 깊은 산 계곡 주변의 양지바르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나 돌이 있어 배수가 잘되는 물가에서도 자랍니다. 물 빠짐에만 신경 쓰면 추위에도 아주 강하게 버티지요. 번식은 주로 씨앗을 뿌리거나 포기나누기를 하는데, 특히 씨앗을 묵히지 않고 뿌리면 콩나물처럼 발아가 잘됩니다.

    매발톱꽃을 모아 재배하는 사람들은 쉽게 교잡이 일어나고 저절로 씨앗이 떨어져 독특한 모양의 꽃들이 새롭게 나오므로 이를 모아 키우는 재미가 크다고 합니다. 색다른 우리 꽃 키우기에 폭 빠질 만한 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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