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7

2013.05.13

예술행사? 집회?…좋은 세상 가는 길

플래시 몹(flash mob)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5-13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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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행사? 집회?…좋은 세상 가는 길

    2012년 10월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 ‘한글 지킴이’ 회원과 어린이들이 “우린 한글 스타일”을 외치며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촉구하는 플래시 몹을 연출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준비위원장은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 신고를 노동부가 반려한 데 대한 규탄 모임을 퍼포먼스(performance) 형태의 플래시 몹(flash mob) 방식으로 2010년 4월 4일 열었다. 일반인이 모임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선전물을 돌렸고, 참가자들은 청년 실업 및 최저임금 문제에 관한 피켓을 목에 건 채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앉아 있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거나 컵라면을 먹으면서 실업 청년의 생활고를 나타내는 사람, 수험서적을 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표현하거나 상복을 입고 앉아 있는 사람, 이들 뒤에서 학사모와 학사복 차림으로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피켓을 손에 든 채 배회하는 사람 등 각자 소임을 분담해 퍼포먼스를 했다. 한편 준비위원장은 상복을 입고 ‘청년유니온 노동조합 설립신고 허하시오’라고 적은 피켓을 목에 건 채 모임 선두에 서서 시종일관 북을 치며 “청년도 일하고 싶다” “정부는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검찰은 이들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않고 옥외집회를 개최했다며 준비위원장을 기소했고 제1, 2심 법원 모두 피고인의 행위가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게 한 집시법 제15조에 규정된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집시법 제6조는 옥외집회의 경우 사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집시법 15조는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 대해서는 옥외집회 신고의무 적용을 배제한다. 그렇다면 퍼포먼스 형태의 플래시 몹처럼 예술행사의 형식을 취하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회의 경우, 이를 신고할 필요가 없는 예술집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집시법에 의해 보장 및 규제의 대상이 되는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공동의 의견을 형성해 이를 대외적으로 표명할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으로 본다. 적법한 옥외집회를 보호함과 동시에 행정관청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타인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사전에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사전신고를 원칙으로 하되, 제15조에 정한 집회의 경우에는 타인의 기본권이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할 위험이 매우 적어 신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예술집회의 형식을 취했다 하더라도 그 행사의 주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참여 인원, 참여자의 행위태양, 진행 내용 및 소요시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실질적으로는 공동목적을 가지고 공동의견을 형성해 이를 불특정 다수에게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술행사가 아닌 집회로 봐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만 15세부터 39세 이하의 비정규직, 정규직, 구직자, 일시적 실업자 등 청년 노동자로 구성된 ‘청년유니온’과 55세 이상 일하는 어르신으로 구성된 ‘노년유니온’은 최근 모두 전국단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았다. ‘일시적 실업자나 구직자도 노동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법원의 잇단 판결에 정부가 정책을 변경한 것이다. 법원은 이렇게 청년 실업자에게 채찍과 더불어 선물도 안겨줬다. 현실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쉼 없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들의 힘찬 모습을 기대한다. 좋은 세상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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